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영 사주학자.

“인생을 모르는 일본의 권력자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1589년(己丑)의 흉신 운에 측실인 요도기미에게서 쓰루마쓰가 태어납니다. 흉신 해에 아이가 태어나면 집안에 해를 끼치는데, 결국 그 녀석은 얼마 안 가 죽습니다. 히데요시가 丙午일주에 사주가 약하기 때문에 己丑년을 만나면, 상당히 안 좋은 것인데도 무식하니까 개나 돼지처럼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 자식을 낳은 후유증은 인간사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장인 히데요시도 자식이 흉신 운에 태어나는 줄 모르니 그 녀석한테 어마어마한 기대를 겁니다.”

“기대하면 뭘 하나! 이미 태어난 자식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냐? 그러고 보니, 선조도 운이 나쁘다. 그러니까 전쟁 발발 수년 전부터 충신들이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어도 불통으로 들어주지 않았으니 그 죄를 무엇으로 감당할까?”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전쟁의 달인이 되어가는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을 목전에 둔 때이기에 더더욱 안타까워집니다.”

“庚寅년 7월(癸未)에 장군을 고사리진(高沙里鎭, 만포진=평북 강계군을 말함) 첨절제사(僉節制使)로 제수하여 장차 곤임(閫任, 병사, 수사 등과 각 진과 영의 직임)을 시킬 이력을 삼으려 했으나, 간관(諫官, 사간원과 사헌부의 관원)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옮긴다는 이유로 탄핵하여 전임되지 못했다. 그해 8월(甲申)에 정삼품 당상관으로 올려 만포수군첨사로 임명했더니 또 대간들이 너무 급히 승차한다는 탄핵으로 서임되지 못하고 정읍현감에 있었다. 庚(금)일주가 庚년을 만나니 爭財를 당하여 발령이 나도 늦어지고, 地支에서는 寅午戌 삼합으로 用神인 官이 커지는 관계로 승차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天干의 庚이 들어와 爭財, 爭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인하여 대간들의 반대가 심했다. 사주가 약한 것과 강한 것의 차이는 동오행이 들어오는 해의 길과 흉이 갈라지는 것이다. 장군의 사주가 강하기에 동오행은 필요가 없기에 흉운에 지지에서 용신을 달고 들어왔기에 半凶, 半吉이라고 한다. 이럴 때는 본인의 마음에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네, 장군이 승직함을 당하여 전공도 상당하고 연륜도 사십이 넘었으되 매번 대간들이 다투어 탄핵한 것은 그 내막에 장군의 뒤를 밀어주는 서애(西厓) 유성룡의 친한 벗이니, 조정의 세력을 서애 일파가 잡을까 염려하여 서인(西人) 일파의 권력쟁탈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장군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명정대한 인격이라 서애 유성룡이 힘써서 천거함으로 이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벼슬아치들의 속 좁은 것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인간의 속성이기에 유성룡 같은 재상도 간신들에게 배겨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현재의 권력의 형태, 미래 권력의 형태를 읽을 수 있다.”

“조선에서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을 즈음 일본은 히데요시가 오다와라의 호오죠부자를 쳐서 없애버리면서 통일이 되었습니다. 통일 되고 나니 그 남아도는 힘을 어디다 쓸 곳이 없어 중국 명나라를 치겠다는 포부를 실제로 펴나가는 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간토 8주로 영지 이동을 시킵니다. 영지 이동이란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요, 만약 이 시점에서 도쿠가와가 영지 이동을 반대했더라면 도쿠가와는 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쿠가와는 보통 명장이 아닌 관계로 히데요시의 수를 다 읽고 영지 이동을 하면서 막부(幕府) 건설의 꿈을 실현시켜 나갑니다.”

“하하! 도쿠가와가 보통의 장수가 아니고, 이순신 장군에 어깨를 한 개 정도 아래에 있는 명장이기에 간토 8주의 이동은 부하들의 반대가 많았고, 또 영지가 늘어나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지역주민들의 동향도 있어서 만만치 않은 영지 이동이었다. 한마디로 도쿠가와 가문의 명운이 갈려 있었고, 조선은 나라가 풍전등화(風前燈火)였으며, 히데요시는 악운으로 달리는 기초가 되었다.”

“도쿠가와의 영지 이동인데요, 혼다 사쿠자에몬이라는 부하의 도움으로 영지 이동 후의 가신들의 결속에 중요한 쐐기를 박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말해 보시게!”

“네, 사쿠자에몬은 영지 이동 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주군을 따르는 가신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선지자 노릇을 하여 결국 미카와 무사들의 단결을 이끌어냅니다. 재물로 움직이는 가신은 위험하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움직이는 가신들은 배제하려고 했으나 모두가 도쿠가와를 따르는 바람에 보이지 않는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았으며, 나중에 조선 출병을 하지 않는 교묘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