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열풍이 매섭게 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지난해와 지지난해 얘기다. 사실 드론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수십 년 전부터 하늘을 날아다녔다. 군용 드론이 전쟁터를 헤집고 다녔다. 많은 이들이 드론 때문에 죽기도 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건 ‘살인병기’ 드론이 아니었다. 민간용 소형 드론이었다. 그것의 다양한 활용법에 주목했다. 드론의 쓸모는 무궁무진하다고 여겨졌다. 배송, 감시, 데이터 수집, 시설물 점검, 재난구호, 산불 감시, 항공 촬영 등. 드론의 쓸모는 고민할수록 계속 발견됐다.

그리고 2016년이 왔다. 올해 초 부산에서는 드론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드론에 대한 주목도가 지난해보다는 약해진 걸로 보인다. ‘새로움’을 잃어버리자 언론과 여론에서 관심을 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업계와 각국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헛된 기대를 품거나 일회성 관심에 그치기보다는 실제로 드론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남았다. 여러 분야에서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분야가 상용화 유력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그 하나가 드론 택배다. 드론을 이용해 물품을 배송한다는 로드맵이다. 몇몇 업체가 이벤트 차원에서 드론 택배를 선보였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진지하게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다만 드론 택배 서비스를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드론만 날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까닭이다. 안정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드론 택배의 유의미한 상용화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드론으로 물건을 실어나르려는 시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쯤만 하더라도 드론 택배 사례로 구글·아마존·DHL 사례만이 언론에 무한 노출될 따름이었다. 이제는 이들 말고도 여러 사례가 추가됐다.

“가까운 미래에 드론이 집 앞에 물건 가져다준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드론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힘으로 주거 밀집지역에 물품을 배송하는 일에 성공했다. 아마존이나 구글의 드론일까? 아니다. 미국의 드론 스타트업 플러티가 해낸 일이다.

네바다주 호손에 위치한 플러티는 같은 달 10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이번 실험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이들이 날린 드론은 미리 설정된 GPS 배달 경로를 따라 약 800m를 날아갔다. 주거 밀집지역에 접근해 구호품이 든 상자를 목적지에 정확히 내려놓았다.

“도심에서 드론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일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굉장한 성과죠. 가까운 미래에 드론이 당신 집 문 앞에 물건을 배달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매트 스위니 플러티 CEO의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지플라인(Zipline)도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려 한다. 이들은 오는 7월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드론 택배로 생명을 살리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르완다 상공에 15대의 드론을 띄워 하루 최대 150번까지 혈액과 긴급 의약품을 르완다 서부 21개 병원에 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던 배송 시간을 불과 몇 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액이나 의약품이 필요한 의료진이 메시지를 보내면 드론을 띄워 물품을 신속하게 전달합니다. 비용도 오토바이 배달 수준밖에 들지 않습니다. 안전하고 정확하기까지 하고요.” 켈러 리나우도 지플레인 CEO의 설명이다.

드론 택배, 일회성 이벤트에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최근 중국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재미있는 배달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수닝은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7 엣지를 고객에게 드론으로 배송해줬다.

중국의 DJI 드론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목적지인 남경사범대에 50분 만에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수닝 말고도 알리바바를 비롯해 여러 중국 업체가 드론 택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드론 택배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로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져 주목된다. 일본 IT 업체 라쿠텐은 골프장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골프장 고객에게 골프공이나 음료수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골프공이나 음료수를 주문하면 클럽하우스 주변에 대기하던 드론이 하늘을 가르고 물건을 고객에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라쿠텐은 빠르면 5월부터 일부 골프장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더 규모가 큰 시도도 계획되고 있다. 오는 11일 도쿄 인근 지바현 지바시에서는 드론 택배 실증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드론으로 개인 주택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실험이다. 라쿠텐을 비롯해 대기업 10곳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 프로젝트다.

정확한 실험 장소는 지바시 마쿠하리 신도심, 지바현 이치가와시 도쿄만 연안 등이다. 첫 실험은 오는 11일 진행된다. 이후 매달 한 차례씩 택배 실험을 계속할 계획이다. 상용화는 2019년이 목표다. 지바시는 오는 2019년 입주가 시작되는 와카바 주택지구를 첨단 미래 도시로 조성할 예정인데 이번 실증 실험 역시 이 계획의 일환이다.

남겨진 고민들, 그리고 한국의 택배 드론

한국에서도 드론 택배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연말에 드론 안정성 검증 시범을 시행하면서 이에 참여하는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중에서도 드론에 소형 택배 상자를 부착하고 5km 이내까지 운반하는 물품 배송 분야는 대한항공·CJ대한통운·현대로지스틱스·부산대·경북대 등이 맡았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정부 주도 검증 시범이 있기 전인 지난해 5월 독일 드론 회사와 합작해 개발한 ‘CJ스카이도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택배용 드론으로 긴급구호품 전달 용도이며 강원도 영월과 전북 전주 등지에서 시험 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5월부터 도서산간 지역에 한해 드론 택배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드론 택배는 가까운 미래에 널리 퍼질 수 있을까? 기존 배송 시스템 자체를 아예 대체하는 데까지 나아갈까. 드론 상용화의 전제조건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이다. 기존 배송 시스템보다 운용하는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산업 연구기관 ARK인베스트는 드론 택배로 작은 물품을 당일 배송하는 데 1달러 정도의 비용만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보다 6~7배 저렴한 수준이다. ARK인베스트는 또 드론 택배가 주문 30분 안에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현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드론 택배가 상용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갖가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단 비행 공역, 주파수 등 법적 문제가 존재한다. 드론 택배의 사업성에도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아직은 많다.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할 만큼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안정성, 배터리 지속시간 등 기술적인 한계도 아직은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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