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어제 구속되셨는데요. 사내에서 볼 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검찰에서 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경쟁사 쪽에서도 자극을 한 것 같고요. 저희 홍보팀을 통해서 좀 강하게 나가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관(對官)과 관련된 위기. 특히 수사권이 있는 사법 기관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다른 일반 이슈나 위기관리와는 다른 생각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메시지와 팩트들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다름’이 있습니다.

질문과 같이 ‘검찰 조사가 진행되었고, 법원의 결정에 의해 구속이 집행’되었다면, 이 상태에서는 해당 기업이 공개적으로 장황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검찰과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소명하고 죄를 따져야 하는 회장의 현실을 봐서라도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제한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회장께서는 직접 “강하게 좀 여론전을 벌여라” 또는 핵심 임원들이나 회장님 가족들이 “왜 홍보팀은 언론 플레이라도 하지 않느냐?”하는 압박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요청이 이해는 되지만 아주 위험한 명령이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한 내부 이해를 구해야 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들을 통해서라도 자제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회장님이 구속되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무엇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되어야 할까요? 법정에서 합당한 판결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게 단 하나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법정에서 합당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걸림돌이나 무리수가 되는 모든 활동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사법기관이나 규제기관들은 기본적으로 언론 기사나 보도에 대해 초연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법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겠다. 공소장으로 말한다. 법에 따라 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등과 같이 공무집행에 있어 언론이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합니다. 이 구도에서 재판을 받는 기업 측의 언론 플레이가 법원의 더 나은 판단을 만들어 낸다는 확신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면 자신의 공무집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기업의 시도를 검찰과 법원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광의로 보면 공무집행방해라고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이 의미는 재판 과정에 있는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목적 달성은 불가능해지게 되는 거지요.

변호사를 통해 무죄를 주장하면서 격렬하게 법정에서 충돌할 수는 있습니다. 이는 게임의 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받는 기업이 법정 바깥에서 무죄를 다투려는 시도는 게임의 룰도 아니며, 검사와 판사에게 인간적인 악감정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열등한 전략입니다.

그렇다고 재판 과정에 있는 기업은 자신의 메시지 없이 매번 노코멘트하거나 쉬쉬만 하면 될까요? 아닙니다. 변호사와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조언을 구해 합리적 수준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검찰이나 법원을 비판하는 메시지는 매우 위험합니다. 수사 동기나 과정 그리고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자의적 판단도 위험합니다. 재판장에게 유형‧무형의 압력을 넣어 보려는 의도적 메시지도 위험합니다. 수사 결과나 판결 자체를 예단하거나, 결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브리핑하거나, 실제 법정에서 공유되어야 할 주장을 먼저 언론에 공유하거나, 감정 섞인 메시지들을 마구 뿌리는 행위는 적절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단, 자사의 입장 형식을 빌려 법정에서 주장할 큰 방향 정도를 간단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추후 무죄 입증을 받았을 때를 대비하는 안전장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일희일비하면서 자사의 입장을 계속 바꾸거나 강화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현재 재판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브리핑은 적절치 않으며, 판결이 나오면 그때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메시지면 대부분 충분합니다.

이해합니다. 뭐라도 해서 회장님을 살려내자는 내부 목소리를 이해합니다. 만약 진정 그것을 원하신다면 로펌과 언론대응팀을 통합해 일사불란하게 정보가 공유되고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원 팀(One Team)’ 체계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 후에는 프로들이 알아서 전략을 만들어 실행할 것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