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펀드의 판매보수는 왜 운용보수보다 높은 것일까. 또 이는 왜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 이는 금융당국의 판매사 중심 정책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관행은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불문율’을 깨뜨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진행될수록 ‘한국형 글로벌 IB’의 꿈은 오히려 깨지기 쉬워 보인다.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활성화는 물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 판매 등의 위험에 대비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과거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판매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판매사 중심의 정책이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른척 하는 것일까.

판매보수, 운용보수 보다 왜 높을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수익률은 변하기 마련이다. 또한 펀드는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설령 손실이 났다고 해서 이를 보장받을 곳도 없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상세히 설명 받지 못했다고 해서 이 또한 보장해주는 금융기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다. 각종 마케팅을 통한 현란한 수익률 유혹이나 장밋빛 전망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수두룩하게 이러한 경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 수익률 기록 혹은 스타 펀드매니저의 명성에 현혹돼 펀드에 가입한다.

하지만 펀드라는 상품의 과거 수익률과 미래 수익률은 모두 믿을게 못된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로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펀드가입으로 인한 수수료가 나간다는 것뿐이다.

물론 이러한 수수료는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급여는 물론 리서치에 수반되는 비용과 중개기관의 판매비용 등으로 나간다. 이 모든 것은 결코 투자자들의 자금을 갈취하려는 행위는 아니다. 대다수의 금융인들은 고객의 자산이 늘어나야 자신들도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매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은 것이 아니라 ‘낮아질 확률이 높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존에는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수익률 비교를 통해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낮을 경우 수수료 문제가 늘 거론되기 마련이었으며 이는 수익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운용성과에 상관없이 펀드수수료의 수준 혹은 체계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매매회전율이 높은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어 매매회전율이 반드시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난 2011년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펀드의 거래비용과 운용성과’ 제목의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명시적 거래비용과 관련 펀드투자자가 펀드를 통해서 또는 직접적으로 지불하는 펀드수수료가 운용성과에 미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펀드투자자가 펀드 거래시 지불하기로 약정한 거래비용은 크게 펀드 보수와 판매수수료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펀드보수는 펀드를 보유한 기간에 비례해 순자산 대비 일정 비율로 펀드에서 지급하는 비용을 총칭한다.

▲ *TER은 운용보수를 포함한 정기적으로 펀드에서 차감되는 모든 비용을 뜻함

*2016년 2월 펀드수수료 항목은 금융투자협회 자료 재인용(펀드 수 1만485개) [출처:한국금융연구원, 금융투자협회]

이는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수탁보수가 있으며 이들은 각각 펀드를 운용하는 대리인에게 지급된다. 판매수수료는 펀드투자자가 펀드를 판매한 판매채널(금융기관)에게 1회에 한해 직접 지불하는 수수료를 지칭하며 선취판매수수료와 후취판매수수료로 나뉜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보고서에 담긴 국가별 펀드수수료의 구성에 동일한 기준을 이용한 2016년 2월말 기준 총 1만485개 한국 펀드의 평균 펀드수수료 자료를 첨부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말 한국 펀드수수료 구성 대비 일부 변동은 있었으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크게 두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펀드수수료의 구성과 관련해 펀드 TER에서 운용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3%로서 운용보수가 펀드보수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판매채널에게 지불하는 펀드수수료는 판매보수보다는 판매수수료의 형태로 지불되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수수료가 평균 2.14%인데 비해서 판매보수를 포함한 비운용보수는 평균 0.25%로서 판매채널에게 지불되는 거래비용 대부분이 판매수수료 형태로 지불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펀드의 수수료 체계는 국제 평균과 분명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보수를 보면 한국 펀드의 운용보수는 0.64%(2010년 기준)로 국제 평균인 1.24% 대비 절반 수준이다. 반면, 대부분이 판매보수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한국 펀드의 비운용보수는 1.07%(2010년 기준)로서 국제 평균인 0.25%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펀드의 판매수수료는 0.17%로서 국제 평균 판매수수료인 2.14%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 펀드는 판매채널에 제공되는 거래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이의 대부분이 일회적으로 지급되는 판매수수료가 아닌 펀드의 보유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판매보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할 때, 2016년 2월 말 기준 펀드수수료 체계는 일부 개선된 모습이나 여전히 국제 평균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판매사 중심의 정책이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운용보수 대비 판매보수 우위는 ‘불문율’...글로벌 IB의 꿈이 사라진다

왜 한국 펀드는 유독 판매보수가 전체 펀드수수료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995년까지 펀드수수료는 위탁보수와 수탁보수로만 구분됐을 뿐, 현재와 같이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로 구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6년 신규 설립된 투자신탁 운용회사가 수익증권 판매업무 기능이 배제된 채 자산운용 기능만이 허용되는 제도적 변경으로 인해 판매사와 운용사에 대한 별개의 보수지급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간의 비율은 평균 7:3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왜 판매보수가 높은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으나 판매사와 운용사와의 관계로 이를 추정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문사, 운용사 등에서 증권사에 상품을 개시하기 위해 일종의 영업을 한다”며 “금융사 영업사원이 해당 상품을 팔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펀드 상품을 직접 고객이 찾기 보단 금융사 직원의 추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방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율을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로는 1999년 대우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무불이행 발생이다. 당시 판매사와 운용사는 일시적으로 유예됐던 채권형 펀드 환매 조치 과정에서 미지급된 대우채 지급부담을 감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펀드 판매사가 70%, 운용사가 30%의 비율로 지급을 분담하도록 하는 정책적 조치가 취해졌다. 이는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간 비율과 같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이러한 관행이 이후에도 지속된 것은 이러한 위험부담에 따른 대가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및 동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서 신규펀드의 판매보수 및 판매수수료의 한도를 5%에서 각각 1%, 2%로 인하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판매보수 중심의 펀드수수료 체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체계를 단번에 고치기 어렵다. 판매수수료 중심의 성장은 한국 펀드 시장의 성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 보험 등 판매사들을 중심으로 정책지원을 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정작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투자상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투자자를 위한 것이 아닌 과거와 같은 판매사 중심의 정책을 펼치는 금융당국이 ‘한국형 글로벌 IB’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