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넘어 전 세계가 '태양의 후예' 앓이에 빠졌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선 ‘별 에서온 그대’를 넘어서는 인기를 끌며 이를 중심으로 27개국에 수출됐다. 드라마 제작사인 'NEW'의 주가는 급등하고, 이미 제작비 130억은 모두 회수한데 이어 추가 5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잘만든 이야기는 전체 산업군에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태양의 후예가 갖고 있는 경제적 파급력에 대해 알아봤다.

 

국판 트위터라고 불리는 웨이보에는 '태양의 후예' 해시태그(#太阳的后裔)는 60억 회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와 메신저에는 자신을 ‘송타이타이(宋太太·송씨 부인)’으로 자처하는 송중기 팬들이 넘쳐난다.

▲ 태양의 후예는 3회차 부터 중국에서 폭팔적인 인기를 얻은 '별에서 온 그대' 시청률을 앞질렀다.  출처=유안타 증권  '태양의 후예와 중국 모멘텀'

태양의 후예는 중국 대륙을 넘어 전 세계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는 지난 23일 태양의 후예가 27개국에 수출됐다고 밝혔다. 대게 드라마는 방송 종영 이후 현지 시장 반응에 따라 서서히 판권이 팔리는 반면, 태양의 후예는 방영 중반인 8회 만에 이미 20개국이 훌쩍 넘는 나라에서 판매됐고 현재도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판권이 팔린 국가는 회당 25만 달러에 팔린 중국과 회당 10만 달러에 팔린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루마니아,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대만, 홍콩,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미국, 싱가포르다.

 

“탄탄한 사업구조, 매출 500억 문제 없지 말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작품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는 한국 드라마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쪽 대본을 벗어난 ‘사전제작’ 형태로 제작 됐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별에서 온 그대’의 파급력에 힘입어 중국으로 제작비를 투자 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에 사전 제작 됐으며, 약 한 달간 그리스에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하기도 했다. 사전제작은 ‘태양의 후예 문화전문 유한회사’(문전사) 설립을 통해 이뤄졌다.

▲ 태양의 후예 문전사 지분구조. 출처=유안타 증권  '태양의 후예와 중국 모멘텀'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28일 발표한 '태양의 후예와 중국 모멘텀'에 의하면 문전사는 KBS의 자회사 KGCS와의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동 드라마 관련 수익은 문전사가 모두 인식하는 사업구조로 설계됐다. 자세히 보면 KBS의 문화전문유한회사인 KGCS(KBS Global Contents Syndication)이 10억원 을 출자하고, NEW가 10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각각 50%로 '태양의 후예 문화전문유한회사'가 드라마 저작권을 귀속하는 형태다.

탄탄한 사업구조는 매출증대 효과로 나타났다.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제작비 130억원은 이미 모두 회수했고, 기대 매출 500억대를 바라보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 연구원은 “KBS에 방영권 판매로 40억원, 아이치이 선판매(MG) 약 48억원, 일본 판매 약 19억원, 간접광고(PPL) 30억원 등만 해도 137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27개 국가에 대한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국내 케이블 재방송권, 주문형비디오(VOD),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관련 수익, 리메이크 판권, 기타 부가수익 등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NEW면, 매출 대박에 쉴 시간 없겠네요. 바빠서.“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의 노하우도 태양의 후예 성공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장사인 NEW의 주가는 ‘태양의 후예’의 방송 직전 1만550원에서 3월25일 기준 1만6000원까지 상승했다. 약 50% 상승해 시가총액만 1400억원이 늘었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 주가 상승폭. 출처=한국거래소

NEW는 지난 2014년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愛奇藝)’에 태양의 후예 판권을 국내 드라마 중 최고가인 회당 150만위안(약 3억원)에 판매했다. 이는 별그대 판권료(회당 18만5000위안)의 무려 8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특히 1회를 방영하기 전부터 해외 판권, 방영권, PPL 수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도록 수익 구조를 설계한데다 전편 사전제작을 결정해 드라마의 질을 끌어올렸다. NEW는 이미 제작비 130억원을 모두 회수했음은 물론, 음원과 추가 판권 판매, 러닝개런티 등으로 현재 100억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드라마 인기가 지속될 경우 관련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KBS는 특판 형식으로 ‘태양의 후예’에 붙이는 광고를 120% 확대하고 타 프로그램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16회까지 모두 팔면 70억 원에 육박하는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재방송 수익까지 붙으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차 두 대 해먹은 김에 립스틱도 한개 해먹읍시다"

태양의 후예 관련 매출 상승은 드라마 속 PPL제품 및 관광지의 인기로 이어졌다. "차 두 대 해먹은 김에 립스틱도 한개 해먹읍시다". 극 중 송혜교와 송중기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지뢰를 밟은 장면에서, 송중기가 송혜교에게 키스하기 위해 한 대사다. 이는 산업계에 실제 ‘완판 효과’로 나타났다. 송중기가 타고 다니는 현대차와, 송혜교가 바르는 립스틱이 드라마 효과를 입고 대박이 난 것.

▲ 드라마 속에서 송혜교가 '라네즈'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위), 
드라마 속에 등장한 현대 자동차 '투싼'. 출처=방송 캡쳐. 
 

송혜교가 사용한 립스틱은 오랜 기간 송혜교가 모델로 활동했던 '라네즈' 제품이다. 라네즈의 '투톤 립 바 쥬시팝'은 태양의 후예 방영 후 검색량은 11배 상승했고, 화장품 판매 멀티샵 아리따움 3월 신제품 중 최다 판매 수량을 달성 했다. 또 라네즈 플래그쉽 스토어 명동점, 면세점에선 연이어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송혜교 입술에 대한 관심은 피부로도 옮겨갔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극중 송혜교가 사용한 ' 라네즈 BB쿠션'은 중국 역직구몰 ‘중문 11번가’에서는 해당 제품의 매출이 최근 1주일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송중기는 드라마내에서 '투싼(아라블루)'을 타고 다닌다. 덕분에 투싼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도 태양의 후예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드라마에 투싼, 싼타페, 제네시스 등을 지원했다. 지난 22일 현대차는 드라마 흥행으로 얻게 되는 마케팅 효과를 추산한 결과 16부작 종방까지 총 1000억원의 광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 태양의 후예 촬영장. 출처=태백시

또 잘만든 이야기는 한국관광의 지속적 과제였던 '서울 관광객 분산, 지방 관광 활성화'도 거뜬히 해결한다. 강원도 태백시는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명소로 급 부상하고 있다. 태백의 한보탄광 태광터와 폐석 처리장 등에 세워진 세트장은 드라마 속에서 우르크에 파병된 태백부대의 주둔지로 쓰였다.

이에 따라 태백시는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과 함께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섰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지난 22일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드라마 촬영장 등을 소재로 한 상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