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조선족 이민 적극 허용’을 주장해 잠시 논란이 벌어졌다. 그의 주장은 이러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저출산·고령화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 출산율이 최악일 때 1.2명이었는데, 우리나라는 1.08명까지 떨어졌다. 내년부터 생산인구 감소세가 시작되니 대책으로 조선족 이민을 대거 받아들이자.”

김 대표의 발언은 즉각 “조선족이 아이 낳는 기계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후 그가 주장을 철회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구상을 가다듬으며 향후 여당 정책에 반영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려진 게 없다.

원론적으로 보면,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 생산력(노동력)이 부족해져 생산 및 수출이 감소한다. 납세자가 줄어드니 세수도 준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하지만 그 대책으로 출산율을 일시에 높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급한 대로 이민자를 늘리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것이고, 다수의 경제전문가들도 수긍하는 사항이다. 지난해 유럽으로 난민이 몰렸을 때,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겉으로는 인도주의를 내걸었지만 내심 이 같은 계산 하에 난민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민자 확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유-무형의 비용을 수반한다. 이민자를 늘리게 되면 그들의 사회정착과 다민족간 동질화를 위해 교육-행정-복지 부문의 직접적인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무분별한 이민 확대 이후 유럽 국가들에서 보듯 심각한 내부 갈등과 치안 불안 등 사회적 비용도 초래된다. 단기적으로는 이민 확대정책이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생산인구 감소의 대책은 오로지 생산인구의 증대 뿐인가.

일단, 생산인구 감소와 생산력 감소는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산인구가 줄더라도 생산력을 유지할 방법은 여럿 있다. 지금도 생산인구가 모두 생산현장에 투입돼 있는게 아니다. 출산과 함께 직장을 떠나 양육에 매달려야 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육시설 확충 등으로 이들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다. 근자에는 은퇴로 사장(死藏)될 것으로 여겼던 베이비부머들이 속속 생산현장에 복귀하고 있다. 이들이 적재적소에 재배치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줄 방안을 찾으면 된다.

3D 업종에는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는데, 이 역시 정부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낙후된 복지, 낮은 급여 등에 대한 직접적 지원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식하게 됐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로봇이 곳곳에서 생산력 공백을 메워줄 것도 같다.

정작 생산인구 감소가 두려운 이유는 생산력 감소가 아닌 내수 부진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모타니 고스케 일본정책투자은행 고문도 저서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동아시아 펴냄)에서 “생산인구의 감소를 노동력의 감소가 아닌 소비자의 감소로, 생산력의 감퇴가 아니라 내수의 감퇴로 파악해야 경제회복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모타니 고스케 고문은 외국에서 '생산자'(이민)를 들여올 것이 아니라 '소비자'(관광객)를 불러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국서 온 '소비자'들이 내수확대에 직접 기여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과 단기 체류객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나아가 관광객 1인당 소비액과 체류기간을 늘리라고 말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를 머릿수가 아닌 최종소비액 규모로 설정해 관리하고, 재정과 인력 투입을 집중하자는 뜻이다. 그는 일본이 뒤늦게 관광청을 설치하며 관광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일본정부관광국의 경우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의 의지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통할 내용이다.

관광의 효과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관광은 그 효과가 제조업을 뛰어넘는다. 관광수입은 대부분 인건비로 돌아간다. 수입원재료를 가공-판매하는 수출제조업이나 박리다매의 소매업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높다. ICT보다 투입자본은 적고 고용유발효과는 훨씬 크다. 동시에 출산율 제고나 이민 확대보다 유력한 내수 진작책이자 경기회복의 최대 동력이 될 수 있다.

관광은 지금 미래산업이다. 다행히 그간의 우려와 달리 한류의 영향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이런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본지가 누차 강조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것은 미래부가 아니라 관광부이다. <본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