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을 포함해 모든 업종이 올해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사들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준비에 돌입한 상황으로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 부담이 가중되면 대형 보험사를 비롯한 어떤 업체가 언제고 시장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은 그동안 현행 3~6개월이던 보험상품의 배타적 사용권 행사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는 등 보험사에 감옥이 됐던 규제들이 대폭 완화되면서 상품·가격 자율화 시대가 도래했다. 개별 보험사의 상품 기획력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키워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 구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획기적인 기획력으로 무장한 소형 보험사들의 약진으로 보험사 싸움이 볼만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처음 가보는 길에 첫발을 내딛는 보험사의 2016년이 이미 시작됐다.

 

“ ‘킬러상품·대표상품·매력상품’ 에 보험사 명운 걸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상품이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거나 창의적인 상품들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인지 연초부터 톡톡 튀는 신상품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기존에 보험사들이 소홀히 했던 유병자와 고령자를 겨냥해 문턱을 낮춘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한약보험·웨딩보험·이목구비보험 등 참신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새로운 발상만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 생존경쟁이 보험업계에서 한판 벌어질 모양새다.

 

소비자 선택권 넓히는 ‘보험다모아’ 새롭게 진화

금융당국과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오는 4월 보험다모아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 및 인터넷 포털 정보 제공 등 시스템 고도화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보험비교몰인 ‘보험다모아’에는 33개 생명·손해보험사의 217개 상품이 등재돼,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한눈에 비교·가입할 수 있다. 상품 종류는 단독실손보험(25개), 자동차보험(11개), 여행자보험(9개), 연금보험(35개), 보장성보험(94개), 저축성보험(43개) 등 6종으로 구성됐다. 보험다모아는 소비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업비 절감을 통한 보험료 가격 인하를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특히 금융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보험 정보 취급을 위한 제도 정비를 마친 상태로 이르면 상반기 늦으면 하반기까지 네이버에 ‘보험다모아’ 진입시킬 계획이다. 오는 5월까지는 보험다모아의 자동차보험의 실제 보험료 비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

현재는 원스톱 서비스, 가격비교 기능이 떨어진다. 실질적인 구매를 위해서는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하거나 텔레마케팅(TM) 채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이 보험사 최대 격전지

특히 매년 필수로 재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손보사들의 일차적인 싸움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화재의 ‘애니카 다이렉트’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비롯해 다른 보험사들도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출시에 나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참신한 상품 출시도 이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안전운전 습관이 좋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자동차보험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된 것이다. 예컨대 KB손해보험은 3월 초 운전자의 대중교통 이용금액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중교통할인특약’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손해보험협회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스마트폰으로 쇼핑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엄지족’ 소비자를 타깃으로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도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1위 손보업계인 삼성화재의 온라인 다이렉트 내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9.4%에서 지난해 15.1%로 1년 새 1.6배로 뛰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삼성화재 다이렉트 모바일 가입 서비스는 당시에는 모바일 가입 비중이 0.2%, 2012년 0.7%로 미약했으나 2013년 3.8%로 상승했다. 이후 2014년에는 9.4%, 2015년 15.1%로 급증하고 있다.

 

보험계리사 스카우트 경쟁 바람

보험업계에 계리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품 사전 신고제를 폐지하고 표준이율 등 보험 상품 가격규제를 철폐하는 당국의 방침에 보험사들로서는 자체적으로 상품 개발 및 가격 산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회계는 물론 상품개발에서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계리 인력의 전문 역량에 따라 보험사 경쟁력이 크게 갈릴 전망이다.

보험업계의 상품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계리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상품 자율화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독자적인 상품개발이 늘어나면서 개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보험관련 컨설팅 회사도 전문 계리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10년차 이상의 경력이 풍부한 계리 인력은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질 만큼 이들에 대한 수요는 높다. 은퇴를 앞둔 계리 인력에게도 스카우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