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구라(거짓말의 은어)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배웠냐?” 

                                                   - 영화 <타짜> 中 ‘아귀’의 대사 -

타인을 해하려는 악의적인 거짓말의 대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명대사다. 악의적 거짓말의 범죄학적 해석을 우리는 '사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거짓말이 꼭 다른 이를 해하는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누가 봐도 즐거움을 위한 의도가 보이는 거짓말들이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관심을 집중시킨다. 오래전부터 유통업계에서는 4월 1일 만우절을 활용한 여러 가지 ‘거짓말’ 이벤트들을 선보여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거짓말들이 SNS와 온라인을 장식했고, 이는 다양한 의견들로 해석됐다.

▲ 출처=G마켓 페이스북

온라인 마켓에서 G마켓과 11번가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그래서 서로간의 신사업 전략이나 서비스 론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물론 각 담당자들은 그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만) 그러한 경쟁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도중, 4월 1일이 되자마자 G마켓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재미있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더 재미있는 것은 11번가 페이스북 관리자도 위와 같은 G마켓의 상황극을 댓글을 통해 그대로 받아줬다는 것이다. 그런 덕분인지 해당 게시물은 1만6천번 이상의 ‘좋아요’와 15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 분명 수익적 측면이 의도된 마케팅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며 오픈마켓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G마켓 마케팅 담당자는 “경쟁사 간의 묘한 긴장관계를 ‘썸’타는 남녀관계에 빗대 웃음으로 승화시켜보자는 취지의 기획을 제안했고, 11번가에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1번가 마케팅 담당자는 “많은 분들에게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G마켓과의 공조로 이벤트를 진행했고 반응이 좋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팔도에서는 SNS 게시글을 통해 신제품의 출시를 알렸다. 소개된 제품은 기존 자사의 히트상품인 ‘비빔면’ 콘셉트를 적용시킨 ‘비빔밥’이었다. 게시물에서는 제품 이미지와 내용물까지 공개됐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게시물이 업로드된 만우절 날짜를 확인하고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 출처= 팔도 페이스북

이유인 즉, 팔도는 지난해 만우절 기존의 비빔면보다 양이 많아진 ‘비빔면 1.5’ 출시로 장난을 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진짜로 20% 증량된 ‘팔도 비빔면 1.2 한정판’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팔도 관계자는 “‘비빔밥’은 지난해의 ‘비빔면 1,5’에 이은 만우절 이벤트로 제품화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올해의 반응도 좋아 회사에서도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면 어떨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놓았다.          

CJ몰은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의 끝판왕을 가려보자!”는 취지의 '구라왕 콘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허언증 놀이’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담은 사진(구라샷)을 CJ몰 앱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면 재미와 아이디어 심사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증정한다. 본 이벤트를 기획한 CJ오쇼핑 관계자는 “만우절을 맞아 최근 유행하고 있는 ‘허언증 놀이’를 콘테스트 형식으로 꾸민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실 유통업체들이 기획했던 수많은 만우절 이벤트들은 ‘관심 환기’를 통한 ‘수익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웃고 즐기자는 의도의 만우절마저도 결국 업체들의 상술에 이용되는 것이 안타깝다”거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만우절 이벤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지적대로 만우절을 이용한 지나친 상술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모두가 웃고 즐거워하자는 이벤트들의 기본 취지를 소비자들께서 너무 나쁘게만 해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