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숲길이 개통하고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었죠. 밤에는 고성방가에 커플들의 애정행각이 말도 못해요. 점포들 임대료는 작년 말~올 초 많이 상승했고 매물이 귀한 상황이죠.”(서울 마포구 연남동 A공인업소 관계자)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명소가 있다. 가좌~홍대~대흥~공덕~효창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개장된 일부 구간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오래다. 숲길따라 주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공사일정이 달라 구간구간 끊겼던 거대 숲길이 한길로 쭉 이어진다고 하니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지하화되면서 조성된 경의선 숲길은 시민들의 도심속 휴식공간이 됐다. 작년 6월 완공된 연남동 경의선 숲길 구간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출구부터 시작돼 젊은층 사이에서 일명 ‘연트럴파크’로 떠오르고 있다. 경의선 숲길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댄 것이다. 이곳은 늦은밤까지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가 리모델링도 활발해졌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남동의 임대료 상승률은 전분기 대비 12.6% 뛰어올랐다. 서울 상권 임대료가 같은기간 7.15% 오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 구간(연남동, 신수동, 대흥동, 염리동)과 용산구 구간(새창고개, 원효로)이 이어져 총 6.3㎞ 길이를 자랑한다. 대흥동 구간(760m)은 4년 전에 이미 오픈된 상태며, 작년 6월에는 연남동(1268m), 새창고개(630m), 염리동(150m) 등 3개 구간도 개장했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풍부한 녹음을 제공하는 공원구간 사이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구간마다 지역별 문화를 형성하는 데 그 모습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경의선 숲길은 서울시가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땅을 제공받아 시 예산 457억원을 투입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숲길따라 피어나는 상가

지난 16일 오후 2시, 쌀쌀했던 날씨가 제법 풀려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따뜻한 햇빛이 잦아들었다. 푸른 녹음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니 평화롭게 여유를 만끽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닥에는 철거하지 않은 오래된 선로가 있어 마치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길 같아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이같은 친환경 숲길은 인근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고 상권을 살아나게 했다.

홍대 경의선 숲길 구간은 가좌역 인근 홍제천 아래쪽까지 조성돼 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단독주택을 개조한 카페나 음식점이 부쩍 늘었다. 인근 Y공인업소 관계자는 “철길이 있었을 때와는 지역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행인이 부쩍 늘더니 커피점, 편의점, 음식점 등 다양한 상가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권리금과 임대료가 2배씩 뛰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연남동은 경의선 숲길 가운데서 가장 활력이 넘친다. 열정이 넘치는 젊음의 거리 홍대와도 가깝고 젊은층의 예술, 문화적 성향도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서강~공덕 구간의 매력포인트는 다르다. 이 구간은 지역주민과 인근 샐러리맨들의 운동 및 산책로다. 경의선 숲길은 구간마다 색다른 맛을 느껴진다. 오후 7~8시경에는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는 기계를 찬 ‘조깅족’부터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이도 있다. 운동하다 지친 사람은 잠시 벤치에 앉아 쉬어가고 잔디 위에서 돗자리를 펴고 한가로이 계절을 느끼기도 한다.

공덕~서강 구역은 아파트 사이에 위치해 있어 단지 주민들이 발걸음이 이어진다. 신수동 S아파트에 사는 60대 주민은 “사는 곳과 가까워서 자주 온다. 운동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숲길이 생겼을 때 너무 좋아했다. 집값도 숲길이 조성된 이후 계속 올랐다. 4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새로운 문화공간 탄생 기대감 ↑

현재 공사중인 구간은 대흥로와 효창로 일대다. 가좌~홍대와 공덕~서강이 다른 특색을 뛰듯 이곳 역시 주민들의 문화로 새로운 모습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뀔 조짐이다.

▲신촌연세병원 앞 공사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신촌연세병원 앞은 신촌~홍대를 잇는 숲길 구간을 만들기 위해 한창 공사중이다. 이곳은 밤이면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관광객을 비롯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이곳에 숲길까지 만들어지면 상가들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인근 G공인업소 관계자는 “아직 임대료가 오르는 등 가시적인 효과는 없지만 5월이면 상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의선 숲길의 끝부분인 용산 효창공원역 인근도 손님맞이를 준비 중이다. 숲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완전 음지로 인식되던 곳이 최근에는 집값도 오르고 다세대 주택에는 원룸 임대 현수막이 늘어났다. 원룸 거래가 늘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 얘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경의선 숲길은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든다”며 “연남동과 신촌이 연결되면 이와 연계해서 또 다른 문화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숲길 인근 주택시장 전망도 밝다. 주거쾌적성과 조망권이 개선돼서 매매가 상승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