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회사원 P 씨(32세, 여)는 학창시절에도 나지 않던 여드름으로 곤욕을 겪고 있었다. P 씨는 최근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느라 매일 밤 야근을 하고 끼니는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생활을 반복하던 중, 얼굴에 여드름까지 생겼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바쁜 업무로 스트레스가 큰데 얼굴에 울긋불긋 올라온 여드름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요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P 씨처럼 적지 않은 나이에 여드름이 생겨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심평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에 여드름으로 진료 받은 환자의 약 39%는 25세 이상의 성인이었다.

여드름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모공에서 분비되는 피지가 각질, 노폐물, 먼지 등에 막혀 모공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그중 25세 이상 성인에게 발생하는 성인 여드름은 잘못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 등이 원인이자 악화 요인이다. 특히 사회생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늘어나는 스트레스가 성인 여드름의 주범이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안드로겐과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이 호르몬들은 피지 분비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피부는 이러한 환경에서 쉽게 염증을 일으켜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성인 여드름을 예방하려면 정도(正道)가 정답이다. 충분한 수면으로 낮 시간 동안 지친 몸이 쉴 수 있도록 하고 피부의 면역력과 재생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피지샘의 기능을 억제하고 여드름 균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식생활도 중요하다. 설명은 거창하지만 매 끼니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 과일이나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케일, 블루베리, 사과, 연어, 고등어 등을 식탁에 자주 올리면 좋다.

평소 피부를 관리할 때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더러운 손으로 피부 만지는 것을 삼가고 세안 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세안 후 즉시 수분크림을 발라야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유분이 너무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면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기초제품을 고를 때 유의하는 것이 좋다.

사실 여드름 환자들도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 피부관리가 여드름 치료의 정답이라는 것을 몰라서 안 지키는 것이 아니다. 성인들이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분 섭취를 습관화한다든지, 아로마 향초나 디퓨저를 이용해 조금 더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식사 전 과일 한 조각을 준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등 작은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성인 여드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인 여드름은 섣불리 손대지 말고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건조해지고 세포재생력 등 피부 신진대사가 느려져 여드름을 잘못 건드렸다간 흉터가 남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흉터 걱정 없이 효과적으로 여드름을 치료하는 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치료법이 바로 공기압 광선 치료다.

공기압 광선 치료는 공기압과 빛 에너지를 이용한 치료법으로, 여드름 병변에 광선을 조사해 여드름의 주 원인균인 ‘프로피오니 박테리움’을 파괴한다. 공기압을 이용해 피부를 당긴 뒤 광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고, 최소한의 빛에너지를 이용해 통증이 작다. 이후 공기압을 이용해 피부를 빨아들여 피지샘을 연 뒤 모공 속 피지를 제거하면 치료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