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되었다면서요?”

최근 많이 듣는 질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대한민국의 크라우드펀딩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여러사람들의 관심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이분은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질문하시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간단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크라우드펀딩법’이라는 법률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도 법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분적으로는 그렇고 부분적으로는 아니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시행된적이 없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2016년 1월 25일에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법 하다. 법률 이름은 정확해야 한다고 말하는 변호사의 깐깐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개념에 대한 이야기는 크라우드펀딩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funding)이다. 혹자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라는 용어에 익숙하다보니 클라우드펀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의 핵심은 대중의 십시일반과 집단지성에 있기 때문에 본 용어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목적과 방법에 따라서 기부형, 보상형(리워드형), 대출형, 증권형(지분투자형)으로 구분하는데, 그 기준은 굉장히 간단하다. 대중(투자자)의 입장에서 제공하는 금전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대가가 없는 것은 기부형, 제품인 것은 보상형, 이자인 것은 대출형, 증권인 것은 증권형이다.

이와 같은 구분은 해당 사업이 적법한지 판단할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국가는 피해자 발생방지 등 필요한 경우 일정행위를 법률로 규제하는데, 크라우드펀딩과 같이 직접적인 정의규정 및 적용법률이 없는 경우 영업행위의 모습에 따라 어떠한 법률이 적용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부형의 경우에는 일반기부와 유사하기 때문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의, 보상형의 경우에는 온라인에서의 상품 매매와 유사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한편 대출형의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금전대여라는 특성때문에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부업으로 등록하고 관련 법률에 직접적으로 위배되지 않도록 법률적 구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업상 법률상 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P2P금융업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서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사실 2016년 자본시장법 개정법 시행전에도 기업들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들을 지켜 크라우드펀딩(법률상 증권의 모집)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본시장법 개정후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온라인소액투자중개’로 정의하고, 기존의 공모대비 절차와 요건을 완화하여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최근 들어 크라우드펀딩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것이며, 크라우드펀딩법을 새로 제정한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소액투자중개는, 즉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운영초기 기업들이 기존보다 간소하게 증권발행을 통한 자본을 조달 할 수 있으며, 일반투자자들은 소액으로 위 기업의 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다시 처음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되었나요?”

위와 같은 배경지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된 것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본 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제도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혼란이 존재하며, 일반투자자는 투자회수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은 절차가 간소화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통해 기존의 벤처캐피탈 등 전문투자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되던 초기기업의 투자에 대한 기회가 일반투자자에게도 확장되었다는 것, 초기 기업이 대중에게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본 제도 시행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앞으로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법률적・실무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크라우드펀딩 운영 및 제도개선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