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국의 자연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터(David Slater)는 인도네시아 수라웨니(Sulaweni)섬에서 짧은 꼬리 원숭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때 원숭이들이 카메라를 뺏어가 셔터를 눌러대 동료 원숭이를 찍기도 하고 스스로 셀카를 찍는 등 수백장의 사진을 사진기에 담았다. 그 사진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찍기에는 너무도 생생한 장면들이 있었다. 사진 공유사이트인 위키메디아는 슬레터의 허락 없이 이 중 한 장의 사진을 공유사이트에 게시했다. 그러자 슬레터는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3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위키메디아는 저작권이 있다면 그 소유는 셔터를 누른 원숭이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이를 모면하려 했다. 슬레터는 그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이나 모든 조건을 설정했기 때문에 셔터를 원숭이가 눌렀다고 사진이 원숭이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판결은 결국 원숭이의 저작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저작권등록사무소는 2014년에 자연이나 동물 또는 식물에 의해 생산된 작품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인공 발명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 발명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가 발명을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많은 발명품이 컴퓨터 인공지능에 의해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화학과 생물학 영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원하는 물성을 가진 새로운 조성을 발명하는 일을 컴퓨터 인공지능이 맡고 있다. 인공 발명기술은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현격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는 인간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던 발명품들도 만들어낸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이해되지 않는 수를 놓았듯이, 인공 발명품은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죤 코자(John Koza) 교수는 2006년에 유전(Genetic)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발명 기계를 발명해서 특허를 취득했다. 이 발명 기계는 100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만든 네트워크 컴퓨터시스템이다. 이 발명 기계로 단지 저항과 캐퍼시터만을 가지고 증폭비가 두 배 이상인 회로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동안 모든 전기기술자들이 그런 회로는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NASA가 원하던 작은 크기의 우주선 안테나를 설계했는데, 전문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냈다. 이렇듯 컴퓨터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설계를 해내는 이유는 숙련된 기술자들은 전문가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편견 없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인공 발명기술은 엄밀한 의미에서 발명가들이 훨씬 발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공 발명기술이 부품을 선정하고 조건을 찾아내 최종 설계하는 중요 단계를 맡아 처리한다 해도, 발명가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공 발명 과정에서 일부는 사람이 개입해서 지적해주거나 선택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발명 과정을 자동차 운전으로 비유해보면 인간 발명가는 운전석에 앉아서 앞으로 전개될 미래 상황을 내다보고 기술적으로 이뤄야 할 목표를 잘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면, 인공 발명기술은 사람을 대신해서 조종간(操縱桿)을 잡고 최종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역할을 한다. 비록 자율운전 자동차가 모든 주변상황을 인지하여 스스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해도, 결국은 인간의 지시를 받게 되므로 기계와 인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상호작용하는 협동관계라 할 수 있다. 요술램프 속의 지니(Genie)는 알라딘이 소원을 빌어야 일을 하듯이 인공지능은 발명가가 시키는 대로 발명 활동을 할 뿐이다.

 

인공 발명도 소원을 빌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모든 발명가가 사용하게 될 인공지능 발명기술은 지금까지 인간이 활용해온 도구와 마찬가지다. 발명가들은 인공지능이나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도 망치, 자, 각도계, 계산자와 같은 문명의 도구들을 활용해서 발명 활동을 해왔다. 발명가는 전혀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내는 전문가다. 자연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밝혀내서 수학적 언어로 표현하여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고, 발명품의 성능을 예측하여 결국 새로운 구조를 설계해낸다. 아무리 간단한 발명이라도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발명 활동은 없다. 즉, 발명가는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장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동시에 발명가는 발명 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기도 한다.

원시인은 돌을 부수어 날카로운 날을 만들었고 그것을 이용해 쓰러진 나무를 깎아내어 강을 건널 배를 만들었다. 지식발명가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라는 발명 도구를 새로 만들어서 예전에는 꿈꿀 수 없었던 높은 경지의 발명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잠재력을 크게 높였다는 점을 간과한 걱정이다.

인공지능기술은 지금까지 인간 두뇌의 힘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었던 더 높은 차원의 복잡하고 훨씬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막강한 힘이다. 인공지능은 발명가들이 그동안 사용해온 낡은 도구들을 대체할 첨단 도구인 셈이다. 총체적으로는 인간과 컴퓨터가 협동하여 만들어낼 발명의 영역이 크게 확장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인간 발명가가 발명에 필요한 모든 세세한 조건이나 변수를 지정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은 인공지능에게 맡겨서 풀어야 할 문제를 구분해 주고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지시하는 고차원적인 일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해내게 된다. 그래도 발명의 저작권은 인공지능을 다루는 발명가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자율학습능력이 강화되면서 발명의 저작권에 대한 평가가 복잡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공지능 발명기술이 프로그래머가 만들어준 알고리즘의 함수로만 남아있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여 적응계수를 최적화 해간다. 비록 사람이 발명의 목적이나 과정을 지시한다 해도 발명의 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여 발명의 핵심 과정을 도맡는 경우로 바뀌고 있다. 이 경우 발명의 소유권이 작업 지시를 한 사람에게 있는지 인공지능 발명 기계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비슷한 사례로 연구실장이 새로운 초전도재료가 유망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연구자에게 관련 기술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시에 따라 연구원은 다양한 물질들을 합성해보고 실제로 원하는 물성을 찾아내는 실험을 도맡아서 수행하여 발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때 새로운 발명기술의 지적소유권은 연구실장에 있는지 아니면 담당 연구원에게 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연구실장의 지시는 인공지능 기계에 작업을 지시한 발명가와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인공지능의 발명품은 누구 소유인가?

컴퓨터가 발명해낸 작품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이지만 ‘원숭이 셀카’ 소송 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의 지적재산권 규정을 인공지능시대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 기술을 재무 관련 문제부터 암 진단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 만약 왓슨이 IBM 기술자가 아닌 협력기업의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서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낼 경우, 발명의 소유권이 왓슨을 소유한 IBM에 있는지 기술의 핵심을 설계한 협력기업에게 있는지 애매해진다.

물론 기술을 설계한 사용자에게 지적재산권을 주는 것이 기본 원칙 같지만, IBM은 재산권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는 단순히 정해준 발명의 경계나 요령에 의해 일했기 때문에 지시문을 작성한 사람이 발명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발명자가 되려면 발명하는 일을 직접 해야만 한다.

IBM 협력기업의 담당자는 실제로 발명의 상세한 작용을 알지 못하고 발명 활동을 직접 수행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2014년에 미국 저작권등록사무소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규정에서는, 인간 저자의 창의적인 입력이나 개입 없이 기계가 자동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발명의 작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작업 지시자에게 지적재산권을 줄 것인지, 발명의 작용을 도맡아 수행한 인공지능 주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주어야 할지 어려운 판결 문제에 봉착했다.

기업들은 경쟁사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선점해야 할 특허 기술 영역을 미리 기획하고 선행특허들을 촘촘히 만들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특허 기술들이 대부분 허위 기술이고 해당 기업에는 별로 활용가치가 없는 기술방어용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한다기보다, 오히려 다른 선의의 특허 출원자들이나 특허청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획발명기술들에게 지적재산권이 남발되고 있다. 컴퓨터의 자동 발명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실험적 증거도 없는 가상발명품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물론 컴퓨터가 만들어낸 발명품이 다른 특허들에 대한 선행성이 없거나 저작권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컴퓨터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과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적인 기준이나 의미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출판물도 마찬가지다. 기계의 저작물에 지적재산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와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