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켄쇼'라는 금융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방대한 금융 빅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서 투자조언과 투자자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경제수치와 기업의 실적, 주가동향, 시장환경 등 제공된 복잡한 자료를 종합해서 명쾌한 해답을 단시간에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다니엘 나들러>는 앞으로 10년 안에 켄쇼 같은 소프트웨어로 인해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3분의1에서 절반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당시 취재기자에게 예언한바 있다.

수백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 월스트리트의 황제들, 에널리스트들이 ‘켄쇼’(見性)로 인해 해박한 머리를 써야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지난 해에 10만명 가까운 인력을 무 자르듯 잘라내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도 올해 초부터 대규모 감원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영국계 대형은행 바클레이스는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하고 총 1천20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던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자문 부문에서 220명, 보험상품자문 부문 200명 등 총 550명을 감원키로 했다.

RBS가 투자자문 분야에서 특히 많은 인력을 감원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인공지능 자산관리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여 투자상담과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임직원 2000명을 추가 감원하는 2차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CS는 지난해 10월 1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4000명을 감원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원 규모는 6000명으로 늘고 전체 직원수는 4만2000명으로 줄게 됐다.

지난 해 7월 부임한 티제인 티암 CEO는 자신이 받을 보너스를 40% 삭감해달라고 직접 요구하고 투자은행 분야에서 2000명을 추가로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히는 글로벌시장 사업부의 위험도 높은 자산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에 이어 구조조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실적부진에 따른 리스크가 많은 투자은행 업무축소, 직원 보너스 삭감 등 인력구조와 조직정비, 비용절감 등을 통해 전반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금융기관 기로에 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금융권에 불어닥친 감원 한파는 아직도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해 KB국민은행은 전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122명을 특별퇴직시켰다.

SC제일은행은 작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961명을 퇴직시켰다.

KEB하나은행도 4년 만에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690명을 내보냈다. 이는 전체 직원의 4.3%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증권사 임직원수는 3만6천161명으로 전년 말에 비해 452명 감소했다.

회사별 감소 규모를 보면 NH투자증권 224명, 하이투자증권 129명, 한화투자증권 91명, 삼성증권 85명, 하나금융투자 79명, KDB대우증권 49명 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금융·보험업권 취업자는 78만2천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2013년 7월 89만4천명에 비해 11만2천명 줄어들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도 인력감축은 이어지고 있다.올해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개시한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90여명을 내보냈다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간 합병과정에서 6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권에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유럽 금융권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가 회복되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고 금융권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면서 인력감축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최악이었던 세계 경제가 올해는 더 안 좋은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금융권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료 : 통계청)

<로보어드바이저의 업무 영역확대>

향후 금융기관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구축은 빨리 진행되어 투자금융상품의 운용과 자산관리업무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7일 KDB대우증권은 오는 4월 중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여 자산관리를 하는 일임형 ISA 상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소 가입 비용을 500만원까지 낮춰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부담 없이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로보ISA 상품 출시에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고객유치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증권은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르면 이달 안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뒤이어 ISA용 투자금융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NH투자증권 역시 자체 개발한 'QV 로보어카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임형 ISA 상품과 더불어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일임업 자격 등록신청을 마친 국민,기업,우리은행 등도 오는 4월 중 일임형 ISA 판매에 나설 예정이며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10곳과 은행 4곳이 올해 안에 로보어드바이저에 바탕을 둔 자산 관리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 (자료: 금융투자협회)

<생존이 급선무인 금융회사의 최후 선택>

인공지능을 기반으로한 기계의 발달은 긍정적인 부분 외에 인간의 활동영역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기업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한다.

금융회사들은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쉬지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직원, 로보어드바이저를 계속 충원할 것이다. 아니 계속 늘릴 수 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절약 말고도 효율성면에서 더 적은 사람을 고용하고 많은 부분을 로보어드바이저에게 맡기고 있다.

2차 산업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기계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디자인했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가 기계를 통제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은 더 폭넓게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고차원의 빅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해서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업무에는 더 많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만든 인공지능을 지배할 방법을 찾아야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됐다.

결국 방법은 결자해지 [結者解之], 이 숙제마저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해결하도록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할 지혜를 인간은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