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역의 집값이 떨어지고 올랐다는 소식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집 가격이 오르면 좋아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입맛이 씁쓸하다.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공돈이 생긴 것 같고 반대면 가난해진 것처럼 느껴진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 분개한다. 주식과 달리 집값 변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뉴스로 여긴다. 그래서 이 같은 민심은 때로는 정책에 중요한 이슈로 반영되고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정책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시세를 발표하는 기관은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부동산114 등이 대표적으로 매주 아파트 시세를 조사를 해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제공하는 시세는 조사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다. 2000~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시세를 제공하는 민간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는 스피드뱅크, 닥터아파트, 부동산써브, 부동산뱅크 등 10여개의 업체가 각기 다른 시세 정보를 경쟁적으로 발표했으나 대부분은 시세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 3곳에 불과한 곳에서 제공하는 시세도 엇박자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국감정원은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은행은 가격이 뛴 것으로 상반된 결과를 발표하는 식이다. 그래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을 느끼곤 한다.

조사 기관마다 시세가 다른 이유는 조사 대상, 조사 목적 그리고 표본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해당 아파트에 시세를 조사하는 중개업소가 있고 이 중개업소에서 제공하는 시세를 기본으로 지역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집계한다. 예컨대 어떤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오른 단지가 많으면 평균을 내 오른 것으로 보는 방식이다. 통계 집계 방식, 표본의 차이, 금융권 등의 고유 특성에 따라 시세 제공 업체마다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시세를 제공하는 기관과 시세를 제공하는 중개업소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면 조사 목적, 표본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보다 다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시세 제공 업체 3곳이 매주 조사하는 아파트 단지는 대략 2만개 내외, 조사 인원은 10명 내외에서 많게는 20명 내외 인력으로 이틀 정도의 기간에 시세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현장 조사를 병행한다면 더 수십배 이상의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중개업소를 배제하고 시세 변동의 타당한 이유를 검증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시세를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시세 제공 업소의 협조 없이는 시세 조사가 불가능하다. 그럼 시세 제공 중개업소는 왜 시세 발표기관에 시세를 제공할까? 시세 발표기관은 중개업소에서 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정보 제공료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민간 시세 발표기관의 시세 제공 업소는 오히려 가맹비를 낸다. 원칙적으로는 무료지만 가맹점과 비 가맹점의 경쟁이 있을 경우 가맹점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시세 제공 업소에 비용을 지불하지만 수고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지 않아도 고객들이 많이 찾는 파급력 있는 시세 제공 기관에 시세 제공 업소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한다. 예컨대 3개 시세 제공 기관에 시세를 제공할 경우, 시세 제공 업소가 제공하는 가격이 시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시세 제공 업소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파트의 시세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은마아파트 전경(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사실 대부분의 시세 제공 중개업소는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적정한 시세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이를 영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몇 년 전 시세 제공 업소로 가입하고 이를 활용해 가격을 조작한 사례가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시세 제공 업소가 마음먹고 시세를 조작하려고 들면, 시세 제공 기관에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즉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보 제공 업체나 한국감정원 등에서 제공하는 시세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설령 조작된 시세가 아닐지라도 실거래 가격과 시세는 차이가 큰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시세 제공 기관은 하한가와 상한가를 같이 제공하는데(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 아파트 공급 면적 101㎡의 가격은 최저 9억5000만원에서 최고 10억까지로 볼 수 있다는 식의 가격 제시) 실제 거래된 가격이 시세 범위 안에 들어가는 비율은 50~60%에 불과하다. 실제 거래의 절반가량이 시세 상한가보다 더 높은 가격이나 시세 하한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최대의 대단지 아파트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면적 76㎡는 2006년 이후 2015년까지 120개월간 총 1012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전용 84㎡의 경우 60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는 중층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재건축 정책이나 규제에 따라 가격이 춤을 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용 면적 76㎡의 경우 월 평균 8.5건의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거래가 활발한 단지다. 부동산114의 시세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시세 상한가는 2006년 말 2010년 초에서 두 번의 고점을 찍은 모습이다. 반면 실거래가는 2006년 말에 정점을 찍은 이후 2010년, 2011년 고점이 우하향하는 형태의 흐름을 보였다. 2006년 말 실거래가 최고가는 11억6000만원이지만 부동산114의 시세 상한가는 최고 10억5000만원으로 발표돼 실거래가와는 1억 이상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은마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급격하게 빠진 대표적인 시기인 2012년에는 시세 하한가 아래에서 다수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부동산114 시세 상한가와 하한가 사이에서 거래가 되는 이뤄지는 비율을 계산해 보니, 전용 76㎡가 55%, 전용 84㎡의 경우 51% 수준으로 집계됐다. 거래의 절반가량이 시세 범위 밖에서 이뤄진 셈이다.

참고로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질로우(Zillow)는 Zestimate이라는 단독주택에 대한 가격평가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사이트와 차별화했는데 이 서비스는 주소 및 간단한 부동산 특성 정보만 넣으면 주택 가격을 자동으로 평가하여 알려준다. 이 회사의 Zestimate의 정확도는 평가 가격과 거래 가격의 차이로 계산하는데, 거래 가격과 평가 가격 차이가 20% 이내에 들어올 매물이 83%가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별 특성이 제각각인 단독주택 가격 평가가 이정도 수준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나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시세가 엉터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은마 아파트의 사례는 아주 극단적일 수 있다. 재건축과 달리 시세가 안정적인 단지의 경우 시세와 실거래가가 들어맞는 비율이 높다. 이들이 제공하는 시세는 조회하기 쉽고 거래의 기준점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많은 정보를 공짜로 이용하게 해줌으로써 정보가 부족한 거래 당사자 또는 대출 기준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실거래가와 시세를 비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상승장이나 하락장에서 등 시장에서 시세는 과소평가(혹은 과대평가)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팔거나 사려고 하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혹은 더 높은 가격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시세보다는 실거래 가격이 시장 흐름을 빠르게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실거래 가격이 시세보다 빠르게 변동한다. 결론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는 시세보다 정부나 정보 제공 업체에서 제공하는 실거래 가격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