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테슬라

테슬라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모델3를 전격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현재 예약판매 기준 25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박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모델3는 전작 주력 모델에 비해 가격을 절반에 가까운 3만5000달러로 책정됐으며 파노라마 형태의 글래스 루프와 5인승을 지원한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대시보드가 여전히 탑재되었으며 제로백(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6초에 불과하다. 급속충전이 가능하며 한 번 충전으로 356km 주행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모델3에 열광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테슬라의 전기차가 온 세상을 뒤엎을 기세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 말에야 차량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1000달러를 예치하며 길게 줄을 늘어섰으며, 예치에 성공했다는 공지가 담긴 문자를 경쟁적으로 SNS에 올리며 자랑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의 비전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말해 전기차가 자동차 업계의 핵심으로 단기간에 부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모델3의 등장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

▲ 출처=테슬라

전기차의 역사에 등장한 이단아
전기차의 역사는 가솔린 자동차의 역사보다 길다. 1830년대 스코틀랜드의 앤더스경이 원유전기마차를 만들었던 것을 시초로 보는 시각도 있으며,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전기차는 유럽을 중심으로 나름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1898년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는 포르쉐의 첫번째 전기차 ‘Egger-Lohner electric vehicle, C.2 Phaeton’를 제작하기도 했다. 2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되어 5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했지만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차 무게가 1800kg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이후로도 비전은 이어졌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전기박람회에서는 구스타프 트루베가 삼륜전기자동차를 선보였으며1942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은 현대적인 형태의 전기차를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 인기는 1910년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기차는 이후 등장한 가솔린 자동차의 위력에 눌려 그 인기가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발견되며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크게 내려갔고, 컨베이어 벨트의 개념을 고안한 헨리 포트가 가솔린 자동차 대량생산에 돌입하며 권력의 추는 급격히 기울었다. 여기에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인 배터리의 무게, 충전시간 및 낮은속도 등이 원인이 되어 결국 전기차의 인기는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반전이 벌어졌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파문이 있기 전부터 꿈틀대던 전기차의 비전이 테슬라를 이끄는 앨런 머스크의 손에서 격렬하게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GM과 낫산 등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가운데 앨런 머스크의 태슬라는 일약 전기차 시장의 맹주로 부상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현재 로드스터, 모델S, 모델X를 2008년과 2012년, 2015년에 공개했다. 현재 로드스터는 단종된 상태며 30개 나라에서 2500대 판매에 그쳤으나 테슬라의 혁신적인 꿈을 실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모델S는 프리미엄 전기차로 자리매김하며 현재의 테슬라를 만들었으며 모델X는 펠켄도어를 도입해 전기차의 묵직함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테슬라는 미래 자동차의 막연한 형태 중 하나인 전기차의 미래를 빠르게 현실과 연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0년대까지 이어진 오래된 전기차의 새로운 부활이다.

모델3의 등장이 말하는 것
모델3는 향후 연간 50만대 판매생산을 목표로 삼은 테슬라의 야심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닛산 리프 등의 주행거리가 200km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능적인 측면에서도 목표의식이 뚜렷하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미래의 차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현실의 자동차다.

하지만 모델3의 등장은 다양한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여럿 보여준다. 일차적으로는 전기차의 미래비전을 확실히 잡아내며 기존 업계와의 긍정적인 경쟁을 예상하게 만들지만, 사실 더 큰 화두가 자리잡고 있다.

먼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지난달 22일 LG경제연구원의 '자동차의 서비스화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업계는 영역의 파괴와 다양한 합종연횡이 어지럽게 벌어지며 소위 사용자 경험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올해 초 리프트(Lyft)에 5억달러를 투자한 GM의 사례와 포드-고드라이브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며 일종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힌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사용자 경험 확장에 있어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확용하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거대한 계획의 일부로 지금까지의 플레이어들이 핵심으로 삼았던 자동차를 삼는다는 뜻이다. 제조업의 위기와 기존 산업을 뒤덮은 불안감, 이에 따른 필연적인 혁신의 기회를 잡아내기 위해 거시적 마스터 플랜의 일환으로 전기차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출시함과 동시에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와 솔라시티, 기가팩토리(Gigafactor)를 연결해 에너지 인프라의 가능성을 잡아내기도 했다. 가정용 배터리인 파워월(Powerwall)과 기업용 배터리인 파워팩(Powerpack) 출시다 단적인 사례다. 이를 중심으로 부가적인 파생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장면도 극적이다. 우주항공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는 솔라시티의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정론이지만, 앨런 머스크를 중심으로 삼는 촘촘한 인프라 구축 산업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 출처=테슬라

정리하자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바탕으로 단순한 이동이 아닌 개인의 사용자 경험을 자동차의 영역으로 확장했으며, 이 대목에서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슈퍼차저의 인프라를 거점으로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어낼 수 있으며 솔라시티로 대표되는 에너지 혁신과 기가팩토리의 리튬이온 배터리 경쟁력을 결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촘촘하게 세워둔 경쟁력이며, 인프라 산업에 진출하는 GM이 보여주는 최근의 방향성과도 닮았다. 전기차는 이 대목에서 철저하게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거시적 마스터 플랜의 일환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론은 기타 ICT 기업들도 주목하는 지점이다.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애플이 스마트폰 이상의 플랫폼에 집중해 자동차에 뛰어드는 배경이며, 자율주행차를 선도하는 구글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의 시대를 넘어가면 사용자 경험의 각자의 기기에 연결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초연결의 서비스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의 플랫폼화, 테슬라의 전기차 접근법이 흥미로운 이유다. 시스코에 따르면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수는 2020년에는 500억대에 이르며 가정에서 연결된 기기수는 2020년까지 최소 50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모델3를 공개하며 마치 스마트폰처럼 예약판매를 실시하는 한편, 예치금을 걸어 크라우드펀딩의 방식과 비슷한 방향성을 잡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는 자동차 업계의 방법론이 아닌 IT업계의 방식과 비슷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접점이 등장하는데, 바로 기존 IT기업들의 자동차 업계 진출이다.

앨런 머스크라는 인물 자체가 IT업계의 인사로 여겨지며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대목과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자동차에 집중하는 애플 및 구글의 행보는 한가지 예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바로 자동차 업계의 권력이동이다. 아직 성공을 말하기는 그 여파가 미비하지만 최근의 눈에 들어오는 분위기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 출처=위키미디어

모델3의 등장, 앨런 머스크 중심으로 이해하자
냉정하게 말해 전기차는 자동차 업계의 중심이 아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일어나고 있지만 전체 판도를 바꿀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미래 자동차가 반드시 전기차로 수렴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위험하다. 1920년대 사람들이 지금 전기차 열풍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또 시작이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은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며 폭스바겐 사태까지 적절하게 터진 상태에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는 상태다. 정부의 보조금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미래차는 연료적 측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도하는 수소차가 될 수 있으며 비약하자면 원자력 자동차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전기차의 미래를 선언하는 순간 분위기가 미묘해진다. 자동차의 플랫폼화가 빨라지며 ICT기업들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측면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시장의 유통흐름도 변할 수 있고 그 이상의 변화도 당연히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패러데이퓨처가 등장하며 미국식 머슬카의 전형을 말하는 등 타겟의 세분화까지 벌어지고 있고 현지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 출처=패어데이퓨처

자동차 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성장했으며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15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미국의 판매량을 앞선 22만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테슬라, 특히 앨런 머스크를 중심에 둔 전기차 로드맵의 무서움이다. 앨런 머스크는 기가팩토리와 솔라시티를 정점으로 삼아 배터리 문제 및 연료적 측면에서 미래의 비전을 확보하며 슈퍼차저 등의 거점 인프라까지 적절하게 노리고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전형인 교통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도 눈길을 끈다. 고속전철보다 빠르지만 건설비는 훨씬 싼 초고속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HyperLoop)에 집중하며 중부 캘리포니아에 1억 달러를 투자, 5마일 길이의 테스트 트랙건설까지 예정된 상태다. 심지어 수직이착륙 전기비행기까지 넘보고 있다. 이러한 교통에 대한 관심은 앨런 머스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에너지 기업, 더 나아가 인프라 기업으로의 비전을 보여준다.

▲ 하이퍼루프. 출처=위키미디어

이 지점에서 앨런 머스크의 테슬라는 모델3를 출시하며 중저가 전기차 시대까지 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용자들이 저렴한 스마트폰이 아닌,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지점에 착안해 말 그대로 진입장벽이 낮은 모델3가 등장했다. 이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테슬라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줄 전망이다.

모든 것이 앨런 머스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기간산업의 파급력이다. 초연결의 시대는 필연적이며, 이를 연결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은 추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확실하게 접점을 마련할 개연성도 높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첨병으로 자동차가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ICT 기업들의 업계 진출을 제대로 설명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생태계 전략도 고무적이다. 전기차 관련 특허를 모두 풀어 에코 시스템 구축에 열의를 보였던 테슬라는 후발주자들의 등장을 분명히 반기고 있다. 패러데이퓨처의 등장이 대표적이며, 기존 완성차 업체의 관심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에는 스위스 스쿠터 제조사인 마이크로모빌리티시스템이 1950년대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인 이소가 선보인 자동차를 새롭게 재해석한 전기 자동차로 부활시키기도 했다.

다만 일말의 불안도 남긴다. 먼저 앨런 머스크와 테슬라의 비전은 훌륭하지만, 역시 유동성 불안이 문제다. 지난해 테슬라는 막대한 연구개발로 9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여전하다. 또 전기차가 반드시 미래의 자동차로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그 주인공이 테슬라가 아닐 수 있다. 시장의 마중물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리스크가 자율주행차의 영역으로 옮겨가면 두 가지 측면에서 라이벌을 만날 전망이다. 하나는 기능적 차원에서 미래자동차를 준비하는 구글과의 전쟁, 또 하나는 하드웨어 기술 상향 표준화의 바람을 타고 테슬라에 'Fuc*'을 날리는 지오 핫같은 사용자 경험의 화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모델3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전망이다.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올린다는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강력한 인프라 구축 및 파생사업의 여지까지 남겼다. 테슬라가 내비게이션 업체를 입수하거나 개발해도 전혀 놀랍지 않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저장장치, 이어진 자동차 플랫폼화의 미래라는 거시적 로드맵이 연결될 경우 시대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테슬라가 아닌, 앨런 머스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