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세상은 아직 춥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사람들에게 상큼한 봄나물은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 얼어붙은 땅이 녹고 푹신해진 흙들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아지랑이도 피어올랐다. 개나리, 진달래들도 화장을 시작하고 논두렁 밭두렁에는 파릇파릇한 풀잎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식물들은 우리 몸이 나른하고 피곤함을 느끼는 이 계절에 무기력을 탈출하게 해준다. 봄이 되면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으로 인해 필요량이 매우 증가한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피로를 많이 느끼고 졸음이 많이 온다. 춘곤증은 우리의 몸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제철인 봄나물은 무기력 탈출의 힘이 되며 희망찬 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수 있다.

필자는 1월보다 3월이 더 새해 같은 느낌이 든다. 개강이라는 직업의 특징도 있지만 녹색의 옷을 입기 시작한 자연의 모습이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봄에 우리가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봄나물이다. 봄나물은 대사의 보조 역할을 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몸에 활력을 주고, 특유의 향과 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 그뿐 아니라 항산화성분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므로 보약보다 좋다는 얘기도 있다.

봄나물 중엔 머위나 냉이처럼 씁쓰름한 맛이 있는 나물도 있고 유채나 봄동처럼 단맛을 지니는 나물 등 모두가 젊음을 지켜주는 항산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요즘같이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시기에는 바깥 활동도 조심스러운데, 봄나물은 섬유질이 많아 장(腸)운동을 촉진하고, 황사에 포함된 중금속과 결합해 폐나 기관지의 유해물질과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봄처녀들이 바구니 들고 주로 캐는 것이 냉이와 쑥이다. 냉이와 쑥은 봄나물의 대표주자들이다.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이 더 좋은 냉이는 간을 튼튼하게 해주고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냉이를 캘 때는 뿌리가 가늘고 잎이 연한 것이 좋다. 냉이에는 비타민 B1과 비타민 C가 풍부하며 단백질, 칼슘,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힘을 줄 뿐 아니라 혈액 건강을 지켜준다. 냉이의 꽃말은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드립니다’라고 한다. 우리에게 자신가 가진 모든 영양성분을 주는 냉이는 참 착하고 예쁜 봄나물이다. 필자는 또 냉이 된장국만큼이나 쑥 된장국을 많이 좋아한다. 잃어버린 입맛을 찾는 데 쑥만큼 효과가 좋은 것도 없다. 쑥은 여성질환 및 고혈압 예방뿐 아니라 노화 방지와 암 예방 효과까지 있는데, <동의보감>에 의하면 간장과 신장을 보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봄동산에 오르면 흔하게 보이는 봄나물 중 원추리가 있다. 원추리는 단맛이 있는 나물로 “시름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고 하여 ‘망우초’라고도 불린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게 좋고, 갱년기의 우울증과 정서불안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시골 장날에 가보면 할머니들이 좌판에 두릅을 가득 쌓아놓고 파는 모습을 본다. 그럴 때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옛날 생각이 나서 한 움큼 사올 때가 있다. 어떤 할머니는 멧돼지들을 피해 두릅을 따왔다고 무용담을 얘기하기도 하신다. 할머니들의 수다도 봄처럼 파릇파릇해지는 느낌이 들어 보기 좋다. “나물에 단백질이 많다고?”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봄나물이 두릅이다. 두릅에는 사포닌과 비타민 C 이외에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모발건강 등 영양학적으로 알찬 나물이다.

그러나 이렇게 몸에 좋은 음식인 봄나물에도 독이 있어서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봄나물의 독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고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의 많은 발생이 봄에 일어나고 그 주요 원인이 봄나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봄나물 중에도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도 많지만 꼭 익혀 먹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나물, 더덕 등은 생으로 먹어도 안전한데,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씻어야 흙, 잔류농약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반면 원추리, 두릅, 냉이, 고사리 등 미량의 독 성분이 있는 나물은 반드시 끓는 물에 데친 후 먹어야 한다. 특히 원추리에 있는 콜히친은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되지 않지만 수용성이므로 원추리를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반드시 차가운 물에 담근 후 무쳐 먹어야 안전하다.

봄나물도 아무데서나 캐면 안 된다. 봄나물의 향에 취해 국유림이나 사유림 등에서 주인의 허락 없이 봄나물을 캐면 징역과 벌금형 등의 처벌이 되며, 도로에 있는 나물은 중금속 오염도가 높아서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봄의 상큼함으로 봄나물을 만나야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겨울을 이겨낸 생명력만큼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봄나물의 독성은 주의를 하면서 봄나물로 싱그럽게 봄을 맞이하자. 그리고 우리 마음에는 상큼함을, 그리고 우리의 몸에는 기운과 활력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