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의 ‘협업’은 비슷한 수요층을 공유하고 있는 서로 다른 브랜드끼리 각자의 인지도를 활용해 함께 진행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는 ‘제휴 마케팅’ 혹은 ‘짝짓기 마케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마케팅 초기에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협업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식품‧외식업계다.
CASE 1: 제품 × 제품
식품업계에서는 주로 제품과 제품의 콘셉트를 ‘섞는’ 방식으로 협업 마케팅의 유형을 보여준다. 동원F&B와 팔도는 각각 자사의 히트 품목인 참치와 라면을 조합한 요리법을 선보이거나 신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두 업체는 동원의 골뱅이와 팔도 비빔면을 조합한 ‘골빔면(골뱅이+비빔면)’, 그리고 참치와 비빔면을 조합한 ‘참빔면(참치+비빔면)’으로 공동 레시피 마케팅을 전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콘셉트의 조합에서 시작한 시도는 실제 제품 출시까지 이어졌고, 지난달 30일 동원-팔도는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 제품을 출시했다.
한편, 커피 브랜드 쟈뎅은 자사의 커피 제품과 크라운제과의 대표 히트 상품인 ‘쵸코하임’을 조합시킨 ‘까페리얼 쵸코하임라떼’를 출시했고, 매일유업은 농심 켈로그와 손잡고 플레인 요거트 ‘매일 바이오’와 시리얼을 조합시킨 ‘매일 바이오×켈로그’ 제품 2종을 출시했다.
CASE 2: 브랜드 × 브랜드
식품업계가 주로 제품을 협업한다면, 외식업계에서는 주로 브랜드 간의 협업 마케팅 형태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을 제휴사의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가 하면, 외식 업체 외에도 자동차‧IT‧출판‧엔터테인 산업과의 협업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빈(Coffee Bean)과 폴 바셋(Paul Bassett)은 각각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카페형 자동차 전시장을 운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할리스커피가 교보문고와의 협약을 통해 지난 2013년 오픈한 북카페 매장 할리스 라이브러리(HOLLYS LIBRARY)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마트는 지난달 2일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만든 PB 식품군을 선보였다. 소녀시대‧엑소(EXO)‧슈퍼주니어 등 SM의 대표 아티스트들의 사진이나 엠블럼을 탄산수, 초콜릿, 팝콘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품목의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이마트 관계자는 “서로 다른 플랫폼을 조합시켜 이전에 없던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외국인 한류 관광객들의 필수구매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 추구 vs 인지도 편승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협업 마케팅의 목적은 각 업체들의 서로 다른 특성을 결합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서비스)을 선보이는 차별화”라며 “대개는 기존에 많이 알려진 제품의 이미지나 브랜드가 활용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위험 부담감과 마케팅 비용을 현저하게 줄이는 일종의 ‘안전성 추구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업체들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몇몇 마케팅 전문가들은 “협업 마케팅 자체에 크게 문제는 없으나, 현재와 같이 특정 인기 브랜드의 인지도에 편승하는 일종의 ‘단순 브랜드 섞기’식 조합은 소비자들에게 자칫 뻔한 상술로 비쳐질 수 있다”며 협업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불황에 대처하는 임시 대응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지나친 의존은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