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오른쪽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보험 산업 고도성장기(1980년~2000년) 삼성보험사(삼성생명·삼성화재)와 한화보험사(한화생명·한화손보)는 이른바 ‘아줌마’ 부대를 동원한 영업력으로 보험 물량을 쓸어 담았다.

당시 강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오너십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보험업의 개념을 '사람 사업'으로 내려 설계사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설계사 교육에 집중했다.

능력이 뛰어난 설계사가 중요하다는 뜻이었지만 영업 현장에는 대량 도입한 설계사를 육성해 거리로 내보내 보험 실적을 유치토록 했다. 당시 생보 3위였던 한화생명도 김승연 회장의 독려로 교보가 지키고 있던 2위 자리를 쟁탈하는 데 나섰다.
 
2000년도 초 시장점유율만 해도 생보시장에서 삼성생명은 45%, 한화생명은 17% 수준에 육박했다. 빅3(삼성·한화·교보)의 시장점유율이 70% 수준을 웃돌아 빅3의 철옹성을 과시했다. 아버지의 보험시대는 그랬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시장 상황이었다.

2016년 삼성·한화의 ‘아들들’은 아버지 때와 달라진 보험시대를 맞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언제 회복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장남 이재용 부회장은 예상보다 일찍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금융계열사 사업의 난제를 풀어가게 됐다.

한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금융계열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금융사 경험이 전무해 조직을 관장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기에 강공법을 써서 키워놨던 금융계열사들이 이젠 덩치만 큰 어정쩡한 계열사로 전락했다는 점도 문제다. 무리하게 키운 고금리 계약도 큰 부채가 됐다. 이미 보험업계는 미래 보험 산업 환경을 부정적으로 판단해 몇 개사를 매물로 내놓고, 원매자가 될 만한 그룹사의 문을 두드리는 양상이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다시 영업에 매진하는 보험사도 여럿이다.

아버지의 보험시대와 아들의 보험시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환경이다. 지금까지 아들이 경험하지 못한 사업환경으로 돌입한 것이다.

지금 당장 ‘아들의 시대' 프레임으로 업의 개념이 재정립돼야 한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빅데이터 산업이 등장하면서 보험사의 미래 라이벌은 ITㆍ유통ㆍ통신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버지 시대' 온몸으로 푸시하던 물량공세 보험업에서 판도 변화를 수용한 섬세한 전략과 시장 해석력으로 '아들들'은 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