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 수치과 원장.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 잇몸이 안 좋은 경우, 잇몸 치료에 들어가기 전 잇몸 질환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잇몸 질환의 치료와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잇몸 질환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이용하는 환자 교육용 프레젠테이션의 끝부분에는 환자에게 권하는 주의사항 리스트가 있다. 이 주의사항 가운데 환자에게 가장 강조해 설명하는 것이 바로 ‘평소 양치질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잇몸병 중 가장 많은 유형이 만성치주염이다. 고혈압이 혈압이 높다는 뜻인 것처럼, 만성치주염도 잇몸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병의 원인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의외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치태(齒苔)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하루 정도 이를 안 닦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 정도 이를 안 닦지 않으면 치아의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우둘투둘해진다. 좀 지저분한 얘기지만 이것을 손톱으로 긁어보면 하얀 이물질 같은 게 나온다. 바로 이것이 치태다. 쉽게 말해 ‘이에 낀 때’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몸의 때가 죽은 각화상피라면 치태는 구강 내 세균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를 한 번도 밀지 않아서 병이 생긴 사람은 없지만 이를 닦지 않아서 병이 생긴 사람은 있다.

치태는 구강 내에 항시 존재하기에 치과의사가 환자를 따라다니면서 관리해줄 수는 없는 부분이다. 즉 환자 본인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제거하고 관리할 수 있다. 치과의사가 아무리 치석 제거를 꼼꼼히 해주고 잇몸 치료를 열심히 해주더라도 치태 관리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잇몸병이 낫지 않거나 낫더라도 얼마 안 가서 재발하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치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양치질’이 정답이다. 양치질로 치석을 제거할 수 없지만 치태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태는 치석의 전구물질이기 때문에 치태 제거를 잘하면 치석이 잘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올바른 양치질은 잇몸질환의 예방 및 재발을 늦추고 치석의 생성을 차단하기에 잇몸질환 환자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양치 교육이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양치를 안 하면 ‘삼지창을 든 악마 형상의 세균’이 치아를 망가뜨리고 결국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간다는 내용이다. 즉, 충치 예방을 하기 위한 양치 교육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치과를 찾는 환자들 중에 치아는 충치가 없는데 잇몸이 너무 안 좋은 환자들이 있다. 그런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경우 양치를 소홀히 했던 경향이 있다. 선천적으로 건강한 치아를 타고났지만 관리를 잘하지 못해 잇몸이 망가진 경우다.

혹은 치아에 충치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만 열심히 닦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의 경우, 씹는 면과 그 주위 치관은 깨끗한데 치아의 하방, 즉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에는 치태가 잔뜩 쌓여 있다. 이 때문에 치아와 경계 부위에 있는 잇몸이 전반적으로 벌겋게 부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양치를 해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치태를 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저분한 창틀을 닦는다고 상상해 보자. 유난히 지저분하고 잘 닦이지 않는 곳이 있을 것이다. 바로 창틀의 모서리 부분이다. 양치질도 이와 같다.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는 치태가 잘 쌓이기도 하고 양치가 잘 안 되는 부위이다. 그리고 치아 사이 부분도 치태나 음식물이 잘 쌓이는데 칫솔모의 접근이 어려워 양치가 잘 안 되는 부위이다. 따라서 이 부위를 닦을 때면 정신을 집중해 칫솔모가 치아와 잇몸 사이에, 그리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잘 들어갔는지를 느끼면서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주질환 환자에게 교육을 시키는 칫솔법인 ‘변형 바스법’ 또한 이러한 개념을 구현시키기 위한 양치법이다.

양치질을 할 때 인식하지 못해서 닦지 못하는 부위도 있다. 바로 맨 뒤 어금니의 뒷면이다. 치아의 양 옆은 열심히 닦으면서 그 부분을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잇몸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그 부위를 짚어주며, 그 부분을 닦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들이 주로 치아 바깥쪽보다 안쪽을 잘 닦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깥 면이 외부에서 보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닦는 곳이다 보니, 바깥을 닦고 안쪽을 닦을 때가 되면 지치기도 하고 칫솔을 위치시키기도 불편해 대충 닦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닦는 순서는 안쪽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튼튼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는 옛말이 있다. 여기서 치아는 단순히 치아가 아닌 치아와 잇몸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이런 소중한 치아와 잇몸을 모두 지키는 방법이 바로 양치질인 만큼, 양치질을 소홀히 해서 타고난 복덩어리를 차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지양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