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교육 장면 / 출처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슬픈 과거’를 지녔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경험했던 것. 사상자가 나왔다. 3년여가 지났다.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사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안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업체 측의 다짐이다.

‘캐빈승무원’ 성장기

아시아나항공 교육훈련동을 찾았다.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했다. 사고 이후 대대적인 증축 작업을 거쳤다. 1만5032㎡(4547평) 부지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훈련장이 들어섰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현실은 달랐다. 승무원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는 장면이 눈길을 잡았다. 교관 1인당 훈련생을 7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 뒤따랐다. 효율적이고 집중력 있는 훈련을 위한 ‘결단’이었다.

“국토부가 정한 규정을 따를 경우 교관 1인이 승무원 15명까지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교육생을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단순히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닌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조치죠. 솔직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교관들 역시 비행에 투입돼야 할 승무원들이니까요.” 현장에서 만난 한 교관이 건넨 말이다.

▲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교육 장면 / 출처 = 아시아나항공

모형 항공기 내에서 비상탈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승무원들이 비상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 여유롭고 당찬 행동으로 일관했다. 의아했다.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프로’다웠다.

비밀이 있었다. 이들은 정기훈련을 받으러 온 ‘베테랑’들이었던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객실승무원 경험이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훈련과 주기별로 실시하는 정기훈련이다. 초기훈련을 이수한 승무원이라고 해도 자격 유지를 위해서는 12개월 기준으로 적격기간 내에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안전교관들은 항공보안, 위험물, 기종훈련자격 등 안전 분야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같은 국제교육기관의 전문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훈련은 22개 과목을 총 189시간에 걸쳐 이수하는 과정이다. 심사 방법 역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한 교관은 실제 승무원 합격 이후에도 관련 과목을 적절히 이수하지 못해 ‘짐을 싸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10명 중 1명꼴로 자격 미달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부연이다.

▲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교육 장면 / 출처 = 아시아나항공

다양한 특수 학과장이 있었다. 비상탈출 훈련부터 소방 체험, 항공보안실습, 기내 탑재 비상장비 실습, 승객브리핑 연습, CPR 및 응급처치 실습 등을 할 수 있었다. 안전 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공간도 많았다. ‘이미지메이킹룸’, ‘외국어학과장’ 등이 눈길을 잡았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승무원 훈련과정에 대한 항공훈련기관(ATO) 인가를 취득했다. 캐빈승무원 안전훈련 시설과 전문교관인력 및 훈련프로그램의 적합성과 우수성을 국가로부터 인증받았다는 뜻이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거둔 쾌거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외 경쟁사의 승무원 훈련을 위탁받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훈련을 받고 있던 한 교육생에게 물었다.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10년 가까이 비행 경험을 쌓은 승무원에게 과연 이 같은 교육이 도움이 될지 궁금했다. 의외로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매뉴얼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기적인 훈련을 통해 반복적으로 체득한 사람은 다릅니다. 긴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죠.”

▲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교육 장면 / 출처 = 아시아나항공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교육동 곳곳에 비행기 모형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종실 모형부터 객실 모형까지 다양했다. “각 장비들의 가격은 대부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합니다. 교육동에 객실 모형을 들여오기 위해 벽을 모두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한 적도 있죠. 회사의 경영 상황도 중요하지만 항공사로서 기본적으로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최우선 가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책임지기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