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매번 회사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느끼는 점입니다. 꼭 문제가 커져서 수면 위로 떠올라야 그때 가서 회사가 알게 되거든요. CEO가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개선하라 하셔서, 사내 정보보고가 조금 활발해지긴 했는데요. 영 불안합니다. 이게 좀 개선될 수는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내 외부 정보들이 취합되고 있습니다. 각 부서에서 취합 정리하는 정보들 이외에도 여러 직원들이 구두로 공유하는 정보들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는 범위와 수준들도 상당합니다. 당연히 그들로부터 입수하게 되는 정보 또한 고품질이죠.

이슈나 위기와 관련해서는 정기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부서들도 존재합니다. 홍보, 대관, 법무, 영업 등의 조직들이 그런 일을 하는 곳들이죠. 이들이 입수한 정보들은 정기적으로 임원들에게 보고됩니다. 당연히 대표이사도 그 수신자들 중 하나이겠지요.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나 이슈에 대한 감지가 느리다, 부족하다’고 평가한다면, 아마 그건 취합이나 공유 체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물론 정보 취합 기준도 사내 구성원별로 상이하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어 한 직원의 매우 친한 동창생이 규제기관에 있다고 해보죠. 그 친구가 주말에 그 직원과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하다가 우연히 “우리 쪽에서 너희 회사를 내사 중인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 그 직원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만약 “뭘 내사하는데? 난 관계 없어” 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 직원은 월요일 출근해서 몇몇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 정도로 수다를 떠는데 그칩니다. 몇몇만 알다가 실제로 해당 기관이 수사에 들어오면 그때 가서 “거봐… 내 말이 맞지?”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뭘까요? 맞습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판별하는 기준이나 공식적으로 취합하는 체계가 아쉬운 것이죠.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정보를 사내 공유해도 되나?” “괜히 이상한 루머를 퍼뜨린 사람으로 찍히는 거 아니야?” “튀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낫겠지?” “이걸 보고하면 팀장하고 임원들이 또 오라 가라 난리일 텐데…” 이런 생각은 누구나 일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당연한 것들입니다. 기업문화와도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질문 내용으로 돌아가서 좀 더 위기 및 이슈 감지 능력을 개선하려면, 우선 임원 중심으로 ‘이슈 트레킹 회의’를 만들어 사전 사후 이슈관리 활동을 ‘정기화’하기 바랍니다. 자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는 예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취합 정리 공유하고, 이 중 중요한 이슈들을 지속 트레킹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슈 감지 능력은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 이슈 트레킹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이 아래 직원들을 계도해서 ‘회사와 관련해 입수된 정보들은 모두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진행하던 단편적 언론 모니터링이나 온라인 모니터링 체계도 개선 가능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감시’를 기반으로 하는 모니터링 체계였다면, 그 체계를 ‘적극 발견’하는 체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각 부서들이 그냥 일상 업무로 진행해왔던 정보 정리와 보고 등의 활동들이 좀 더 체계를 가지게 됩니다.

각 부서별로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부서와 약한 부서가 나뉘게 됩니다. 당연히 그 뒤로는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부문장들은 더욱 더 내외부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취합된 모든 정보들은 ‘이슈 트레킹 회의’를 위해 통합적으로 정리되고 분석됩니다. 이를 전담하는 조직도 구성해야 할 수준이 올 것입니다.

위기 및 이슈관리 관점에서는 경쟁사나 다른 회사들의 실제 위기 및 이슈관리 활동들을 분석해보는 노력들도 필요합니다. 저 회사에게 배울 점은 무엇인가? 저 회사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런 많은 인사이트들을 자사에 적용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 질문과 같이 감지역량이 떨어지고, 정보에 어두운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감지 및 정보 역량이 있으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위기나 이슈에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필자는 후자의 기업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알면서도 당하는 케이스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