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이 죽는다. 빌딩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그것이 오피스 빌딩이건 쇼핑센터이건 그 건물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활용하는 발상에 따라 죽을 수도 살아날 수도 있다.

어느 빌딩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100가지가 넘는다. 교통편이 나빠서, 빌딩의 구성이 잘못돼서, 공간배치에 문제가 있어서 등등 꼼꼼이 따지고 들면 잘 될 이유보다 안될 이유가 더 많아서 그 빌딩은 죽어간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역발상으로 손님을 불러오는 사례를 우리는 발견하곤 한다.

여의도역 사거리에도 그런 역발상의 대표적 건물이 있다. 여의도역 사거리 교보빌딩 대각선 방향의 구 거평프레야 건물이다. 3층의 저층 건물이다. 거평이 망하면서 매물로 내놓았지만 오랜동안 팔리지 않다가 외국계 투자은행이 인수를 했다. 그야말로 상권이 죽어있는 건물이어서 아주 헐값에 넘어갔다. 그 투자은행은 외부와 내부의 간단한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컨셉에 맞는, 특히 지하 1층의 매장을 컨셉대로 외식업체를 받아들인다. 애초에 입점할때부터 컨셉에 맞는 업체들만 입점시켰다. 이 지하공간의 변화가 나중에 이 건물의 가격을 몇배로 뛰게 할지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지하공간이 컨셉에 따라 바뀌고 1층과 2층, 그리고 3층도 입점업체들이 바뀌었다. 그 당시 분양을 받거나 입점을 한 점주들는 비교적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임대하거나 분양을 받았다. 그리고 1년뒤 이 건물은 손님이 몰리는 그런 건물로 거듭났다. 그 투자은행은 인수가격의 몇배를 받고 이 건물을 팔고 투자이익을 챙겨갔다.

또 다른 역발상사례가 될까?

올해들어 또 다시 면세점 제도 개선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 신규 면세점 사업권때문에 기업들이 한바탕 몸살을 앓았는데 올해는 제도 개선으로 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서울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제일 핫이슈가 됐던 곳이 동대문 지역이다. 면세점을 지역별로 고루 분산시켜 관광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동대문이 부상했다. 기존 동대문은 시장 상인들이 상권을 유지해왔다. 새벽시장으로 잘 알려진 상권이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에게도 쇼핑관광의 메카로 여겨지던 곳. 그 곳에 면세점 사업권을 신규로 허가하겠다는 것이었다. 면세사업권은 동대문의 터줏대감 격인 두산에게 돌아갔다. 다른 기업들도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고배를 마셨다.

이 동대문에 또 다른 역발상이 움트고 있다. 모두가 면세점만을 쳐다보고 있을 때 아웃렛으로 동대문 지역에 새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곳이 등장했다. 이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월요일 점심, 봄날씨가 완연한 그날 동대문에 새롭게 오픈한 모 유통업체 '씨티 아웃렛'. 두타를 끼고 돌아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니 "아 이곳이구나!" 이전에는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라는 이름의 쇼핑몰이 있던 곳이다.

여름에는 케레스타 앞 빈 공간에서 호프광장이 열리기도 했었다. 그런 기억속에 아 왜 이곳이 지난해 서울 면세점 사업권 신청 부지 물망에 자주 올랐는지를 실감했다. 두타건물에는 새로운 면세점 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완공이 되면 나란히 면세점과 아웃렛이 붙어있는 셈이 된다.

지하 2층에 지상 10층의 시티 아웃렛은 현재 10층은 마무리 공사중이어서 사용을 못하지만 나머지 전층은 오픈된 상태다. 첫 인상은 동대문을 즐겨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등이 쉽게 찾아가는, 아니 단골 장소가 될 명소가 될 것을 예약해놓은 듯 하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동대문 시장(?)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선 것이다. 이 역발상의 주인공인 유통업체는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에서는 다른 업체들보다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후발 주자라는 컴플렉스를 이렇게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이 업체는 조만간 출국전 관광객들을 위한 아웃렛을 송도에 또 낸나고 하니, 한 술 더뜨는 이 업체에게 일단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부터 구경했다. 한층의 바닥면적은 넓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신축건물이 아니니 기존 건물로는 어쩔수 없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층층마다 짜임새있게 잘 꾸며놨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고객 편의를 최대한 살피려는 의지가 읽혔다.

특히 매층마다 눈에 띄는 것은 고객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매층 중심부에 카페 등 쉼터가 존재했다. 이 면적을 상품 매장으로 활용하면 그 만큼 수익이 늘어날텐데 기꺼이 고객들의 편의에 할애를 하는 마음 씀씀이가 따뜻했다.

9층과 지하 2층에는 식당가와 푸드코트강 자리잡고 있다. 식사공간에 대한 배려도 인상적이었다. 한중일식은 물론 간편식까지 모두 완비되어 있었다. 관광객과 내국인을 모두 겨냥한 듯 했다. 관광객과 내국인 쇼핑객 모두를 겨냥한 일석이조의 마케팅 관점이었다. 공간활용에서 남녀노소를 모두 배려한 듯 했다.

8층은 아동들을 위한 베이시시터시설과 놀이공간이 구비되어 있다. 아동과 부모들을 위한 편의시설에도 신경을 쓴 듯 하다. 물론 피부 마사지 샵도 눈에 들어왔다. 한 공간에서 쇼핑은 물론 놀이와 건강까지 챙기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염두에 둔 듯 하다.

동대문의 프리미엄 아웃렛. 면세점에서 승부하기 보다 아웃렛으로 승부하면서 외국 관광객들,  특히 유커들을 겨냥하는 전략은 일단은 성공한 듯 하다.

몇년전 한국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아웃렛이 들어설 때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과소비를 부

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관광과 쇼핑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을 무시한 단견이라고 그 당시에도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칼럼이 다시 생각나는 까닭은 또 다시 변하고 있는 유커에게 이 아웃렛이 한발 더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다.

역발상은 언제나 신선하다. 그리고 남기는 잔상이 많다. 다른 길을 가야하는 것은 기업체만이 아니다. 우리의 관광정책도 다른 길을 가야한다. 우리의 관광산업도 다른 길을 가야 할때가 됐다.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고는 역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관광한국을 위해서 이런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런 역발상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 역발상이 필요한 때이다. 관광산업은 최고의 내수산업이고 수출산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