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바둑에서는 발상이 독특하고 남다른 수를 묘수(妙手)라고 표현한다. 치밀한 수읽기 속에서 묘수는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작은 요소를 파고들어 판의 분위기를 바꾼다. 복기(復碁,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수를 두었던 대로 다시 놓아 봄)를 통해 살펴보면 묘수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가 아니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다. 

소비 시장을 대하는 마케팅에도 ‘묘수’가 있다. 시장에서는 색다른 시도 혹은 기존 시장의 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영역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며 마케팅에서는 이를 ‘니치 마케팅(niche marketing)’이라고 표현한다. 영단어 니치(niche)는 ‘다른 이들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라는 은유적 뜻을 가지고 있다.

니치 마케팅의 목표는 특정 성격을 가진 소규모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설정해 해당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업계의 유제품‧식용유‧조미료를 비롯해 생활용품인 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에서 니치 마케팅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기능성, 용도 세분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  

식품업계 니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식용유’다. 과거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던 식용유는 콩을 원재료로 만든, 혹은 굽거나 튀기는 등 제한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식용유는 원재료에 따라 올리브유‧포도씨유‧카놀라유‧현미유‧코코넛오일 등 수없이 많은 종류로 분류됐으며, 만드는 요리에 따라 용도를 구분했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그간 ‘식용유=콩기름’으로만 인식되던 시장을 세분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장 세분화는 식용유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꿨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식용유 시장 점유율에서 카놀라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초로 40%대를 넘어섰다. 이는 그간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돼온 콩기름보다도 높은 비중으로 기록되며 식용유 시장의 판도가 변했음을 알렸다.

한편, 우유업계는 저지방‧영양소 강화 우유 등 ‘기능성 우유’가 등장으로 시장이 세분화됐다.  AC닐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흰우유 매출은 9449억원 규모로 전체 유제품 시장의 72.4%를 차지했고 그 중 기능성우유 판매액은 3610억원으로 흰우유 시장의 27.6%를 기록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 매출은 감소세에 있는 반면, 기능성 우유의 매출과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제 시장도 마찬가지로 ‘부분세탁세제’, ‘아웃도어 전용 세제’, ‘아기용 아토피 예방 세제’ 등으로 세분화되며 이전의 획일적 제품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마이너 리스크, 시장 확대의 절대 한계

니치 마케팅의 가장 큰 단점은 전략 속성상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때문에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과도하게 적용되면 소수의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다가 대중적 수요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역효과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니치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다는 측면과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의 형성은 긍정적이나, 수요 타깃 자체가 주류(主流) 시장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업체의 입장에서는 ROI(투자대비수익, Return on Investment)을 고려했을 때 소규모 시장에 대한 비용 투자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며, 실제 절대적 시장 점유와 시장 확장까지 성공한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가까울 정도로 드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