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헝거게임(배고픈 자들의 게임)’에 직면했다.

규제완화 기조의 금융당국이 올 1월부터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시행하면서 ‘경쟁 패러다임’으로 프레임을 전환했고, 감독 방식도 사전 규제에서 ‘사후 감독(Negative System)’으로 바꿨다.

 

낭떠러지에서 살아남는 강한 새끼만 인정

당국은 변화 폭이 큰 규제완화를 취했다. 위험률 폐지, 보장기간 100세 연장과 같이 상품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보험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당국은 심판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보험권에 이른바 ‘무한경쟁’이 벌어지면 다양한 상품과 가격이 가능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되리라는 판단이다.

또 다른 의미로 보면 낭떠러지에서 굴려 떨어뜨려 살아남는 강한 새끼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어미사자(금융당국)가 절벽 아래로 밀어내면 이를 악물고 발톱을 세운 채 절벽을 기어오르는 새끼사자(보험사)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강한 사자로 성장해 꼿꼿이 밀림(시장)에서 자리매김할 보험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제대로 맞붙게 되는 보험 상품 경쟁

무한경쟁 시대 개막은 국내 보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국내 보험업계는 다양한 가격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대형 보험사가 개발한 상품의 유사상품을 판매해오며 경쟁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 베끼기 위주의 경쟁구도는 보험업계 제살 깎아먹기식 과도한 영업으로 이어졌다. 특히 불완전 판매나 보험사 이동이 잦은 철새설계사 문제 등을 발생시키며 보험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의 핵심은 상품복제를 통한 무임승차 방지 및 신상품 개발유인 강화를 위해 신상품 개발이 보장되는 배타적 사용기간을 확대한 것이다”고 말했다.

 

상품개발 ‘운신 폭’ 넓어지다

특히 당국은 상품개발 자율성을 키워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나오도록 독려했다. 무엇보다 배타적 사용권의 실효성을 높여 보험사의 신규 상품 개발을 유인할 정책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각 금융협회에서 상품 첫 개발 금융사에 이득을 주기 위해 다른 금융사가 같은 구조의 상품을 단기간 동안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생명보험협회(회장 이수창)는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2016년에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생명보험산업의 체질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담금질에 역량을 집중시켜 생보산업의 지속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이런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생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보험산업의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독창적 보험 상품에 따르는 배타적 사용권 부여기간을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확대해 신상품 개발에 대한 선발이익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보협회는 배타적 사용권 침해 보험사에 대한 제재금을 최대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제3보험상품에는 생·손보 공동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신상품 경쟁 ‘유병자 시장’에 초점

보험사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신상품 시장은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으로 꼽힌다.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은 ‘아픈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상품. 노인이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사람도 보험에 들 수 있지만 보험료가 비싼 편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보험 상품으로 일명 ‘3·2·5’(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의사 소견/2년 이내 입원·수술/5년 이내 암 진단 및 수술)라 불리는 일정 기준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된다. 기존에는 병력이 있으면 ‘유병자 할증 제도’를 통해 보험료 할증이나 부담보(일부 담보를 보장하지 않음) 보장만 받을 수 있었다.

당국 “경영 못하면 망하는 보험사도 나올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내놓은 로드맵은 보험사의 체질 변화 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중심의 판매채널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산업의 역동성과 창의성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이는 보험사 간 차별화된 전략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