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 대통령 선거 예비 경선의 두 번째 최대 승부처인 ‘미니 슈퍼 화요일’ 선거에서 민주당은 클린턴이 샌더스에게 압승을, 공화당은 트럼프가 6개 선거 지역 중 5곳에서 승리했다. 이와 관련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경제의 방향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美 대선으로 보는 미국의 4년’ 보고서를 통해 “각 정당 후보 간 이념 차이는 향후 미국경제를 이끌어가는 방향에 있어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경제의 방향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감세로 투자 촉진” vs 민주당 “증세로 재정건전성 확보”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 간 정권 교체는 총 3차례 이뤄졌다.

재정수입 측면에서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소득세율 인하와 상속세 폐지 등 감세를 통한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추구했다. 그 결과 1981~1992년, 2001~2008년 집권 시기 동안 재정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재정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소득세의 감소가 돋보였다. 1981년 개인소득세 수입은 GDP 대비 9.1% 수준이었으나, 공화당 정권 말인1992년에는 7.4%로 축소됐다. 법인세 또한 1.9%에서 1.6%로 소폭 줄었다.

이에 비해 큰 정부를 추구하는 민주당은 적극적인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폐지하면서 1993~2000년, 2009~2016년 집권 시기 동안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수입이 공히 증가했다. 1993년 개인소득세 수입은 GDP 대비 7.5%에 불과했으나 2000년 9.9%로 증가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법인세 또한 집권 기간 동안 각각 0.3%p, 0.6%p 늘어났다.

 

재정지출 측면에서는 반대였다. 민주당은 재정수입이 확대됐으나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화를 추구했다. 반면 공화당은 재정수입 감소에도 지출은 확대시켰다. 정책적 노선의 차이보다 경제 여건이 반영된 결과다. 공교롭게도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Savings &Loan Association) 사태, 2000년 초반 IT 버블 붕괴 및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모두 공화당 집권 시기 중 발생했다. 위기에 대응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집권 기간 동안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어 지출 확대가 불필요했다.

재정 지출…공화당 ‘국방비’ vs 민주당 ‘사회보장비’

 

재정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공화당은 국방비 지출 확대에 적극적이었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중에는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이란 혁명 여파 등으로 국방비 지출이 급증했다. 이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중에는 걸프전, 아들 부시 대통령 당시에는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으로 국방비가 급증했다. 이에 1981~1992년, 2001~2008년 공화당 집권기 국방비가 전체 재정지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각각 25.3%, 19.1%로, 민주당 집권 기간 동안 지출 비중(1993~2000년 17.6%, 2009~2016년 18.1%)을 모두 상회했다.

반면 소득보장 및 사회보장 등 저소득층 지원은 줄었다. 특히 2000년 초반에는 IT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사회보장비는 정권 초 23.2%에서 정권 말 20.7%까지 줄어들었다.

민주당의 경우 집권 기간 국방비 비중은 급격히 하락한 반면 사회보장비 비중은 확대했다. 한편 Medicare와 건강관련지출은 양당 재임 기간 공히 비중이 확대됐으며,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정권과 상관없이 우선 순위가 높음을 보여줬다.

정당별 정책 방향 따라 부동산 서비스업 ‘뜨고, 지고’

 

보고서는 정당별 정책 방향에 따라 특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GDP에서 각 산업별 비중을 통해 양당 간 경제정책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한 결과 특정 정당에 관계없이 서비스업 비중은 추세적으로 증가하면서 재화생산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및 보험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1년 5.0%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1년 7.7%로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IT 버블 붕괴 및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으로 2014년 7.0%에 머물렀다. 이는 집권 정당 정책 방향보다는 경제구조 및 외부 환경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의 비중은 양당의 부동산 관련 정책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실물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업의 경우 집권 정당과 상관없는 움직임을 보인 반면, 정책 영향력에 민감한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의 경우 공화당 집권 기간 비중이 확대되다 민주당 집권 기간 비중이 후퇴했다. 이는 공화당의 부동산 친화적인 정책이 관련 산업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주요 후보별 정책…클린턴 “분배” vs 공화당 후보 “성장”

각 정당 주요 후보자들은 현재 미국 분배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분배 정책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양당 간 시각 차이가 돋보인다.

민주당의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연소득 100만달러 초과 소득자에 대해 최소 30%의 최저한세를 부과하는 일명 ‘버핏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소득 5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추가 4% 과세도 약속했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 시간당 7.25달러의 연방최저임금을 12달러로 인상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증진시키고자 했다.

이는 미국의 소득불균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소득불균형 상태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04년 0.36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다.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2013년 0.40까지 상승했다. 이는 OECD 회원국이 0.31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조세 및 이전지출 제도가 소득불균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LIS(Luxembourg Income Study)에 따르면 미국의 조세 및 이전지출 전 지니계수는 0.57로 22개 조사국 중 8번째로 높다. 하지만 조세 및 이전지출 이후 지니계수는 비교국 중 가장 높다.

반면 트럼프나 크루즈 등 공화당 후보들은 감세를 통해 중산층 복원으로 저소득층의 절대적 부의 증가를 유도하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소득세는 현재 7개의 과세표준을 줄여 과세제도를 단순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법정 법인세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39%를 기록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완전 경쟁적 시장에서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클린턴은 각종 법인세 감면 제도를 축소하자는 입장이다. 대신 종업원이익배분 제도(Profit sharing)와 견습생 훈련에 대한 세액공제를 늘려 기업들의 부를 노동자에게 일부 돌려주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향후 대선에서 민주당 집권이 이어질 경우 현재의 재정건전화 흐름은 연장되는 반면 공화당 집권시 감세 효과가 기대되며, 지출 측면에서는 민주당 집권 시 사회서비스 부문 업종이, 공화당의 경우 군수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후보 측면에서 그는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부자 증세 및 다양한 소득보장 등의 복지정책을 통한 부의 직접적인 재분배가 기대되며,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시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양당 간 방법의 차이는 존재하나 소득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