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 김명자(가명/76세) 씨는 6년 전 분당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남편과 이곳에 입주했다.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자녀들과 상의 끝에 들어온 것. 아픈 남편을 혼자서 간호하기 벅찼었는데 이곳에서 간병을 해줘서 김 씨가 신경써야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나 2014년 경, 남편은 편안히 김 씨 품에서 떠났다. “여기 있으니 지치지 않았고 남편과 늘 함께 있을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여기 들어온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씨는 혼자서도 이곳에 계속 머물고 싶다고 했다. 밥을 할 필요도 없고, 청소 빨래 등 클린서비스가 제공되고, 취미, 여가, 레저활동을 즐기면서 노후를 청년보다 더 뜨겁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블로거인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방문자수를 체크하고 한국무용, 풍물놀이, 영화감상 등 시간별로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실버타운 입주 회원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나이먹으면 재테크보다는 ‘우(友)테크’예요. 나이 팔십을 바라보는데 어디서 친구를 사귀겠어요? 삼시세끼를 친구와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나라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인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는 장수사회로 접어들었고,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3%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더욱이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실버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복지의 문제가 국가발전을 위한 중요한 선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사회에 실버타운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20년 정도 됐다. 초창기 실버타운은 영세하고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일부 대기업은 이익창출 보다는 사회공헌 분위기로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영위해왔고,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실버타운을 건립한 곳들은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텔식 주거시설과 의료검진, 여가 및 생활지원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실버타운들이 각광받고 있다. 시니어들이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좋아지고, 자식에게 손 벌리거나 짐이 되기 싫은 이들은 일찌감치 본인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갔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후를 즐기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고령자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던 실버타운에 공실이 사라지고, 오히려 입주희망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시니어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실버타운의 모습도 다양화 되고 있다. 본인에게 잘 맞는 곳을 선택만 한다면 ‘골드타운’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소재한 최고급 도심형 실버타운 ‘더클래식500’은 입주보증금(3년 계약시) 9억 2000만원에 월 임대료(식사비, 건강관리, 부대시설이용 포함)가 2인당 400~500만원에 달하지만 최고급 부대시설과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하우스키핑, 퍼스널 컨시어즈, 24시간 콜센터 운영 등 호텔서비스를 제공 받으며 식사는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뷔페 레스토랑 ‘레스떼르’에서 저염식, 저지방음식을 먹으며 종합 메디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달라진 노년층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휴양과 호텔식 서비스 외에 정신적인 건강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시니어타운 최초로 ‘뇌건강센터’를 만들어 인지훈련과 미술치료 등을 병행해 시니어들의 치매예방을 돕고 있다. 풍성한 프로그램 덕분에 입주 회원들의 주거 만족도 점점 높아져 재계약률이 90% 이상이다.

10년 넘게 실버타운에 거주중인 입주 회원들이 말한다. “잘만 고르면 ‘골드타운’에 살 수 있다”고. 본인의 성향에 맞고 생활여건이 된다면 인생 2막의 시작이 남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