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맛조이코리아

관광은 무형의 가치다. 값어치는 소유 여부나 효용가치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오감으로 느끼고 기억하기 때문에 감성적 요소가 강하다. K-스타일로 대표되는 한국 관광은 전통성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포용할 때 극대화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역시 ‘스토리텔링’이다. 최영균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관광 명소가 갖고 있는 특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문화마케팅이 중요하다”며 “지역의 토착화된 어떤 가치, 그곳에만 있는 특성을 잘 살리고 강조하면 차별화가 된다. 예컨대 고궁 관광 시 궁의 구조에 대해 알려주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살았고, 누구와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잘 와 닿는다. 인상 깊게 남은 장소에선 일반 길도 특별한 산책로가 되고 관련 기념품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동 한식 대신 ‘시골밥상’, 개별 여행객 사로잡는 ‘트래블버스’

흔히 한국과 일본의 관광을 비교할 때 지역별 특색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웃바운드 여행 업체 관계자는 “한국인들만 해도 일본은 2번 이상씩 간다. 오사카, 도쿄를 비롯해 각 지역별 특징이 뚜렷하니 패키지 구성도 쉽다. 반면 한국은 서울, 부산, 제주를 제외하면 어느 곳으로 안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2014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의하면 실제 외래 관광객의 80% 이상이 서울권 위주로 여행한다. 이어 제주(18%)가 선호 관광지 2위로 꼽혔으나 큰 차이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인기 관광지도 서울로 몰렸다. 명동(39.4%), 동대문시장(20.6%), 남산타워(15.4%), 고궁(14.5%), 신촌 및 홍대 주변 (12%) 순으로 선호했으며, 최근 5년간 인기 관광지 5위권에 다른 지역이 꼽힌 적도 없다. 관광객 분산을 위해서는 지방권 스토리 테마 상품이 필요하다.

▲ 출처=재단법인 한국방문위원회 

오는 3월 말부터 시행되는 ‘K-트래블 버스’는 지방권 관광 분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개별여행객들의 지방 여행을 돕고, 각 지역별 특색을 홍보하는 1박 2일 일정의 버스 자유여행상품으로, 지방권마다 훌륭히 보존돼 있는 유적지 혹은 관광지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단법인 한국방문위원회 관계자는 “버스에 가이드가 동행해 해당 지역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숨겨진 스토리들을 들려준다”며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범운행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한 인도네시아 관광객이 오동도를 처음 보고 굉장히 감동하더라”라고 설명했다.

▲ 출처=맛조이코리아

창조관광기업 맛조이코리아의 서비스도 특색 있다. 이 상품은 강원도 등의 시골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시골밥상을 먹고, 현지인들과 티타임을 즐기는 체험형 관광을 제공한다. 강병호 맛조이코리아 대표는 “내국인을 타깃으로 설정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특히 주로 일본의 30~40대 중년들에게 호응이 좋아 지난해에는 일본 여행사 몇 곳에서 제휴 문의도 왔다”며 “특색 있는 테마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방권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체험한 외국인들은 ‘인사동에서 먹은 것과 다르다, 진짜 한식이다’며 좋아하고 지역 특산물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스토리를 살리면 패키지 구성도 쉽고, 선호도 높아진다. 외래관광객은 평균 6.1일을 한국에 머문다. 서울에서 쇼핑하고 지방 1~2곳을 더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외래 관광객의 구미만 당기면 충분히 지방 분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복에 놀이를 입히니 ‘#한복스타그램’으로 유행

최근 서울시내 고궁 주변에선 심심치 않게 한복을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삼청동, 인사동 일대의 한복 대여점에서 옷을 빌려 입고 궁에 놀러가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은 #한복놀이, #한복예쁘다 등으로 해시태그가 붙어 SNS에 공유된다. 한복을 입는 것이 일종의 자발적 놀이가 된 것이다. 서울에 사는 김 모 양(22)은 “한복대여점에서 3~4만원이면 4시간을 빌릴 수 있다. 평소 입지 않는 옷이라 재밌고 예쁘다. 외국인 관광객이 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체험 소감을 전했다. 한복에 놀이라는 스토리를 접목하자 한복을 입는 이들이 늘어났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그들은 자발적 전통문화 알리미였다.

▲ 출처=한복놀이단,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한복놀이 근간에는 문체부 산하 비영리단체 ‘한복놀이단’이 있다. 2011년에 창단된 이 단체는 한복의 일상화를 위해 대학생들이 창단했다. 즐거운 한복입기를 위해 ‘흥이 나는구나’라는 노래를 발표하는가 하면, 대형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또 한복 펍(Pub)을 열어 디제잉과 함께하는 맥주 파티도 열었다. 권미루 한복놀이단 단장은 “한복은 박물관에서 보존해야 하는 전통문화가 아니다. 충분히 길에서 입고 다니는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한복은 우리 고유의 옷이라 외국인들에게 긍정적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고유의 색감과 형태적인 면에 감동하는 이들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한복의 놀이화에는 ‘한복 착용 시 고궁 무료 입장’이라는 정책 효과도 크다. 고궁 무료 입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됐다. 권 단장은 “고궁 무료 입장처럼 매달 시행되는 문화의 날에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 할인이나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면 한복의 일상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복도 디자인이나 재질에 따라 때와 장소에 맞게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류 스토리’ 접목한 드라마 몰, 쇼핑을 체험관광으로

대형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미미한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과 액세서리도 스토리를 만나면 판매량이 달라진다. 그냥 선글라스가 수애가 드라마에서 사용했던 제품이 되고, 일반 마스크팩이 한류스타가 사용한 팩이 되는 순간 부가가치는 상승한다. 이러한 한류마케팅을 영리하게 활용한 곳이 있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 내 ‘디몰(D-Mall)’이다.

▲ 사진=이코노믹 리뷰

디몰은 면세점 5층 전체를 드라마 몰로 구성해 국내 중소기업 71곳의 제품들로 채웠다. 매장 내에선 상품 옆에 해당 제품 PPL이 나오는 드라마 영상을 틀어두고 한류 스타 사진을 배치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언프리티 랩스타>와 콜래버레이션한 색조 메이크업 제품, 중국 내에서 방영된 바 있는 성형 프로그램 <렛미인>에 참여했던 병원들이 만든 로션 및 건강식 등은 무형의 콘텐츠를 유형의 제품에 덧입혀 호기심을 자극한다. 디몰 내 판매원은 “드라마 몰에 들어서면 한류스타 사진과 영상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시는 분이 많다. 콘텐츠로 흥미를 갖고 호기심에 구매했다가도 효능을 느끼고 재구매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디몰. 사진=이코노믹리뷰.

디몰의 또 다른 재미는 드라마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드라마 세트장’이다. 현재 이곳은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그녀는 예뻤다>의 고준희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MBC 미술팀이 직접 설치한 무대에는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쓰던 책상과 가방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또 조명과 레일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박준석 디몰 대표는 “드라마 몰은 쇼핑에 체험관광을 덧 붙였다. 좋은 물건도 사고,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사진도 찍으며 추억도 쌓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세트장 속 제품은 판매로도 이어진다. 고준희 사무실 책상은 800만원을 호가하는데 실제 주문하는 관광객이 있어 배송까지 해줄 정도다. 드라마 콘텐츠 저작권, 출연 배우의 초상권 등의 사용료를 디몰에서 지불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방송국과 제작사들도 환영하는 눈치다. 실제 디몰은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태양의 후예>, 이영애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사임당> 등과 협상 중이다.

디몰은 한류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아시아권부터 시작해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제주도에 추가 매장을 열고 베트남,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폴, 미얀마 등에 진출 한다. 박 대표는 “디몰은 처음부터 프렌차이즈화하려고 시작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쇼핑 장소라는 특색에 해외기업에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디몰은 중국 내 대기업 백화점 두 곳의 오프라인 매장과 유명 포털사이트 온라인몰 입점을 제안받아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