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손목 위, 왠지 모를 허전함도 스마트워치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시계의 자리가 줄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계의 대부분은 한계에 도전하기를 반복한 끝에 기어이 손목 위 소우주를 세운 것들이다. 그래서 좋은 시계의 주인들은 가격을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곤 한다.

▲ 레퍼런스 57620의 계보를 잇는 의미심장한 유니크 피스.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이 세상에 단 한 점뿐인 유니크 피스에 심취해 있다. 지난해 57개의 컴플리케이션으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에 ‘등극’한 레퍼런스 57260의 영향이 크다. 이 수퍼 워치의 계보를 잇는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혼천의 투르비옹(Maître Cabinotier retrograde armillary tourbillon) 모델이 등장했다. 제네바 홀마크를 획득한 이 시계는 레퍼런스 57260을 만든 3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 팀의 손에서 나왔다. 그들은 레퍼런스 57260의 2가지 메인 컴플리케이션인 혼천의 투르비옹과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인디케이션을 새로운 시계에도 적용했다. 45.7mm의 화이트골드 케이스를 통해 칼리버 1990 무브먼트의 매혹적인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행운아는 전세계를 통틀어 단 한 명이다.

▲ 다이얼 옆면의 무브먼트 디스플레이.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2015년 9월 17일, 바쉐론 콘스탄틴은 장장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품고 있는 기념비적인 시계를 발표했다. 메종의 아틀리에 캐비노티에 워크샵에서 일하는 3명의 마스터 장인들이 장장 8년간 심혈을 기울인 이 걸작은 창립 260주년인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이 수퍼 워치 한 점에 집약된 방대한 연구와 다양한 테크닉은 워치메이커 자신들에게도 영감의 보고이자 신제품 개발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후문.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혼천의 투르비용 역시 57260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제품으로 레퍼런스 57260의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인디케이션과 혼천의 투르비용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리메이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다이얼 옆면에 창을 낸 신선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덕분에 시계를 풀지 않고도 NAC 코팅된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테크닉과 주문 제작 노하우의 정수를 선보이는 매트르 캐비노티에 컬렉션 소속이다.

▲ 사뭇 다른 분위기의 케이스와 백케이스.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일일이 수공 제작된 칼리버 1990 무브먼트는 바쉐론 콘스탄틴 매뉴팩처에서 개발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모두 마쳤다. 인스턴트 플라이백 기능의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시와 분은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경이로움을 준다. 육안으로 미처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핸즈가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이를 위해 티타늄처럼 매우 가벼우면서도 저항력 있는 소재를 썼다. 레트로그레이드 핸즈의 깃털처럼 가볍고 빠른 리액션과 대조적으로 구체형 밸런스 스프링을 갖춘 혼천의 투르비옹은 그 움직임이 우아하기 짝이 없다. 이 투르비옹은 9시 방향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돔 아래서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영구히 회전한다. 18세기의 프랑스 워치메이커인 앙티드 장비에르가 개발한 천문학 시계의 혼천의를 베이스로 만든 까닭에 ‘혼천의 투르비옹’이란 태그가 달렸는데, 요즘 시계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귀한 형태이다.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 소재에 메종의 말테 크로스 엠블럼을 새긴 투르비용 캐리지는 투르비용이 회전하는 매 15초마다 정렬된다. 이 혼천의 투르비옹은 극도로 정확한 타임 키핑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 매뉴팩처에서 작정하고 만든 초경량 이스케이프먼트는 시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대폭 향상시켰는데, COSC(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기관)가 지정한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정밀도는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인디케이션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됨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이다.

▲ 모던한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칼리버 1990 무브먼트.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혼천의 투르비옹의 또 다른 미덕은 무브먼트의 건축 구조와 마감 처리에 적용한 모던한 스타일링이다. 칼리버 1990은 진회색에 NAC로 코팅하고 전기도금해 세련된 광택이 흐르는 미러 폴리싱 효과를 낸다. 다이얼 옆면, 무브먼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예리하게 커팅되고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선버스트 새틴 질감 처리한 무브먼트의 모던한 구조를 감상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짜릿하다. 뒷면은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마감하여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돋보여 앞면과 신선한 대조를 이루는 듯하다. 여기에 더해 시계의 모든 모서리를 챔퍼링으로 마감했는데, 여기에만 130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두 개의 다이얼에 디스플레이된 인디케이션은 베이스 플레이트를 부분적으로 가리는 한편 무브먼트의 세련된 윤곽과 마감 처리를 드러낸다. 오른쪽에는 레트로그레이드 시와 분 핸즈가 화이트골드 아워 마커와 블랙 컬러의 미닛 스케일 위에서 멋진 반원형을 그리고 있다. 투르비옹 캐리지에서는 은도금을 한 디스크 위의 세컨즈 포인터를 볼 수 있다. 그 밑으로 ‘혼천의 투르비옹’ 글자 위에 제네바 홀마크가 인그레이빙되어 이 시계가 가진 최상의 퀄리티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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