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품 업계에도 바이오 바람이 불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과 천연화장품을 선호하는 세계 트렌드가 점차 널리 퍼져가면서 바이오 화장품이 K-뷰티를 이끌어갈 미래 화장품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화장품이지만 의약품과 같은 전문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건강·효능 강조, 천연화장품·코스메슈티컬

피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력 있고 투명한 피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주름개선·미백 등과 같은 기능이 있는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기능성화장품은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라고 불린다.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친 신조어로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과 같은 전문적 기능이 합쳐진 제품을 말한다. 화장품에 치료의 개념이 접목된 것으로 미백·주름 개선·피부질환 개선 등의 기능이 있는 화장품이다.

전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2007년 205억달러에서 2012년 350억달러로 연평균 11.3%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성장이 더 컸는데 2007년 94억달러에서 2012년 175억 달러로 연평균 13.2% 성장률을 달성했다. 국내 기능성화장품 생산 실적도 크게 증가했다. 바이오 화장품을 포함한 기능성 화장품 점유율은 2010년 전체 시장의 25%에서 2014년 33%로 증가했다. 

▲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면서 화학 물질이 아닌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천연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파라벤·프탈레이트 등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발암 혹은 내분비 교란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을 사용하는 천연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전 세계 천연화장품 시장은 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107억~295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8~11% 성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화장품 업체들은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존 화학합성 계면활성제가 아닌 야자유 및 사탕수수에서 유래된 알킬 폴리글루코사이드 같은 바이오 기반 계면활성제 성분을 찾아 대체하는 등 천연 화장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기능성 화장품과 천연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체 화장품 시장 성장률인 3.9%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은 안티에이징화이트닝내추럴 메이크업, 마스크 시트, 한방 화장품이었으며 태국 화장품 시장은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내추럴 메이크업, 자외선 차단제, 남성용 화장품 순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능성 화장품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화장품 시장 성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재의 화장품 선호 트렌드는 화장품 업계의 제품 개발에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바이오 화장품이란

바이오 화장품은 천연 추출물 혹은 바이오 기술에 기반 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화장품을 말한다. 화학기술을 이용한 기존 화장품보다 피부에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이오 화장품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성분을 대량생산 할 수 있고 안전성이 보다 높으며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천연 화장품과는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주로 미백·주름개선·피부노화 방지 같은 기능을 보유한 기능성 화장품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는 자연으로부터 화장품 원료를 추출해 생산한 화장품을 말하는데 라벤더·장미·알로에·올리브·벌꿀 등 광범위한 원료들이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천연물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것은 생산 과정에 어려움을 유발한다. 계절·병충해와 같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원료들이다 보니 수급이 불안정하고 자연에서 추출하다보니 원료 추출량도 적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이오 기술이 활용된다. 바이오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은 네 가지가 있다. ▲미생물 배양 ▲유전자 재조합 ▲발효 기술 ▲줄기세포 기술이다. 

미생물 배양 기술에 대표적인 성분은 히알루론산이다. 히알루론산은 보습과 탄성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화장품에 널리 쓰이는 원료 중 하나다. 기존에는 닭 벼슬이나 탯줄을 통해 추출하고 정제해서 생산했지만 수급율이 낮고 바이러스 오염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후 미생물 배양 기술로 히알루론산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수급이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서 대표적인 원료는 EGF(Epidermal Growth Factor)다. 상피세포 성장인자라고 불리는데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해주는 물질로 화장품에서는 노화방지 제품으로 응용된다. EGF는 유전자 재조합과 미생물 배양으로 생산된다. 

발효 기술은 제품을 더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천연 추출물이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되면 분자의 입자가 작아지기 때문에 피부 흡수력 강화·영양성분 강화·독성 약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고기능성 발효한방화장품 등에 이 기술이 쓰이고 있다.

화장품에 활용되는 줄기세포 기술은 조직을 재생하는 형태는 아니고 줄기세포 배양 시 분비되는 펩타이드·효소처럼 배양액이나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피부 노화 예방·주름 개선·미백 등에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나온다.

바이오 기술을 사용해 자연 유래 성분을 생산하면 원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천연 원료가 가지고 있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 이처럼 바이오 화장품은 기존의 천연 화장품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게 하면서 동시에 기능성 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K-뷰티' 뒷받침할 기술력

한국 화장품의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은 2014년 80.1%까지 성장했으며 기술 격차도 2005년 5.2년에서 2014년 4.7년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 안으로 선진국과 동등한 기술 수준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우 한류 열풍으로 ‘K-뷰티’라는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 냈지만 이후 'K-뷰티‘를 이끌어 가는 것은 한류가 아닌 기술력이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2014년 한국 화장품은 생산 실적이 연평균 10.5% 성장했으며 수출은 34.3%나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생산실적의 40%를 차지하는데 2010년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세우고 노화·기미 유전자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고 LG생활건강도 화장품 연구소를 통해 바이오 융합 기술 및 발효응용기술을 주요 연구 분야로 선정했다.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출처=LG경제 연구원

국내 화장품 시장의 포화로 화장품 업계에 해외 수출은 중요한 수익원이 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의 유기농 화장품 시장은 2018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을 이어가 6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 화장품산업을 견인한 중국 시장의 천연화장품 시장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최근 제조품 품질문제가 대두되고 소비자들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화장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360억위안 규모였던 중국 천연화장품 시장은 2013년 744억 위안으로 2배가 넘게 성장했다.

2014년 한 해 홍콩을 포함해 중국으로 수출된 화장품 규모는 9억 8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5%나 급증한 수치이며 한국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54.8%에 이르는 수치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중국으로의 한국 화장품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안티에이징·화이트닝 등의 기능성 화장품과 한방 화장품과 같은 천연 화장품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소비자들이 기능성 제품에 유럽산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마스크팩이나 색조화장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나라인 중국에서 천연화장품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화장품 시장이 기능성 화장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화장품의 전망도 밝다. 언제 식을지 모를 한류에 기대 그동안 화장품 수출을 해 왔다면 이제는 바이오 화장품으로 제품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장악해가야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업이나 제약사들도 화장품 원료를 공급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등 바이오 화장품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국내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화장품 제조시설에 투자를 따로 하지 않더라도 국내 한국콜마나 코스맥스같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을 활용해 제품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의약품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화장품은 제품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진입 문턱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세포 성장인자와 펩타이드 연구기업인 케어젠은 바이오 화장품의 원료를 공급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더마힐 등을 출시하는 등 2002~2014년 연평균 89%의 매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메디포스트·파미셀·프로스테믹스 등의 회사들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양액을 원료로 바이오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화장품 원료업체들의 주가 수준은 현재 화장품 업종 평균 대비 35% 이상 저평가 돼 있다. 일반적으로 원료보다는 브랜딩에 따른 차별화가 매출을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오 화장품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화장품 원료 또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활용될 소지가 커졌기 때문에 원료 업체들의 이미지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브랜딩 파워로만 제품 경쟁력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원료 홍보를 통한 기술 기반 제품 경쟁이 원료 업체들의 성장까지 동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2014년 10월 발효된 나고야 의정서도 바이오 화장품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이나 관련 지식을 사용할 때 해당 자원을 소유한 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로열티로 인한 비용 증가 문제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원료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산 생물을 소재로 한 바이오 원료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바이오 화장품의 대표적인 브랜드 성공 사례는 '한방 화장품'이다. 대표적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로 인삼에서 사포닌이라는 성분을 바이오 기술로 변환해 만든 화장품이다. 인삼은 국내 생물로 로열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제2의 설화수를 만들어내기 위한 원료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화장품이 차세대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려면 이전과 같은 단순한 브랜드 파워만으로 경쟁력을 지속하기에는 어렵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된 성분을 개발해야 하고 바이오 업계와의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 시밀러 및 세포치료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화장품 업체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바이오 화장품 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바이오 화장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화장품 산업 글로벌화 강화 전략'을 통해 한방·발효 화장품과 고기능성 원천소재 연구개발 지원 및 산업육성 인프라 확충을 제공하는 등 바이오 화장품 기술 개발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