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벚꽃, 산수유 꽃이 만발한 요즘,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봄이 무르익고 있다. 이렇게 날이 따뜻해지면 기분 좋아지기는커녕 울상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주 진료실을 찾은 김재한 씨(32세, 남)가 그렇다. 회사원인 재한 씨는 늘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데, 점심시간이나 외근 시 잠깐이라도 바깥에서 활동하면 분비되는 겨드랑이 땀이 곤욕이라고 했다. 땀에 젖은 부분만 색이 짙어진 와이셔츠가 못내 부끄럽기도 하고 심하면 암내가 올라오는 것 같아 괴롭다는 것. 올해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일찍, 더 더운 여름이 올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재한 씨를 포함한 다한증 환자들의 고민이 깊다.

우리 몸이 체온조절을 하기 위해 땀을 분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하지만 다한증 환자들은 체온조절에 필요한 생리적인 양 보다 더 많은 땀을 분비한다. 1분에 50㎖ 이상 땀을 분비하는 경우 다한증 환자라고 규정하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 정확한 규정이 없어 본인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땀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면 다한증을 의심하고 관리하거나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

다한증 환자의 경우 손과 발, 얼굴, 겨드랑이 등의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난다. 특히 불편을 호소하는 부위는 겨드랑이다. 옷이 땀에 젖어 변색되고 찝찝한 기능적인 불편에 더해 사회적인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겨드랑이 땀은 악취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겨땀’ 환자들은 복잡한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안에서 기피대상 1호로 불리기도 한다.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에 피해가 커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한다.

겨드랑이 땀이 분비될 때 냄새도 함께 나는 이유는 겨드랑이 밑에 위치한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의 특징 때문이다. 아포크린샘에서 발생하는 땀은 단백질, 지방과 같은 유기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이 유기물이 피부 표면에서 그람 양성 세균(Gram Positive Bacteria)에 의해 분해되면서 불쾌한 냄새를 분출한다. 가벼운 다한증이나 액취증의 경우 겨드랑이를 자주 씻고, 꽉 끼는 옷보다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거나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데오드란트를 사용한 후에도 땀이 흥건하고 본인에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계속 암내가 난다는 말을 듣는다면 피부과 치료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교감신경 절제수술, 보톡스 주사, 발한 억제제 도포요법 등의 치료법이 있지만 최근 환자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치료법은 ‘미라드라이’ 치료법이다.

미라드라이는 수술 없이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극초단파를 이용해 땀샘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땀샘이 분포한 진피층과 지방 경계면에 극초단파를 쐬어 피부 속 물 분자를 진동시키면 55~56도의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땀샘을 없애는 원리다. 동시에 피부 표면은 냉각해 보호하기 때문에 피부 손상이 적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고 흉터가 남을 우려가 없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불쾌지수도 따라 올라간다. 땀이 많이 난다면 미리미리 다한증을 관리하고 또 필요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상쾌한 여름을 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