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다. 알파고는 지난 9일부터 열린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제4국을 제외하고 네 경기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대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심리적으로 인간보다 우위다.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았고 끝없이 집중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인간보다 우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세돌과 알파고는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한 사람이 지면 다른 사람이 이기는 경쟁적 협상이다. 따라서 제로섬 게임은 윈-윈 협상이 불가능하다. 결국 내가 웃으면 상대는 울어야 한다.

 

이세돌은 왜 알파고에 패배했을까? 협상학 관점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자. 이세돌이 패배한 첫 번째 이유는 이세돌은 알파고를 너무 몰랐다. 협상에서는 상대의 협상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의 협상스타일은 개인의 행동양식과 태도, 협상 기술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은 작년 12월 이세돌 9단에게 상대를 밝히지 않고 바둑 대국을 제안하며 100만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이세돌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나서야 상대가 인공지능 알파고임을 알았다. 이처럼 이번 대국에서 구글은 알파고에 대해 사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철저히 비밀리에 부치는 구글의 전략이 이세돌의 첫 번째 패인이다. 반면 알파고는 이세돌의 바둑 스타일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상대방이 가장 싫어하는 수를 찾는다. 내가 좋은 수를 찾는거보다는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수를 둔다”라는 이세돌의 바둑스타일을 알파고가 모를 리 없다.

둘째, 알파고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가 없었다. 대결의 매 순간은 능력 한계치까지 밀고 나가는 피말리는 승부였다. 이세돌은 초조했다. 제2국에서 이세돌은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며 제한시간 2시간을 먼저 다 써버렸다. 초읽기에 몰리면서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이세돌은 때때로 초조한 듯 목을 만지거나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바둑돌을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인간만이 보일 수 있는 감정적 흔들림이었다.

반면 알파고는 흔들림 없이 끝내기를 진행했다. 철저한 계산으로 이세돌을 궁지로 몰아 붙였다. 심지어 알파고는 대국이 끝나기 30분 전에 이미 자신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감정이 없어 불리한 순간은 물론이고 유리한 순간에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인공지능만의 고유 영역이기도 하다.

셋째, 자만이었다. 이세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의 철저한 분석없이 내비치는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을 불러일으킨다. 대국을 마친 이세돌은 “알파고는 정말 놀라웠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져서 충격적이었다.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졌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반면 알파고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연산능력은 안정적이었다.

종합하자면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한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요인’이다. 이세돌은 마지막 5국을 마치고 “실력보다는 심리적 부분이 문제였다”라고 되짚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없이 집중하는 알파고를 이기기란 싶지 않은 일이다. 미동도 하지 않는 강건함과 기계다운 냉철함이 이세돌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더욱 흥분한다. 절망속에서 인간만이 가진 비선형성과 상상력, 투혼에 흥분한다. 알파고는 아마도 이런 인간이 부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