외국에서 실버타운은 말그대로 ‘노인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지만, 국내에서는 실버타운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고령층이 사는 아파트 시설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실버타운은 법률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어서 요양시설, 양로시설 등을 혼용, 통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실버타운은 사실 정부 보조를 따로 받지 않고 60세 이상 입주민의 자비로 운영되는 시설을 국한해서 정의한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동안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버타운은 어디에 있고, 입주시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

입지, 교통편의, 평형, 시설 수준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진다. 실버타운도 일반 아파트와 같이 분양, 매매, 반전세의 개념으로 사고 팔수 있다. 대부분은 반전세와 같이 입주보증금을 내고 매달 30만~5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게 된다. 월 임대료에는 시설마다 다르지만 주거비와 부대시설 이용비, 클린서비스, 식사비, 공과금이 포함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 사용료나 피트니스 클럽 등 특정 시설 이용비 등은 따로 부가된다.

실버타운 선택 시 주변환경도 고려해볼 대상이다. 산책로나 녹지, 조망에 따라 주거쾌적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도심형,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교통편의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것을 선호한다면 전원형 실버타운으로 입주할 수 있고, 개인 사업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원하는 경우에는 도심형을 선호하는 시니어도 있다.

시니어에게 무엇보다 식사환경은 중요하다. 건강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입주민 전용식당 위치를 우선 파악하고 어떤 스타일의 음식이 제공되는지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실버타운이 전문 영양사와 조리사를 두고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저염, 저지방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 희망자들은 뷔페식인지 일반 배식인지 등 식당환경을 먼저 살피고, 본인이 취향대로 맞춰 가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의료지원 및 물리치료 시설 ▲생활편의시설(이미용실, 카페, 편의점 등) ▲부대시설(게이트볼장, 찜질방, 노래방, 수영장, 헬스장 등) ▲전용률 ▲빌트인 ▲입주인원 및 평균연령 ▲운영주체 등을 체크리스트로 놓고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

건실한 실버타운 전국에 얼마나?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운영상의 문제가 없는 '건실한' 실버타운은 전국에 몇개나 될까. 전국 유로양로시설을 전수조사한 결과 27곳으로 추릴 수 있었다. 노인복지주택으로 신고된 시설은 이보다 많았지만 운영상의 문제로 일반인에게 분양된 곳은 모두 제외했다.

이들 시설은 종교단체, 공익단체, 일반기업이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부산 등지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위치한 '도심 근교형' 실버타운이 가장 많고, 그 다음 서울, 인천 지방 순으로 분포돼 있다.

신뢰할만한 운영주체가 있는 곳이 건실한 실버타운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노블카운티'의 경우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15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더클래식500'은 학교법인이,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송도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도심 근교형 ‘삼성노블카운티’

2001년 5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개원한 삼성노블카운티는 실버타운 중에서도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입주 거실에는 동작감지센서 및 응급콜, 냉장고, 세탁기, 붙박이장, 전기렌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병실구조인 너싱홈은 4인실에 독신이 입주하는 경우 5000만원, 월생활비는 37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생활비는 전문 간호 및 간병, 재활치료, 여가서비스, 질환에 맞는 식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건강 및 서비스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타워동과 너싱홈에 거주하는 시니어는 850여명이 넘으며 전담 사회복지사가 입주 후부터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24시간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으며, 입원이나 심층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연계협약을 맺은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하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아주대학교병원 등 인근의 저명한 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 뇌건강 검진센터.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초호화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

‘더 클래식 500’은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시니어타운으로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되어 종합 메디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은 최고급 력셔리 시니어타운에 속한다. 입주 회원들도 전직 외교관, 판사, 고위공무원 등 상위 1%에 속하는 분들이 많다. 현재 약 620명이 입주한 상태다. 전체 세대의 2/3에 해당하는 세대가 부부 세대로 구성돼 있다.

일반세대의 전용면적은 125㎡로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침대, 소파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이 빌트인 시스템으로 갖춰져 있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해 있어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며, 가족 친지들의 방문이나 모임이 수월하다.

그 외 하우스키퍼가 각 가정을 방문해 청소, 빨래 등을 맡고, 골프, 합창단, 검도, 탁구, 발레, 댄스스포츠, 바둑, 서예 등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입주 재계약률은 94%에 달하며, 선수금을 미리 납부한 대기자도 수십명에 달한다. 입주보증금은 3년계약 기준 약 9억 2000만원 수준이고, 생활비는 부부 입주 시 월 400~500만원 선이다.

▲더클래식500 주거시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실속형 도심 시니어타운 ‘서울시니어스가양타워’

서울송도병원이 만든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 신당동, 등촌동, 자곡동 등 수도권에 5곳의 실버타운을 운영 중이다. 1998년 서울시 최초로 문을 연 서울타워(신당동)는 설립 후 1년도 되지 않아 전 세대(144세대)가 입주 완료했고 현재까지도 100세대 이상 대기 중이다.

가양타워는 통상 실버타운이 갖는 50%의 전용률을 72%까지 끌어올려 개인 생활공간을 대폭 향상시켰다. 부대시설이나 취미활동 공간에 대한 시설이용 및 운영 선납금제도도 없앴다.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은 이용한만큼 지불하고, 식사도 쿠폰제로 바뀌면서 먹은 만큼 내는 합리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해 기존 실버타운의 틀을 깬 실속형 실버타운으로 볼 수 있다. 또 총 396세대 중 일반주거동(A동) 외 후기 고령자를 위해 너싱홈과 요양원, 낮에도 케어해주는 주야간보호센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A동에서 생활하다 몸이 불편해지면 B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전용 70㎡의 경우 월 생활비는 172만원(2인 기준)이며, 평균 연령은 82세다. 남녀의 비율은 4:6 정도로 보면 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