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코스메슈티컬‘이 K-뷰티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며 국내 제약사들의 화장품도 주목 받고 있다. 몇몇 업체를 필두로 홈쇼핑 등에서 연신 완판 신화를 이뤄내고 있지만 추가 유통 판로 확장은 천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제약화장품 판매가 연상되기 쉬운 ’드럭스토어‘로 통용되는 오프라인 판매처에는 한 곳도 입점되지 않았다.

 

신성장동력 된 ‘화장품’ 판로 추가 확장 지속적 과제

초창기만해도 국내 제약사들의 화장품 출시는 매출 부진에 따른 부가사업으로 인식됐다. 지난 2012년 약가인하 정책으로 건강보험 의약품 가격이 일괄적으로 14% 인하되자, 제약사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지난해 제약업계 상위 20곳의 평균 매출이 10.9% 하락했다. 이후 코스메슈티컬이 전 세계서 약 38조가 넘는 규모로 성장하고, 국내서만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자 제약사 화장품은 새로운 ‘캐시카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세계 및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5년 화장품산업 분석’ 보고서.

제약사 화장품은 약과 관련된 이미지와 기능성 성분 위주의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해 시장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통 판로 확장은 지속적 과제로 꼽힌다. 화장품 시장은 제약사 네임벨류 보다 제품 브랜드 자체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이라 일반 유통채널 확장이 중요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영업력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막강한 영업력은 어디까지나 병의원, 약국에 한정된다. 탄탄한 B2B 거래망을 갖고 있지만 병원과 약국은 화장품 판매를 대중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관계자는 "약국은 소비자권장가가 통용되지 않는다. 비타민만 해도 약국마다 가격이 다른데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화장품을 굳이 약국에서 사겠나. 또 병의원은 고객군이 해당 병원에 오는 환자들로 한정된다" 라고 설명했다.

제약화장품은 대게 '병의원 고객' 이나 '일반 사용자' 두 분류의 고객군을 타겟으로 한다. 2005년 부터 이 시장에 진입한 대웅제약은 병의원 전문 제품으로 입지를 굳혔다. 계열사 디엔컴퍼니를 통해 피부재생 물질 물질 EGF(상피세포성장인자)를 함유한 셀리시스를 론칭 한 이후 에스테메드, 이지듀, 이지듀EX 등 4가지 의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5곳에서 판매하고는 있지만, 당장 BtoC 판매를 위해 추가 유통 경로를 확장하기보다 병의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반 사용자를 타겟으로 한 제약사들 중 비교적 대중적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동국제약, 일동제약 등은 홈쇼핑 등을 적극 활용해 지속적인 완판 신화를 이뤘다. 이후 면세점, 코스트코 등으로 오프라인 유통 판로를 확장했지만, 제약화장품을 쉽게 연상할 수 있고, 젊은 여성층의 화장품 구매율이 높은 ‘드럭스토어’에는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

 

입소문 ‘홈쇼핑’ 완판 행진에도 적극적 마케팅은 고사

소위 '잘 팔린다' 소리를 들은 제약사 화장품들은 실제 사용한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홈쇼핑 덕을 봤다. 동국제약의 대표 연고 마데카솔의 이름을 딴 연고 크림 '마데카 크림'은 지난해 27주간 홈쇼핑에서 매진 됐다. 또 일동제약이 2014년 출시한 '고유에 리프팅 마스크 앰플'은 홈쇼핑 판매 15회 연속 조기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 출처=동국제약

일동제약은 지난 2013년에 출시한 기능성 화장품인 '고유에'의 지난 2014년 매출이 100억원대를 넘긴것으로 추정되자, 지난해 12월에는 '퍼스트 랩’을 추가 출시했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퍼스트랩 ‘더블 앰플러’의 주요성분은 단백질이 85% 함유된 뉴질랜드 프리미엄 초유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면역물질과 성장물질의 80%가 포함돼 손상된 피부와 흉터 재생, 탄력 증진, 주름 개선에 효과적 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약이 지난해 4월 론칭한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에는 상처치료제 마데카솔과 동일한 주성분이 함유했다. 센텔리안24의 ‘마데카 크림’은 센텔라정량추출물이 함유돼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주는 고농축 크림이다. 센텔라정량추출물 성분이 피부보습, 각질, 손상된 피부, 주름 등 피부 속 조밀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들 업체는 홈쇼핑 방영을 지속하거나 강화 할 전망이다. 동국제약은 올해 초 까지만 해도 GS홈쇼핑만 방영했지만, 상반기를 기점으로 현대, CJ, 롯데 홈쇼핑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롯데홈쇼핑에서 '퍼스트랩' 라인을, GS홈쇼핑에서 '고유에' 라인을 판매한다.

▲ 출처=일동제약

온라인 몰도 활용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 판매되고 있진 않다. 대웅제약 디앤컴퍼니는 자체 온라인 공식 화장품몰 '닥터스킨케어'와 CJ몰, 롯데몰 등에서, 일동제약은 '일동몰' 등에서, 동국제약은 신라면세점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 중이다.

오프라인매장도 늘려가고 있다. 동국제약은 작년 화장품 런칭 이후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내 ‘네이처스비타민샵’ 30여곳 에서 판매된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코스트코의 전국 12개 매장에 입점을 완료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2월 인사동 SM면세점에 입점했다.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오츠카제약의 ‘우르오스’는 비교적 빠르게 유통망 확대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지난 3월 론칭한 우르오스는 3월 말 이마트에 서 론칭한 이후 광고, 프로모션, 이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활용했다. 한국광고총연합회의 1월 광고통계 현황에 따르면한국오츠카제약은 TV광고에 9억7000만원을 들였다. 이후 홈플러스, 분스, 왓슨스, 디셈버24, 판도라 등 단기간 내 유통망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는 공격적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체들의 주력 사업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이다. 화장품은 부가 사업이다 보니 적극적 마케팅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아서 필요한 부분만 마케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멀티샵 ‘드럭스토어’ 입점은 미지수

일반적으로 약국화장품은 유럽수입화장품 처럼 드럭스토어(Drug store)에서 판매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드럭스토어로 통용되는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더블유스토어 등에는 입점이 안된 상태다. 화장품을 생산하는 주요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유통채널을 넓히는 방향을 모색 중이지만 드럭스토어 진출은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입점된 제품은 유한양행이 수입 후 판매하는 바이오 오일, 동아제약 ‘해리치 샴푸’, ‘비겐크림톤’, 동성제약 ‘세븐에이트’, ‘ 이지엔 쉐이킹 타입 염모제' 등 기존 부가 뷰티제품 위주다.

일반적으로 드럭스토어라고 불리는 유통채널들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 가깝다. 따라서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있고 유명한 화장품들 위주로 판매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화장품 시장 자체가 제약사 네임벨류 보다 제품 브랜드 자체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따라서 제약사 메리트를 기대하긴 어렵다. 헬스앤뷰티스토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제약사 화장품이 크게 알려지지 않아 중소기업제품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헬스앤뷰티스토어는 뷰티와 건강에 관련된 제품들을 모아 파는 멀티샵 개념이라 국내 제약사 제품이 즐비 할 것 같은 드럭스토어라고 통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드럭스토어는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외국 드럭스토어에선 약국·약제도 판매한다. 하지만 국내선 불가하다.

2011년 약사법 개정 이후 일반 소매점에서도 일부 일반의약품 판매가 가능해 졌지만,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등 관련 업체들은 드럭스토어보다 헬스앤뷰티 스토어로 자리를 굳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우리는 스스로 드럭스토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건강과 미용에 좋은 각종 카테고리 제품을 판매하지만, 드럭스토어보다 헬스앤뷰티스토어라고 지칭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협의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헬스앤뷰티스토어) 의약외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드럭스토어라는 명칭을 쓴다고해서 법적으로 위반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외국에선 일반적으로 드럭스토어가 체인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법인 약국이 허용이 안돼 있는 상태라 체인화돼 있는 유통 판매처를 모두 드럭스토어라고 부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약국이 중심이 된 국내 드럭스토어도 있다. 코오롱웰케어가 2004년부터 처음 선보인 후 전국 16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더블유스토어(W Store)는 개인 사업자를 낸 약사를 직접 고용해 헬스앤뷰티스토어와 차별화를 뒀다. 이곳 역시 건강과 미용에 관련된 제품들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하지만 더블유스토어에 입점된 국내 제약사들의 화장품 역시 일반 핼스앤뷰티스토어에 있는 제품들과 다를 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수입 브랜드 화장품은 실제 제약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반 화장품 제조사에서 만들고 컨셉만 약국화장품으로 간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제약사 화장품은 효능에 비해 브랜드가 크게 알려지지 않아 수입브랜드 만큼의 파급력은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