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을 판매하는 몇몇 인터넷 쇼핑몰에 가보면, 두꺼운 데니어(Denier)로 되어 있어 다리를 압박해 한층 날씬하게 보이게 한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두 가지가 있다. 대체 데니어란 무엇이며, 그렇다면 정말 두꺼운 스타킹은 통통한 다리를 눌러주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데니어란 섬유의 두께를 표시하는 단위로, 9000미터 길이에 해당하는 섬유의 무게를 그램으로 표시한 것이다. 견이나 레이온, 합성섬유 등의 두께를 표시할 때 사용되며, 주로 줄여서 ‘D’로 표현된다. 만약 30데니어라고 한다면 9000미터에 해당하는 무게가 30그램이라는 의미이므로, 데니어의 수가 커질수록 원사와 섬유의 두께도 두꺼워진다.

우리가 봄, 가을 등 간절기에 많이 착용하는 투명한 느낌의 스타킹은 주로 15데니어 정도의 두께로 되어 있다. 겨울에 주로 신는 불투명한 스타킹은 대부분 50~80데니어 사이에 해당하며, 이렇게 두께가 도톰한 제품은 스타킹이 아닌 ‘타이츠’라고 부른다. 여성들이 많이 신는 검정 레깅스도 이 정도 두께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아주 가는 초극세사를 사용해 5데니어 정도로 두께를 얇게 해 피부처럼 밀착되는 스타킹이나, 겨울 추위에 대비해 보온성을 강화한 100~120데니어 두께의 타이츠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데니어가 높으면 섬유의 두께가 두꺼워지니 다리를 확실하게 눌러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둘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데니어 수가 높다고 해서 다리를 조이는 압박감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확실한 압박감을 기대하려면 두꺼운 제품보다는 다리 모양에 따라 단계적인 압박을 주게 설계된 기능성 압박스타킹을 선택해야 한다. 기능성 압박스타킹은 보통 다리의 실루엣을 따라 디자인되어 있으며, 다리의 부분과 두께별로 다른 압박감을 줘 각선미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발목 쪽으로 몰리는 혈액의 순환을 도와 다리와 발이 붓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도 있다.

압박감과는 관계가 없다지만, 그럼 데니어 수가 보온성과는 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투명하고 얇은 스타킹을 착용하면 맨다리일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그러나 바지를 입었을 때보다는 당연히 보온성이 덜하며, 굳이 표현하자면 얇은 여름용 바지나 린넨 바지를 입었을 때 정도의 보온성이 있다. 또한 망사스타킹과 같은 얼기설기한 조직보다는 촘촘하고 탄력 있게 짜인 스타킹이 따뜻한 촉감을 준다. 50~80데니어 정도의 타이츠를 착용하면 일반 바지를 입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보온성을 느낄 수 있어 겨울에 신기에도 무리가 없다.

조금만 주의를 덜 기울이면 손톱에 걸려 올이 나가고 마는 스타킹. 데니어의 수가 올 나감과도 관계가 있을까? 이것은 데니어 수보다는 원사의 짜임과 관련이 깊다. 스타킹을 만드는 원사는 흔히 ‘피복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겉을 감쌌다는 의미인데 주로 스판덱스 원사가 중앙 심으로 사용되고 그 주위를 나일론 원사로 감은 피복사를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심으로 사용된 스판덱스의 고탄력도 지니면서 아울러 그 주위를 감싼 나일론 원사의 부드러운 촉감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나일론 원사의 꼬임이 한 번 이뤄지면 SCY(Single Covered Yarn), 서로 반대 방향으로 두 번 꼬아지면 DCY(Double Covered Yarn) 조직이라고 한다. 당연히 DCY조직이 SCY 조직에 비해 쫀쫀해 탄력적이고 내구성도 더 좋다.

하지만 사소한 생활습관이 스타킹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기도 한다. 스타킹은 작은 자극에 긁혔을 때도 올이 풀릴 수 있으므로 단독으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부피를 줄이고자 스타킹을 묶어서 보관하면, 매듭이 묶인 부분만 항상 늘어나 있게 되어 신축성이 떨어져 버린다. 스타킹은 매듭 없이 끝부분부터 돌돌 말아 보관하면 형태와 탄력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서랍에 정리할 때 가장자리까지 꽉 차게 보관하면 서랍을 여닫으면서 스타킹이 마찰에 의해 손상되기 쉬우니, 가급적 서랍 안쪽에 조심스레 보관해야 아끼는 스타킹을 더욱 오래 신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