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가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진행자인 최불암 선생님이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개하는 향토음식이, 필자에게는 유명 셰프가 만드는 음식들보다 더 정겹고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할머니들이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그 지역 특유의 음식을 만드는데, 그 음식은 정교하고 맛깔스러우며 영양도 만점이다. 그래서 가끔 TV를 보다가 먹고 싶어서 어떤 요리를 따라 만들어보려 했는데, 소개하는 그 맛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그 동네에 가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강원도 산골이나, 남해의 어느 조용한 어촌에서 맛보는 그 지역의 향토음식은 색다른 추억을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향토음식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유명세가 있다는 이유 말고도 요즘 즐기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은은한 맛과 건강에 좋은 영양을 준다. 맛뿐만이 아니라 뭔가 작은 감동을 주기 때문에 멀리서도 차를 끌고 그 맛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 아닐까?

전주에는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있다. 최근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듬뿍 먹으라는 채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메뉴이다. 지금은 그 비빔밥에서부터 성인병 억제에 효과가 높은 일곱 종류의 맞춤형 비빔밥을 개발하기까지 이르렀다. 영양학적 가치를 더욱 높여서 이제는 흑미밥과 과일 고추장을 이용한 항산화 비빔밥부터 청국장을 이용한 항당뇨 비빔밥, 고혈압 환자를 위한 해조류 비빔밥, 카레를 이용한 저열량식 비빔밥, 고지혈증 환자를 위한 채소 비빔밥과 관절에 좋은 과일 비빔밥 그리고 골다공증에 좋은 돌솥치즈 비빔밥까지 영양백화점처럼 많은 메뉴가 전시되어 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갈 때 필자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지 않고 먹는다. 막국수는 메밀을 기본재료로 한다. 메밀은 강원도 같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서 강원도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도 정말 자주 먹었다는 메밀은 체내에서 스트레스와 열을 완화시키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고 전해지는 것처럼 소화가 잘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또한 메밀은 곡류이지만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노화와 염증을 예방하는 항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현대인을 위한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또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재첩국이다. 부산의 전통시장에 가면 ‘재첩국 사이소’라는 구수한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재첩에는 간 기능을 보호한다고 해서 피로회복제에 들어있는 타우린, 근육을 만들어주며 젊음을 지켜주는 메티오닌, 아르기닌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들어있어 기력 향상에 좋다. 다른 음식과 같이 섭취해도 전혀 부작용이 없으면서 눈을 맑게 하고 원기회복에도 도움을 주는데, 또한 부추와 찰떡 궁합식품이기도 하다. 재첩에 부족한 비타민 A를 부추가 보충해주면서 부추의 유황화합물과 비타민 B군이 재첩의 영양성분에 시너지 효과를 주어서 봄철 세상사에 지친 남편들에게 최고의 영양음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채꽃 만발한 제주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 보통 흑돼지와 갈치를 떠올리는데 필자는 제주 대표음식으로 전복죽을 으뜸으로 친다. 제주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해서 금방 잡아 올린 활전복회나 전복죽은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전복은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올리는 제주도의 진상품이었다. 청정 제주 바다의 영양을 담고 있는 전복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며 맛도 좋아서 보양식과 영양식으로 인기가 높으니까.

지방마다 음식의 맛이 조금씩 다른데 이는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북부지방은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어서 음식이 남쪽에 비해 싱거우며 덜 매운 반면 남부지방은 음식이 맵고 조미료와 젓갈을 많이 사용한다. 곡식도 북부지방은 밭이 많아서 잡곡을 주로 먹고, 남부지방은 논이 많아서 쌀밥과 보리밥을 많이 먹는다. 강원도 같은 산간지방이나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는 신선한 생선류를 구하기 어려워서 소금에 절인 생선 등을 먹는데, 안동의 간고등어가 유명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전주, 춘천, 부산, 제주 이외에도 각 지역마다 유명한 향토음식들이 많다. 대구에 가면 따로국밥을 먹고, 강화도에 가면 감자떡을 먹는다. 속초는 오징어순대로 유명하고 마산은 아구찜과 미더덕찜이 일품인 반면, 충무김밥과 울릉도 호박엿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먹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그 향토음식의 감동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음식의 소중함과 일상의 기쁨을 주기도 한다.

입맛 없고 나른하다면 향토음식을 맛보러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국도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꽃도 구경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맛보며, 국토가 주는 황홀함과 함께하는 그 맛있는 여행을 필자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