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경기 불황에 기업들은 필사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삼성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비상장회사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연내 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켰다.

바이오로직스는 국내와 나스닥 상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나스닥보다는 코스피 상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은 10조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KDB 대우증권

12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켰다. 현재 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하고있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은 91.2%이지만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가지고 있어 회계처리 했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곧 행사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조 94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바이오에피스의 1666억원 순손실이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에피스 종속회사 제외 효과로 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순이익과 세금·이자지급전이익은 모두 전년대비 흑자전환 했고 총자산 규모도 1조 3556억원에서 5조 9604억원으로 급증했다. 추후 상장 시 공모가를 더 높게 책정하기 위해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바이오·제약, 삼성 그룹 신성장동력 될까

지난 2010년 삼성은 5대 신수종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LED를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자 배터리와 바이오·제약 분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는 사실상 성과를 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분야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삼성이 전략적으로 유연성을 가지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중국에 바이오시밀러, 전기차 배터리, 모바일 페이, 사물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들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2010년 신수종사업 발표 당시 가장 많은 투자금액이 유치됐고 매출 목표가 가장 높았던 사업은 바이오·제약 분야였다. 현재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이며 바이오에피스는 손자회사다. 바이오로직스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계약생산대행)로 타사 의뢰를 받아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다. 글로벌 CMO 시장은 연 10%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꼽히며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바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과 삼성그룹이 합작해 만든 바이오시밀러 회사다. 합작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다. 바이오에피스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함께 선두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IT와 의학·바이오 융합을 통한 스마트 헬스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성장 동력으로서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싵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같은해 12월 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고 오는 2018년까지 8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1위 CMO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오·제약 관련 업계에서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에 가지는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한미약품 신약 연구팀에 78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던 존 C. 렉라이터(John C. Lechleiter) 일라이릴리앤드컴퍼니(Eli Lilly and Company) 회장은 지난달 16일 한국을 방문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라이릴리앤드컴퍼니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다. 존 C. 렉라이터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한미약품 이외의 국내 제약사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그의 방문만으로도 삼성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1위 CMO 노린다

바이오로직스의 제2공장이 지난달부터 판매용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시제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 공장 실사에서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납품이 가능하다.

올해 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3위 CMO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제2공장 가동으로 인해 제1공장 3만리터와 제2공장 15만리터를 합쳐 총 18만리터 생산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론자 26만리터 베링거인겔하임 24만리터에 이어 3위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기공식을 한 제3공장 18만리터까지 생산을 시작하면 총 36만리터로 세계 1위 설비규모를 갖게 된다. 제3공장의 상업가동은 오는 2018년 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는 2011년 미국 퀸타일즈와 합작으로 세워졌다. CMO 기업으로는 사실상 후발주자나 다름없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시장에서 다른 기업 대비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보통 신규 설비 규모는 세계적으로 9만리터가 평균이다.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제약회사인 브리스틀마이어스(Bristol-Myers Squibb Co., BMS)가 아일랜드 동물세포배양 설비로 9만리터 규모를 건설하는데 9억달러(약 1조 3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사 최신 cGMP 설계 기법을 활용해 15만리터 규모를 건설하는데 7억달러 비용이 발생했다. 단위 설비 규모 당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제3공장도 18만리터 규모 설립에 약 7억 4100만달러가 투자됐다. 이는 곧 원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제1공장 수주물량은 모두 찼으며 제2공장도 수주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직 준공되지 않은 제3공장 수주도 진행중이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3년 7월 BMS와 후기 흑색종 치료 바이오항체의약품인 예보이(Yervoy)의 미국 시장 이외 판매분 10년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BMS의 예보이는 지난 2011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뒤 현재 41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또한 지난 2014년에는 BMS와 여러 바이오항체의약품에 대한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제품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세계 1위 바이오제약 기업 로슈(Roche)와도 지난 2013년 10월 장기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로슈는 2013년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10개 제품 중 7개가 바이오의약품이다. 그 중 6개가 바이오로직스 설비로 생산할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이다. 로슈의 이 6개 의약품만해도 매출액이 228억달러에 달해 로슈와의 생산 계약은 바이오로직스에 큰 의미를 갖는다.

바이오로직스의 제1공장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생산시설 무결점 합격을 받았다. 바이오제약은 FDA 승인 없이 해외 시장 판매가 불가하다. 생산시설 점검은 보통 생산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난 후 진행된다. 무결점 공장 인증은 신규 수주 확보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출처=KDB 대우증권

한편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 29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바이오에피스 영업수익은 지난해 764억원을 기록해 삼성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제2공장 가동에 따른 바이오로직스의 정상 매출은 2018년부터 산정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에피스 수익은 바이오시밀러 수출로 거둔 기술료로 본격적인 제품 판매 매출은 올해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20년까지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 총 매출 1조 8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2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총 7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5개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시험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월 유럽에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았다.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가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올해 상반기 중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상장 시기를 미룬 상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로직스처럼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바이오에피스 측은 국내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