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야구 팬들에게 겨울은 분명히 ‘잔인한’ 계절임에 틀림없다. 삶의 활력소가 없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2016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바로 오늘 개막된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뛰어나건, 부진을 면치 못하는 팀이건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 경기장의 뜨거운 응원 열기, 그리고 혼신을 다한 선수들의 플레이는 팀의 빼어난 성적이 아니더라도 야구팬들을 충분히 ‘미치게’ 만든다. 특히 지난 2015년 시즌의 경우, 제 10구단 kt 위즈가 1군 팀으로 정식 등록되면서 정규 경기가 144게임으로 늘어났고, 야구 팬들은 재미를 한층 더했다.

지난해 정규 시즌 끝머리에서 일곱 차례 선보였던 ‘소소한 야구이야기’ 베이스볼 리뷰. 그때 미처 담지 못했던 야구 이야기들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베이스볼 리뷰의 목표는 단순하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야구를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각설하고, 2016년 베이스볼 리뷰의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신생 팀들의 2년차 징크스’다.

신생 팀들의 ‘2년차 징크스(Sports illustrated cover Jinx)’

프로야구의 ‘2년차 징크스’는 특정 선수(혹은 팀)이 데뷔 첫 해 좋은 성적을 거둔 이후, 두 번째 해의 성적이 부진한 경우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Sports Illustrated cover jinx)’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수한 성적으로 스포츠 잡지의 표지(Cover)에 실린 선수나 팀의 다음 시즌 성적이 나빠지는 것을 빗댄 말이다. 물론 공식과 같은 법칙은 아니며 이를 극복한 수많은 성공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35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 팀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과연 한국 프로야구의 신생 팀들은 2년차 징크스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는 경우가 많았을까 아니면 ‘시원하게’ 징크스를 깬 경우가 많았을까.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신생 구단’의 기준이다. 현재의 10개 구단 중 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온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딱 두 팀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머지 8팀이 어느 시점에서는 신생 구단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해체된 구단의 인수로 ‘재창단’된 경우가 아닌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새로 만들어진 신생 구단은 총 4팀(86년 빙그레 이글스‧91년 쌍방울 레이더스‧2013년 NC 다이노스‧ 2015년 kt 위즈)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 드리겠다.

현 프로야구 구단들의 기원 

▲ 출처= 각 구단 홈페이지

- 두산 베어스 (원년의 OB 베어스, 1999년 두산베어스로 팀 명칭 변경), 
- LG 트윈스 (원년의 MBC 청룡, 1990년 LG 그룹의 구단 인수로 팀 명칭 변경),

- KIA 타이거즈 (원년의 해태 타이거즈, 2001년 기아자동차의 구단 인수 팀 명칭 변경)

- 넥센 히어로즈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 → 1985년 청보 핀토스 → 1988년 태평양 돌핀스 → 1995년 현대 유니콘스 → 2008년 우리 히어로즈 → 2010년 넥센 히어로즈로 팀 명칭 변경) 

- 한화 이글스 (86년 창단 빙그레 이글스 → 94년 한화 이글스로 팀 명칭 변경)

- SK 와이번즈 (91년 창단된 쌍방울 레이더스 → 명목상으로는 팀 인수가 아닌 신생 팀 창단을 표방하지만, 2000년 창단 당시 팀 해산으로 계약이 해제된 쌍방울 선수 50명을 전원 영입해 사실상 쌍방울의 계보를 이은 것으로 볼 수 있음)  

- 삼성 라이온즈 (원년의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원년의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즈의 경우,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속 선수 0명’에서부터 ‘생’으로 창단한 다른 신생팀들의 조건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신생팀의 명단에서는 살포시 제쳐 놓기로 한다. 

설명이 다소 길었다. 그러면 역대 신생팀들의 1군 첫 연도 성적과 2년차 연도 성적을 비교해보자.

▲ 출처=KBReport, 나무위키

창단이 가장 빨랐던 빙그레 이글스의 첫 시즌(1986년)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2승 1패(승률 0.667),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7팀 중 7위였다. 그러면 2년차 시즌에는 어땠을까? 시범경기는 6경기 3무 3패,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7팀 중 6위에 오르며 첫 해 보다는 나은 성적을 보여줬다.

▲ 충처=KBReport, 나무위키

두 번째로 창단된 쌍방울 레이더스의 첫 시즌(1991년)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5승 1패(승률 0.833),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8팀 중 6위였다. 2년차 시즌에는 시범 12경기 2승 9패(승률 0.208) 정규시즌 성적은 8팀 중 8위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완벽한’ 2년차 징크스다.

▲ 충처=KBReport, 나무위키

다음 신생팀은 쌍방울 이후 22년만인 2013년에 창단된 NC다이노스다. NC다이노스의 첫 시즌 시범경기 성적은 12경기 5승 1무 6패(승률 0.455)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9팀 중 7위였다. 이후 두 번째 해 정규시즌에서 NC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며 시범경기 5승 2무 4패(승률 0.556), 정규시즌에는 1군 진출 두 번째 해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 9팀 중 3위에 오르는 ‘괴력’을 보여줬다. 2년차 징크스를 완벽하게 무시한 케이스다.

▲ 충처=KBReport, 나무위키

마지막 신생팀은 지난해 1군에 합류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시대를 연 kt 위즈다. kt 위즈의 첫 시즌 시범경기 성적은 12경기 4승 8패(승률 0.333),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10팀 중 10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6년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시범경기에서는 16경기 10승 1무 5패(승률 0.667)로 2위에 오르며 정규시즌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올 시즌 2년차를 맞는 kt는 과연 2년차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련의 경우를 봤을 때, 역대 한국 프로야구 신생 팀들에게는 ‘2년차 징크스’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새로 창단된 모든 팀의 성적을 비교하면 결과는 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위에서 설명한대로 엄격한 의미의 ‘신생 팀’들에게는 말이다.

 

▲ kt 위즈의 홈구장. 수원 kt 위즈파크. 출처= kt 위즈

뚜껑은 열어봐야 알고, 야구는 9회까지 봐야 안다고 했다(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2년차 징크스의 확률이 90%라고 해도 그것을 당당하게 깨부수는 재미가 일어나는 곳이 야구장이다. 그 치열하고, 열띤 야구 축제가 오늘 시작된다. 신생 팀에게는 본래 실력을 증명하는 기회로, 지난해 하위권이었던 팀에게는 반전의 기회로, 상위권 팀에게는 우승을 향한 도전으로 다가올 2016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현장에서 뜨거운 응원으로 화답하면 된다.

전국의 야구 팬들이여, 올해도 다시 한 번 야구에 미쳐보자!  
   

▲ 2016 한국 프로야구 캐치프레이즈. 출처=K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