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상장 폐지를 앞두고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아치우는 것은 기본. 멀쩡한 회사가 조폭이나 사채에 넘어가 자금횡령 사고로 퇴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엔 모 증권사 중역이 관리 상장사의 비리에 공조, 검찰이 수사 중이다.

코스닥 시장은 불신의 바다다. 그렇다고 상승 국면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무조건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 투자자가 옥석을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야함과 동시에 시장 정화가 필요하다.

코스닥 시장은 개미투자자의 늪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가파른 상승세만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코스닥 시장 관계자들의 도덕적 헤이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H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멀쩡했던 회사가 내일 퇴출될 수 있는 게 코스닥 시장”이라고 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가 투자를 하기 어려운 곳이 코스닥 시장이다. 막대한 손실을 본다고 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투자 요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퇴출되거나 상장 폐지(상폐)가 진행된 업체는 28개. 경영진의 횡령·배임이 발단이 됐다. 꼭 경영진의 비리가 아니더라도 횡령·배임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터진 N사의 횡령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9월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홍콩계 외국 회사의 P 부사장이 유상증자 청약증거금 149억원을 횡령, 상폐위기에 처했다.
조직폭력배에 의해 멀쩡한 회사가 퇴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들은 사채를 통해 상장 인수자금을 마련, 인수 후 회사 공금으로 빚을 갚는다. 또 회사 공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자금이 떨어질 만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했다. 작전세력과 함께 주가조작으로 한몫 든든히 챙기는 일도 빈번하다.

경영부실 기업을 골라 자금 대출을 담보로 경영권 포기를 노리는 사채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유입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지난 2월 창업투자회사 N사의 유상증자 대금 24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이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 J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 사채업자에게서 107억원을 빌려 N사 경영권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그 대금을 인출, 인수자금을 갚은 혐의다. N사는 지난해 초 바이오 펀드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자본금의 2배에 달하는 2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지만 J씨의 자금 유출로 상폐됐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겉으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회사 운영 방식이 전혀 달라지고, 유상증자 등을 실시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장 폐지의 수순이 이뤄진다. 개인투자자로서 조폭과 사채업자가 낀 상장사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코스닥 업체 중 옥석을 가리는 방법은 없는 걸까. 조민규 리서치가이드 대표는 “(코스닥 시장에서) 2000년 초부터 조폭을 낀 사채자금이 유입돼 뿌리를 깊게 내려 쉽게 확인이 불가능한 만큼 경영진이 자주 바뀌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