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도도화 만다라, 91.0×91.0㎝ Mixed media

 

예술이 오랜 역사 속에서도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이 불굴의 창의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본능이 지시하는 것에 따라 따분함과 지루함의 행동을 되풀이하며 매우 기계적인 일생을 살았을지 모른다. 인류는 보다 향상된 새로운 생각과 기술을 이전의 것에 추가하는 방법을 찾았으며 세상은 무언가 새롭고도 흥미로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했다. 통상 우리는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인 인간’이라고 부른다.

 

▲ 오도도화, 116.8×91.0㎝

 

그러므로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말할 때는 무언가 도전적이고 색다른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모아진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답습의 차원이 아닌 자기만의 시각을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신수현의 작업도 이와 같은 사실에 닿아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까, 그는 요즘 작가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을 개척해간다. 그 모습을 여러 이질적인 재료의 사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이른바 여러 재료의 어울림, 즉 혼합재료에 의한 것이다. 예술은 곧 발견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의 작업의 출발은 재료를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 72.7×60.6㎝

 

쓰다만 커튼이나 밧줄, 노끈, 종이박스, 삼베, 장식용 비즈, 등 주위의 재료들이 모두 작품의 요긴한 오브제로 탈바꿈 된다. 또한 그 재료들이 작품에 없어선 안 될 필수적인 존재들로 역할을 부여받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수현은 지지체의 형성 단계서부터 평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데 바탕에 핸디코트로 단단하게 정지작업을 하고 펄프와 퍼드 그리고 천 등을 입혀 화면의 밀도를 높여간다. 이뿐만 아니라 채색한 뒤에도 금강사나 비트를 덧입혀 화면에 다채로운 표정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재료들이 고유의 물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화면에 변화와 탄력을 가져다주는 것만큼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 60.6×72.7㎝

 

다르게 한다는 것이 작품의 동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르게 한다는 것은 곧 부정적 인 충동에 의한 것인데 그것으로 자신의 예술을 유지해간다는 것은 사실상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므로 신수현의 경우 여러 다양한 재료의 활용은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라는 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창의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여러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조형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투박한 재료를 다루는 가운데 다투고 씨름하며 마치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하는 것 같은 상상을 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의 재료에 관한 생각은 단지 ‘호기심’의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연륜에서 길어 올려 진 것이란 생각이다.

△글=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