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9일부터 15일 까지 펼쳐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인공지능은 물론 로봇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필연적으로 로봇은 인공지능의 오프라인 매개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최대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사람형 로봇인 ‘페퍼’가 손님을 상대하는 매장을 시험적으로 오픈 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10대의 페퍼가 접수부터 계약까지 모든 것을 종업원의 개입 없이 대응한다. 상품 안내·계약을 체결하며 아이폰 6S를 1시간 이내에 구매할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스태프도 상주하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더 많은 매장에 페퍼를 파견할 계획이다.

이번 바둑 대결로 관심이 커진 것일 뿐 인공지능과 로봇 개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특히 로봇산업 부문에서는 일본이 미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1999년 일본 대표 전자회사 소니는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를, 혼다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형 로봇‘아시모’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스템만으로는 학습 속도가 너무 느려 이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페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작년 6월 일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고 “‘페퍼는 클라우드 기반의 집단 지성에 의해 학습능력을 높여가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할 것이며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인식이 가능한 로봇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페퍼는 탄생부터 인간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을 챙기는 보완재 성격이 강했으며, 인공지능과의 접점을 가장 잘 보여준 로봇으로 꼽힌다.

이번 바둑 대결의 경우 결과는 4:1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 9단이 보여준 이기려는 의지와 '인간의 감정'에 감명을 받았다. 냉철한 기계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그런 이유로 로봇이 기능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결국 감정 없는 기계일 뿐 이라며 특정분야에만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페퍼는 내장 카메라 및 센서를 통해 입력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정보로 처리해 감정을 읽을 수 있고 독자적인 감정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 가족사진을 촬영하거나 아이와 놀기도 하고 스마트폰과 연계해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인공지능 로봇은 병원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거나 치과에서 치료를 겁내는 아이를 달래는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 및 인공지능 산업의 가장 큰 맹점이었던 ‘감정’의 영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감정은 약 인공지능의 기술력에서 파생된, 철저히 계산된 데이터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아직 우리는 강 인공지능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연계성은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센싱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공지능이 사유의 영역을 수학적 계산으로 간파하고, 나아가 이를 오프라인에서 실현할 로봇이 등장하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심층신경망 및 머신러닝의 발전은 인간의 감정을 철저하게 흉내내며 현대사회의 부족한 단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로봇 기자가 탄생했고 아마존은 물류 시스템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번지고 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해 최초의 논의를 진행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시작된 상태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