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유통업체들이 펼치는 모든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인식 전환을 통한 장기 고객의 확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유통가의 ‘최저가 경쟁’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정 구매 루트의 판매 가격이 저렴하다고 인식하게 만들고 이후 다른 제품들도 같은 곳에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용 측면의 접근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항상 가격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업체 간 판매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비슷하다고 판단될 경우, 소비자들은 더 ‘특별한’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감동 마케팅’이다.

작은 배려, 고객 마음 움직이다 

직장인 김민규 씨(가명, 34)는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정기적으로 기저귀를 구매한다. 비용이 부담되는 부분이 있어 처음에는 필요할 때마다 검색을 통해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구매했다. 배송 받을 때마다 구매처가 바뀌었지만,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 귀찮음을 감수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쿠팡에서 기저귀를 주문했는데, 배송 직원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후, 민규 씨는 기저귀뿐만 아니라 분유까지도 계속 쿠팡에서 구매하게 됐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출처=쿠팡 고객 제보

 배송 직원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에 아이가 잠이 깨 울음을 터뜨려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던 민규 씨는 이러한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물론 배송 직원이 이를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고객의 의사를 꼼꼼하게 묻는 것 자체가 고맙게 느껴졌다. 민규 씨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이 조금 싸다고 해도 쿠팡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이유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도시의 요충지역 입점과 운영에 따른 제반 비용, 인건비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다른 유통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백화점 지점 한 곳에서만 발생하는 연간 매출은 9000억 원 대에서 1조원대(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1조8000억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조3000억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100억원, 2015년 기준, 업계추정)에 이른다. 소셜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의 2015년 전체 매출이 3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출 규모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 백화점 식품관을 찾은 소비자들. 출처=신세계백화점

백화점은 ‘서비스’로 가격의 차이를 극복한다. 적어도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이라면 가품(假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상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가 ‘고객’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백화점은 감동 마케팅의 전형적 사례 중 하나다.

금융권의 감동 마케팅, CRM 

감동 마케팅은 은행과 같은 금융권에도 적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직원들의 친화력에 의존한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이용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CRM은 고객들의 금융 정보를 세분화시킨 빅 데이터 관리를 통해 개별 상황에 맞는 투자‧재테크‧대출 전략을 수립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체계적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주거래 은행을 더 신뢰하게 된다. 이러한 의도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CRM 마케팅 개선 전담팀을 만들었으며, KEB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고객관리지원부를 만들어 CRM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간섭과 배려의 경계, 지속적 차별화 전략 필요    

감동 마케팅으로 인한 고착 효과(Lock-in, 고객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는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우수한 경우에도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반대로 경쟁사의 제품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장기 고객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동 마케팅의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바로 고객에 대한 지나친 간섭(Interrupt)이다. 예를 들면, 시도 때도 없이 전송되는 광고성 이메일,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보험가입 권유 및 문자메시지 등은 오히려 고객들을 짜증나게 한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서비스수준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이런 간섭의 증가는 오히려 고객들과 쌓하왔던 우호적인 관계를 무너뜨린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브랜드와 감성을 접목시켜 고객과 공감하는 감동 마케팅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 많은 업체들 사이에서 일반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업체 간 차별화가 없어지고 있다”며 “업체들은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