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대표나 주요 임원들이 개인 페이스북, 개인 트위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루곤 합니다. 이분들이 워낙 알려져 있는 분들이라 이게 마케팅 측면에서는 좋은데, 위기 때는 정말 문제를 크게 만들더군요. 이런 습관이 옳은 건 아니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원칙이 무얼까요? 아마 이 원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선가 한두 번 또는 여러 번 들어 보았을 아주 익숙한 원칙일 것입니다. 바로 ‘창구 일원화’ 원칙이죠. 아주 예전부터 이 ‘창구 일원화’ 원칙이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원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환경과 매체 환경 등이 바뀌어 가면서 “과연 이 ‘창구 일원화’의 실행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하는 질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큰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흔히 ‘창구’라고 불리는 ‘홍보실’은 불 난 호떡집이 됩니다. 기자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오거든요. 다른 임원들과 CEO의 전화는 어떨까요? 아마 홍보임원의 전화보다는 덜 하겠지만, 조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평소 두세 명이던 홍보실 직원들이 갑자기 콜센터 확장하듯 하루아침에 이삼십 명으로 늘어 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당연 수많은 기자들은 해당 회사 홍보실과 직접 연결을 못하니, 다른 언론이 쓴 기사를 받아서 각색하거나, 자신의 시각을 투영해서 기사를 쓰게 됩니다. 공식입장문을 내는 것도 사실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각 문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죠. 기자회견을 통해 한 번에 털어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창구 일원화로 인해 고안되고 파생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입니다.

이제 문제는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 소유의 소셜미디어들입니다. 평소 업계 소식이나 자신의 경영관들을 간간히 적던 개인 매체들과 관련된 거죠. 자사에게 어떤 억울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중들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 비판을 쏟아냅니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소중하게 가꾸어 오던 자신의 소셜미디어들이 초토화되죠. 평소와는 달리 심한 욕설을 해 대거나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이 수없이 달립니다. 이때 대표이사나 임원들은 개인적으로 심하게 동요될 수 있습니다.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억울함을 시원하게 풀어버릴 묘수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공식 창구가 부하가 걸렸으니 이를 도와 내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때도 중요한 원칙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합니다. ‘창.구.일.원.화.’ 이 원칙 말입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이 원칙은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이 정리된 공식입장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전에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 계정으로 생각을 밝힌다? 이건 창구일원화에 반하는 실행입니다. 자사의 공식 창구를 무력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표이사라 해도 모든 위기에서 회사의 정해진 공식 창구는 아닙니다.

그러면, 자사 공식 계정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공식입장이 전달된 다음에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해도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시종일관 창구는 일원화해야 합니다. 개인 계정으로는 가능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사 공식 계정 내용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Q&A 등에 연결되는 링크 정도는 게시가 일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도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면 대표이사인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하는 억울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메시지가 있으면 회사의 공식입장에 담기 바랍니다. 그걸 전문가들의 리뷰를 통해 안전하게 정리해서, 규정된 공식 창구들만을 통해 전달하면 됩니다. 법인과 개인은 시종일관 분리하는 원칙 또한 필요합니다.

“나는 인기가 많고, 온라인에서 영향력자이니 내가 나서서 한방에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대표님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기 시에는 개입하지 마십시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평소에 회사 공식 채널들을 대표님 같은 영향력 있는 채널로 키우십시오. 대표님의 대변(代辨) 창구로 만드십시오. 언론 창구를 만드신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