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중소기업 창업지원 사업인 팁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구속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 5개의 지분을 투자한 금액에 비해 과도하게 받아냈다는 혐의다. 이면계약서를 꾸며 보조금 20억 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 출처=더벤처스

 진실게임

팁스는 2014년 중소기업청이 시작한 스타트업 부흥정책이며, 민간 엔젤투자사를 운용사로 지정해 이들이 스타트업에 1억 원을 투자하면 최대 9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운용사가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위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일각에서 이번 논란을 두고 ‘곪았던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덩달아 팁스 운용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운용사의 자격론까지 번지고 있다.

더벤처스는 반발하고 있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6일 오전에는 별도의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검찰수사를 받고 있으며, 호창성 대표가 구속수사를 받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알선수재 및 사기'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팁스 운영취지에 벗어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창업팀에게 무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거나 양도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연히 허위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가로챈 적이 없고 창업팀이 더벤처스가 취득한 지분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편취금액도 초기기업의 기업가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오류며 더벤처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승한 것은 창업팀과 함께 사업을 성장시킨 노력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더벤처스 관계자는 “6일 발표한 입장문은 언론을 통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법의 판단에 맡기면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팁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항 상태”라며 “이를 통해 창업 생태계 위축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 출처=픽사베이

무엇이 진실인가?

현재 대부분의 언론이 마치 중계하듯 쏟아내는 기사들은 대부분 1세대 벤처기업 상징인 호창성 대표의 몰락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 배경에는 2000년대 불거진 닷컴버블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스타트업 열풍은 당시의 닷컴버블과 엄연히 다르지만,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나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거칠게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있다. 당연한 학습효과고,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냉정하게 살필 필요는 있다. 검찰의 발표와 더벤처스의 주장을 종합하면 아직 수사는 진행중이다. 물론 호창성 대표가 구속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시비비는 명확하게 가려진 것이 없다. ‘도주의 위험이 별로 없는 호창성 대표에 대해 꼭 구속기소를 했어야 하는가’라는 더벤처스의 주장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이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법적인 고려를 전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어설픈 대응이지만.

이 지점에서 호창성 대표 사건을 개인이나 더벤처스의 일이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적 측면에서 살피면, 정말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 만약 호창성 대표가 무죄라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혐의가 사실이라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지원 및 다양한 부흥노력이 차갑게 식으며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든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제3자는 어떤 방향성을 잡아야 할까? 지금도 극단의 평가가 오가는 황우석 박사 논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켰던 황우석 박사는 외환위기로 신음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이후 연구의 영역을 넓힌 그는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기술로 일약 한국의 스타로 재탄생했다. 세계적 권위의 사이언스지에 그의 논문이 실리기 시작했고, 그의 위대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5년 MBC PD수첩이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폭로하자 상황은 반전했다. 2005년 12월 29일 서울대학교 진상조사위원회가 증명했고 2006년 4월 황우석 박사는 교수직에서 파면당했다. 이후 2014년 2월 대법원이 황우석 박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까지 오랜시간 법적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창성 대표와 황우석 박사는 그 영역이나 파급력에 있어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두 사람 모두 한 업계를 대표할만한 스타라는 점에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실제로 호창성 대표는 1세대 벤처인이자 2010년 동영상 자막서비스 비키를 창업해 2013년 일본 라쿠텐에 2억 달러로 매각, 성공적으로 ‘엑시트’했으며 현재 관심사 기반 SNS인 빙글의 공동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최근 빙글은 월간순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황우석 박사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생명공학계의 거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며, 나아가 업계의 운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황우석 박사 논란으로 국내 줄기세포연구가 난관에 직면한 것처럼, 호창성 대표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창업 생태계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런 이유로 이번 호창성 대표 논란에서 제3자가 고민해야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며 기다리는 것. 검찰의 주장에 흥분해 무작정 호창성 대표를 향한 마녀사냥을 시작하면 스타트업 업계는 '필요없는' 타격에 노출되고 만다. 무혐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호창성 대표의 결백만 맹신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황우석 박사의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격렬한 다툼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물었던 역사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다음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는 지점이다. 호창성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더벤처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타격은 있겠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오히려 건전한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며 기본적인 믿음을 지키면 끝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법적인 결론이 났지만, 지금도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우리는 황우석 박사를 버리는 바람에 10년 퇴보하고 말았다”는 말이다. 의문투성이지만 황우석 박사의 리비아와 러시아에서의 행보를 비롯해, 그의 무시할 수 없는 과학적 성과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엉터리고, 허상이라고 해도 그가 있었기에 과학계가 발전했고 그가 몰락했기에 발전이 더뎌졌다고 말하는 부분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국내 생명공학계 측면에서 분명 황우석 박사의 이전과 이후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호창성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몰락할 경우 기회비용을 따져야 할 순간이 올 수 있다.

그 순간 냉정한 가치판단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지자와 반대자의 대립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그를 배제하고 빠르게 생태계를 정상화 시키려는 행보가 이어져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 보존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이 무조건 스타트업 중심으로 방점이 찍혀 지원에만 방점이 찍혀있는 것도 심각한 패착이다. 그 내부에서 팁스와 같은 지원정책을 둘러싼 문제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팁스 운용사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와 더불어 생태계 전반의 틀을 다시 짜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호창성 대표가 유죄일 경우 그를 업계와 분리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강도 높은 수술을 벌이며, 무죄일 경우 빠르게 정상화시켜야 한다.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지지와 비판은 우리 모두에게 명백한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