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은 시작 전부터 세계의 관심을 모았고 마지막까지 그 관심은 전혀 식지 않았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대국 전, 알파고의 실력을 낮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3연패를 했을 때, 미래에는 AI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기도 했으며 값진 1승을 거뒀을 때는 AI에 대한 우려감보다는 인간의 위대함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관심 있던 부분은 대국을 통한 알파고의 광고효과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제1대국이 열리기 전 시가총액 4832억달러에서, 마지막 대국이 끝난 후 5076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이 기간 동안 244억7000만달러가 증가했다.

일명 ‘알파고 효과’는 단순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응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홍보효과를 누린 셈이다.

금융 출입을 하는 만큼 기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홍보와 그 효과에 대해서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었을까.

ISA는 ‘만능통장’이라고 불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능통장’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우선 자산증식 수단에서 ‘만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ISA)하라!’며 ISA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절세’, ‘투자 다양화’ 등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며 유혹했지만 결과는 ‘1만원 계좌’ 양산이었다.

금융당국의 말처럼 ISA 평가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인 계좌유치로 인한 ‘1만원 계좌’ 양산은 상당히 씁쓸하다. ISA가 정말 좋은 제도이며 향후 편입될 상품들도 훌륭하다면 투자자들은 알아서 찾아갈 테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스러운 제도 도입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알파고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대국에 임했으며 분명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ISA는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고 시작했으며 이 순간에도 ‘1만원 계좌’ 양산은 지속되고 있다. ISA에 대해 놀라기보단 실망감만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이제는 실망감도 지친다. 언제는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했던가. 물론 시행을 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선을 해나가는 것은 맞지만 ‘1만원 계좌’에 열을 올리는 현장 직원들은 실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할까.

알파고가 세간의 시선을 모은 이유는 많은 준비를 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만약 알파고의 수준이 현저히 뒤떨어졌고 이세돌에게 5패를 당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구글의 주가는 폭락했을지 모른다.

ISA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했고 그 진행과정은 실망스럽다. ‘만능’이 아닌 통장을 ‘만능통장’이라 하는 것은 누구의 발상일까. 그렇게 금융당국의 ‘주가’는 폭락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