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런 크라코위악 CBRE코리아 신임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거액의 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는 사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래서 건물을 빌리거나 살 때 수요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곳이 따로 있다. 바로 부동산 종합서비스회사다.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 기업 CBRE(씨비알이)는 세계 4대 종합부동산 서비스회사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지사인 CBRE코리아는 지난해 9월 기업 쇄신을 위해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 영입한 대런 크라코위악 지사장을 만나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CBRE코리아는 1999년 7월에 외국인투자법인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분야별 350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청년이 부동산에 관심 두다

그를 처음 대면한 건 종로 CBRE 본사였다. 깔끔한 인상에 블루컬러의 양복을 입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CBRE가 글로벌 회사라고 하지만 한국 지사 사장 자리에 벽안(碧眼)의 외국인을 앉혀 놓은 것은 처음이란다. 더군다나 역대 최연소다. 그가 나고 자란 호주에서도 평균 39~41살 쯤 대표이사직을 맡는다고 하니, 이보다 2~4살쯤 어린 그가 더욱 젊고 생기발랄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부동산 분야에 발을 들인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특히 자국에서의 경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국에 본사를 둔 CBRE는 60개가 넘는 나라에서 7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진출했다. CBRE코리아는 빌딩 매입매각 자문, 오피스 임차·임대 대행, 시설관리, 프로젝트 관리, 물류, 리테일, 건설 관리, 자산관리, 리서치와 같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런 크라코위악 대표는 사실 호주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라디오 방송분야에서 일을 할 때는 방송 관리부 소속 직원, 프로그램 책임자를 맡은 경험도 있다. “어릴때 아버지를 따라 지역 라디오 방송 경험을 해봤습니다. 이후 산업방송국에 데모 테이프를 보내고 면접을 본 결과 멜번에서 2번째로 큰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아나운서를 꿈꿨던 그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학교에서 열린 ‘졸업생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리테일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시 입사한 가치 평가 전문회사에서 제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고 재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테일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호주 빅토리아 주의 리서치 헤드를 맡는 동시에 다른 주에 소재한 JLL(존스랑라살르) 리서치 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고, 부동산 시장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2007년부터 JLL 한국지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했다. “당시 일주일간 한국에서 시범 근무를 했었는데, 배울 것이 많고 흥미로운 시장이라 판단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 높이려면 ‘차별화’가 답

대런 크라코위악 대표는 리테일이나 물류와 같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입지가 좋지만 공실률이 다소 높은 건물을 리모델링 또는 다른 방법으로 차별화시키면 몇 년 뒤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의 특정 지역을 꼽자면 YBD(여의도권)같이 오피스 밀집지역에 F&B(식음료)부문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CBD(중심업무지구)는 재개발의 여지가 있어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대출 규제 및 공급과잉 우려로 국내 오피스 시장이 주춤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주요 오피스 임차·임대 시장은 지난 4~5년간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투자는 활발하다. 투자자들은 코어 플러스나 밸류 에디드(부가 가치를 붙인) 오피스 투자매물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호주인인 그에게 한국과 호주의 부동산 투자 성향도 들어봤다. 우선 상업용 부동산의 시장 성숙도가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런 크라코위악 대표는 “호주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대체로 성숙하지만 한국은 리테일, 물류, 호텔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호주는 연금기금에서 부동산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을 제외한 연금기금이 국내외 부동산 업계에 투자를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건설회사 중심 시장이지만, 호주는 디벨로퍼가 건설사를 고용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디벨로퍼가 투자자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는 것도 양국간 다른 점으로 꼽았다.

이처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이유는 CBRE코리아가 다수의 서울 주요 오피스 건물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랜드마크 빌딩인 강남파이낸스 센터부터 종로에 위치한 디타워 건물 등을 자산관리하고, 잠실에 위치한 롯데 월드타워, 삼성역 인근의 파르나스 타워 등은 임차·임대 대행을 맡고 있다. 대런 크라코위악 대표는 “강남파이낸스센터 같은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공실률이 한번도 10%를 넘은 적이 없다. 2012년에는 공실률 0%를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끝으로 그는 모든 일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자세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플레이어 코치’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인터뷰 내내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모습에서도 ‘적극성’이 느껴졌다. 또 회사가 부동산 분야에만 1등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구글, 애플, 삼성과 같이 세계 기업으로 발돋움 하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CBRE글로벌 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국내 사업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글로벌 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