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가 주창한 제5공리 ‘평행선 공리(평행선은 아무리 연장해도 만나지 않는다)’는 수 세기 동안 절대적 명제로 인식되었다. 그렇지만 깨질 것 같지 않았던 평행선 공리는 무한대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19세기에 깨졌다.

최근의 주식시장이 그렇다. 지난 4월 이후 확대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간 수익률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서로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도 만나게 되듯이 최근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만남(수익률 격차 축소)을 앞두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한 것은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코스닥 시장의 가격 메리트다. 2010년 초를 기준으로 볼 때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 간 수익률은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두고 있다.

2010년 초 대비 코스피 시장이 2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반면, 코스닥 시장은 -1%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가격 메리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코스피가 제한적인 범위(2000~2230포인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단순 가격 메리트만으로도 상대적으로 상승할 확률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용 리스크와 같은 비우호적인 대외 변수를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심리 역시 최근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시장보다 더 강하게 만든 배경이다.

실제로 2011년 코스닥 시장에서 금속, 제약, 인터넷, 방송서비스, 건설 등과 같이 대외 여건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수업종의 수익률이 탁월하다. 물론 코스피 시장도 코스닥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5월에는 유럽의 재정 위기로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각각 5.8%와 6.6%씩 하락했지만, 현재는 시장 간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2010년 5월과 현재의 경기 모멘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2010년 5월에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가 동년 1월에 정점을 확인한 이후 하강함에 따라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을 갖기 어려웠던 시기다.

따라서 경기 모멤텀에 대한 기대감이 없던 상황에서 그리스로부터 촉발된 유럽발 재정 위기라는 외부 악재마저 출현함에 따라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동시에 하락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현재는 2011년 4월에 경기선행지수가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하면서 향후 경기 모멘텀 강화와 함께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난 2010년 5월과 마찬가지로 유럽발 악재가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현재 투자자들은 향후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주식 투자에 대한 메리트를 유지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에 의한 상승 혹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는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 흐름은 하반기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그동안 낙폭 과대에 따른 가격 메리트와 함께 대외 변수들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순표
■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시장전략팀장
대신증권 시장투자전략팀장으로 재직, 코스닥 시장과 코스피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