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주가는 10년 전 수준만 못하다. 마치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듯한 모습이다. 이 기간 동안 대내외 악재가 작용하면서 ‘국민기업’ 포스코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서 철강산업은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세계 1위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선 포스코는 그 신화를 다시 그려낼 수 있을까. 해답은 초심뿐이며 포스코의 DNA는 분명 살아있다. 이제는 철강뿐만이 아닌 소재산업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 한국에서 과거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탄생은 비웃음거리였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불굴의 의지가 깃들어 있는 포스코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성장한 포스코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 증시의 폭락과 함께 포스코의 주가도 속수무책으로 하락했지만 위기가 잠잠해질 무렵 포스코에 대한 관심은 다시 증폭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포스코의 주가와 실적은 그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의 주가는 지난 2006년 본격 상승세를 나타내기 전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포스코의 ‘잃어버린 10년’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듬해인 2009년, 포스코의 주가는 당해 12월 말 기준 61만8000원을 기록하며 위기 직전 역사상 최고치에 근접해갔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포스코의 문제는 그리 단순치 않다.

‘국민기업’ 포스코는 지난 2015년 창사 이래 첫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철강산업이 건설, 자동차, 조선 등 핵심 전방산업의 시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심화되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무역 및 환경규제, 불리한 환율조건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생산능력을 급격히 확대한 중국 철강업체들이 잉여 생산물량을 수출로 해소하면서 이들과의 경쟁에 노출된 것도 한몫했다. 이는 단연 포스코 수익성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포스코는 2015년 외화환산손실 및 투자자산 손상 등으로 일시적 영업외비용이 크게 증가한 점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사업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와 해외 철강법인들의 저조한 실적도 연결기준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잃어버린 10년’을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국민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빠른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 기대

최근 중국 양회에서 공급개혁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철강산업에도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의 별도경영실적을 보면 제품 판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확대 및 원가절감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포스코의 매출액은 29조2190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25조6070억원으로 감소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이 줄어든 만큼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조3500억원에서 2조2380억원으로 줄었으나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8.0%에서 8.7%로 오히려 상승했다.

아울러 영업부문의 효율성을 뜻하는 영업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4조1630억원에서 5조1400억원으로 상승했으며 실제 현금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CF)는 1조2380억원에서 2조9210억원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부채비율(부채/자본)도 2014년 23.8%에서 2015년 19.3%로 하락하는 등 열악한 사업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포스코 그룹사 전체에 있다. 포스코의 연결경영실적은 2014년 65조980억원에서 2015년 58조192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조2140억원에서 2조41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포스코 별도경영실적이 부진한 만큼 예상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계열사들의 손익이 가감된 순이익은 같은 기간 5570억원에서 -9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는 것이 문제다.

연결 당기순손실 발생 내역을 보면 원료가 하락, 환율 상승 등 외부 영향으로 1조564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평가손실이란 실제 발생한 손실이 아닌 말 그대로 현재 ‘평가’ 기준의 손실을 말한다. 이는 다시 원료가 상승, 환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경우 회복된다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직접적인 원천이 아니라는 점에서 2015년 적자전환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고 부실자산을 방치할 경우 그룹사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미송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계열사 구조조정이 완료된 후 포스코의 연결기준 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라며 “포스코가 목표로 하는 95개사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면 매각 대금 유입으로 5000억원 이상의 손실 축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작년 구조조정은 총 46건으로 2조1000억원의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계열사는 34개사, 자산은 12건이다. 포스코는 2014~2017년 중 총 149건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68건의 구조조정이 완료된 상태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포스코 자체의 경쟁력으로 모아진다. 소재산업 중 철강이라는 분야에서 한국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포스코의 부활을 말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6년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을 2015년 대비 32% 증가한 3200톤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르노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사들의 신차 개발 파트너로 참여하고 디트로이트 모터쇼 및 중국 완성차사를 대상으로 한 전시회도 개최해 WP제품 수요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신강종 개발(2015년 42건)을 통해 제품 다양화했다. 아울러 WP제품 양산을 위한 설비 합리화 및 신증설도 추진, 2016년 WP제품 양산 강종수는 2032건을 계획 중이다.

 철강을 넘어 소재산업의 글로벌 기업으로

향후 포스코의 행보 중 눈여겨볼 부분은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지 여부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열린 북미 모터쇼에 철강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참여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 개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전기차용 차체를 선보였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 2014년부터 마그네슘 판재 등 차량 경량화 소재 개발 및 판매를 확대해오고 있었다. 소재산업에 대한 포스코의 꾸준함은 그룹사 전체의 실적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자체의 DNA를 잃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 있어서는 차체뿐만 아니라 포스코 자체의 고유기술을 활용한 이차전지 소재 상업화 기반도 다졌다. 이차전지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음극재와 양극재 매출은 포스코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성장은 외부적요건보다 내부적 요건이 중요하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단순 중국 공급개혁 수혜 등의 논쟁여부에 오르는 것보다 과거 ‘비웃음’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놀라게 한 저력이 그 핵심이라는 것을 말한다.

만약 포스코가 소재산업에 더욱 집중했다면 현재의 모습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과거의 일일 뿐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방법은 포스코의 원천 DNA를 되찾는 것에 있다.

물론 포스코를 둘러싼 정치적 잡음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포스코 자체의 신뢰를 낮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초심이다. 자원도 없는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 이제는 여타 소재산업 분야에서도 그 모습을 기대해 본다.