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물고 뜯고 나뒹구는 이른바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진 계파정치에 의해, 백성이라는 정치의 주체는 사라지고 권력을 추구하는 모리배들만 남아있던 조선왕조 후기의 정치는 독살로 인한 정조의 급사와 함께 외척의 세도정치로 이어져 국운은 8부 능선 너머로 기울어가고, 그 마무리 작업 역시 러시아와 일본 사이를 오가며 정권 해바라기를 하던 이완용과 송병준의 양 계파가 일본에 충성경쟁을 벌임으로써, 일만 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을 뻔했던 희대의 사건을 만들어 냈다. 서로 앞 다퉈 한일강제병합의 공을 세우겠다고 나섰던 이완용과 송병준의 양 계파가 나라가 망하는 데도 일조를 한 것이다.

실로 정치하지 않는 이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들이 계파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 우습기조차 한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목숨까지 내놓고 세자를 옹립하는 문제 등 커다란 문제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는 문제 등을 놓고도 파벌을 만들어 싸우는 것이 백성들에게 무슨 소용이 된다는 말인가? 그들이 말하는 문제라는 것은,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까닭이 없는 것들이다.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될 일을 자신들의 계파가 잘했다고 공을 세우기 위해서 문제를 위한 문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계파정치의 병폐인 것이다. 백성들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절대 계파는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정책을 만들어내고 그 정책이 과연 백성들을 위해서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를 가지고 논한다면 계파를 위해서 허비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정책을 위해서 싸우기도 바쁜데 계파싸움을 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공연히 할 일 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잔이나 기울이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욕이나 하다 보니 계파가 생기는 것이요,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다 보니 떨어졌다는 고물 줍기에 바쁘다 보니 밥그릇은 점점 커지고, 그것을 채우려는 욕심이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백성들을 위한 정책이 올바른데 그것을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계파정치의 폐단이 바로 그것이다. 백성들을 위해서 올바른 정치를 하고 싶어도 자신의 계파가 아니면 일단 반대하고 보는 것이다.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정당정치 자체가 계파정치라는 것은 아니다. 정당정치는 정당의 정강(政綱) 정책(政策)이 있고, 또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노선이 있다. 그것이 올바로 지켜진다면 백성들은 그 정당을 바르게 평가할 수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다. 어느 정당이든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강 정책이 확고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백성들에게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여·야가 바뀌면 어제는 자신들이 지지했던 일들을 그 손으로 뒤집으려 한다. 도대체 이 정당이 추구하는 정강 정책이 무엇인지가 애매모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치 선조 때의 신진 사림들이 그랬듯이 일단 정권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 사람이 바뀐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백성들을 위해서 일할 듯이 하던 이들이 권력이라는 의자에 앉기만 하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이 허다하다.

그뿐인가? 선거철만 되면 실행하겠다는 공약(公約)을 마구 쏟아 내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 거짓 약속으로 전락하는 공약(空約)으로 바뀌는 것을 백성들은 수도 없이 지켜보았다.

백성들이 정치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계파정치는 언젠가는 그 종말을 고한다. 그런데 그 종말이 그런 정치를 했던 그들에게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런 정치인들과 같은 시대를 살며 그들에게 정치를 맡겼던 백성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런 정치인을 솎아냄으로써 이 나라 정치가 계파정치가 아니라 정당정치를 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계파정치를 하는 이들의 손에 정치를 맡겼다가는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울 것이고, 설령 나라가 존속한다고 해도 백성들이 잘 사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물려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대 범죄를 짓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릇된 정치인들이 정치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투표라는 무기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