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먼저 변화하라.” -잭 웰치 전 GE그룹 회장

패스트 팔로워가 될 것인가, 패스트 무버가 될 것인가. 누구나 성공을 전제로 패스트 무버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리스크가 많이 따르는 패스트 무버보다 패스트 팔로워를 더 선호한다. 물론 세상과 시장을 바꾸는 주체는 언제나 패스트 무버들이다.

또 다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엘론 머스크(44), 우주선을 쏘아 올리면서 또 다른 꿈을 그리는 마블적 인물, 아이언맨의 실제 인물인 그가 세상을 향해 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가 얼마 전 ‘모델3’라는 저가 보급형 새모델을 발표하며 선주문을 받았다. 전기차의 인도 시기는 2017년 이후다.

기술 혁신이 가져다준 가격혁신도 시장을 놀라게 했다. 1억원대의 전기차 가격을 4000만원대로 낮췄다. 전기차 보조금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이를 감안할 경우 2000만원대까지로 떨어진다. 웬만한 소형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1주일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32만대라는 경이적인 주문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 2007년 9월 애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아이폰’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빅히트작인 MP3 ‘아이 팟’을 그대로 휴대폰에 옮겨 놓은 듯한 ‘역발상’이 휴대폰의 개념을 깨버렸다. 이 순간이 ‘차원이 다른 전쟁’ 스마트폰 시장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글로벌 휴대폰 제조회사는 이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 하늘이 노랄 정도의 현기증을 느끼면서 쫓아가기 바빴다.

다시 2016년 4월, 7년여의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2년여간 혼돈의 시간을 겪고 있다. 샤오미 등 중국 후발 업체들은 ‘가성비’를 내걸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며 무서울 정도로 시장을 치고 들어왔다. 치킨게임이다. 치킨게임은 자연스러운 순환현상이다. 스마트폰 시장 이후의 새로운 시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모두 혁신이다. 차원이 다른 경쟁이 시장을 바꿔놓고 새로운 수요를 일으킨다. 기술의 혁신은 이미 완성(?)됐다. 소프트웨어 혁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되새겨보면 전기차 시장의 미래도 그려진다.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도, 얼마나 빨리 따라가야 하는지도 답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함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생각과 변화의 속도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적 시스템의 문제다. 법과 제도 개편의 문제다.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가 결국은 기술을 막고, 기업을 막고, 시장을 가로막고 있다.

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이 역시 인간의 승리’라고 기뻐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의 현실은 더욱 비참할 지경이다. 음성센서 기술도 초보인 한국에게 인공지능은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드라마는 우리에겐 그저 무대일 뿐 주인공은 아니었다.

33조로 탄생한 알파고를 1조로 따라잡겠다는 발표만 허겁지겁 남겼다. 그 발표로 한 번 더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플랜이 없는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플랜도 없고 제도개선도 굼뜬 곳에서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을까. 물론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또 긴 호흡으로 갈 시간도 부족하다.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그리고 인공지능도 무엇이 문제인지 핵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 부분이 변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 자동차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이 1987년 이래 30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 말문이 막힌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3가 너무 많은 선주문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네바다주에 연 50만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가 팩토리’가 2017년에 완공된다면, 그리고 그 공장에서 원통형이 아닌 파우치형의 배터리가 제조된다면 지금의 아전인수식의 해석은 무색해진다.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 플랜 마련은 물론, 관련 입법 시스템도 신속하게 개정해주는 ‘신속 처리권’이라는 특단의 조치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