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에 따라 주택연금 지급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금융학회는 지난달 31일 ‘주택연금을 통한 남성과 여성 은퇴자의 장수리스크 비교분석’ 보고서를 통해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에서 남녀 간의 장수리스크 차이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에 비해 더 길기 때문에 동일한 은퇴 자산 및 투자 전략을 보유하더라도 은퇴 후 연간 가능한 소비가 남성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란 은퇴시점까지 축적한 자산을 안정적인 소득 흐름으로의 전환(decumulation)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위험을 뜻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고령인구 증가와 기대수명 증가로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장수리스크의 증가는 개인의 은퇴 후 생활수준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연기금 및 생명보험사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금융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수리스크는 개인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분야와 연금산업과 금융 시장분야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를 대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부터 주택연금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있다. 

한국금융학회 여윤경 연구원은 “주택연금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장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지속하게 해주는 혜택, 즉 장수리스크를 감소시켜주는 것이다. 즉 주택연금을 구입한 개인은 자체적으로 자산을 유동화하여 소비하는 자가연금화(self-annuitization) 대신 주택연금을 통해 종신으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장수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학회의 연구 결과 주택가격의 일정 수준을 은퇴 기간 중 총주거비로 가정할 경우, 주택연금은 남녀 모두에게 장수리스크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해마다 다양한 유형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 연구원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남녀 고령자 독신가구와 고령자 부부의 다양한 연령조합 등에 관한 정보를 연금지급구조에 정밀하게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령층과 주택가격이 높은 집단에서 남녀 차이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러한 집단을 위한 보다 정교한 연금지급 구조의 개발과 함께 새로운 주택연금 상품 설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주택금융공사

한편 현행 주택연금의 장수리스크 완화효과는 남성 독신가구 보다 여성 독신가구에게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여성 독신가구가 남성에 비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동기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남성에 비해 장수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주택연금은 장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은퇴 전략 중 한 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